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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원무자기(無自己)가 아니라 무자기(無自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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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1.03 조회6,9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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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어떤 사실과 개념을 자의적(恣意的)으로 이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수도에서 이와 같은 일을 드물지 않게 경험했다. 『전경』에 “속담에 발복이라 하나니 모르고 가는 길에 잘 가면 행이요 잘못 가면 곤란이라”고 하신 말씀에 비춰볼 때, 이 경험은 나의 수도와 미래의 향방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중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일은 다름 아닌 ‘무자기(無自欺)’에 대한 이야기이다. 엄격한 선·후각체계에서 선각자(先覺者)의 뜻을 잘 따르는 것 또한 수도의 과정에서 중요하다. 불교에서 솥을 아홉 번이나 옮겨 걸어 도를 깨쳤던 구정(九鼎) 스님의 일화01가 유명한데, 나는 이 일화를 거울삼아 무자기를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계기로 구정 스님처럼 자기의 생각 없이 선각자가 시키는 대로 행하는 것을 무자기로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여 내가 없는 상태인 ‘무자기(無自己)’로 확신하게 되었다. 무자기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체계를 통한 수도에서 나의 겁액(劫厄)을 극복하기 위한 행위뿐만 아니라 후각자(後覺者)의 깨달음을 위한 교화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선무 임명을 모신 후 『대순지침』에서 ‘무자기(無自欺)’를 보고, 내가 그동안 이해한 ‘무자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의 추측으로 만든 확신은 산산이 부서져 갔다. 도전님께서 “‘있는 말로 일을 꾸미면 천하가 부수려 해도 못 부술 것이요, 없는 말로 일을 꾸미면 부서질 때는 여지가 없나니라’하셨으니 무자기(無自欺)를 뜻하심이다”02라고 하신 말씀 속에 무자기의 의미가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무자기는 ‘자기를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즉 양심(良心)을 속이지 않고 거짓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이 무자기가 실현될 때 윤리도덕이 바로 서고, 도통(道通)과 운수(運數)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무자기는 수도의 바탕이며 목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명 무자기(無自己)와 무자기(無自欺)는 다르다. ‘자기가 없는 상태’를 바란다는 것은 거의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에 ‘자기를 속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심(私心)과 욕심(慾心)을 배제하고 양심을 회복한 상태로써 도통의 필수조건이 된다. 이 두 가지 진로에서 성공과 실패의 길이 어느 것인가는 자명하다. 수도는 진리를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규정을 준수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기본교리의 바른 이해는 상제님의 진리를 확신케 하는 선행조건이 되므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 된다. 선인(先人)들 또한 이러한 사태를 경계했기 때문에 호리천리(毫釐千里: 처음에는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나중에는 아주 큰 차이가 됨)라는 격언이 생겼다. 이 경험은 나의 수도에서 중요한 자산이 되었고, 지금도 자의적 판단으로 사실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순회보> 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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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옛날 효심이 지극한 청년이 비단 행상을 하던 중에 노스님[무염선사(無染禪師)]을 만나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다. 청년의 출가를 허락한 노스님은 그에게 부엌의 큰 가마솥을 새로 걸도록 했다. 청년이 솥 거는 일을 마치자 또다시 솥을 다른 곳에 옮겨 걸라고 했다. 청년은 불평 한마디 없이 새로 솥을 걸었다. 그렇게 솥을 옮겨 걸기를 아홉 번 반복했다. 노스님은 청년의 구도심을 인정하고, 그가 솥을 아홉 번 고쳐 걸었다는 뜻에서 구정(九鼎)이란 법명을 내렸다. 훗날 크게 명성을 떨친 구정 선사가 되었고, 그 수행은 입산 출가의 귀감(龜鑑)이 되었다. (현성 스님의 불교벽화이야기, 「구정 스님의 인욕」, 《새만금일보》, 2015. 07. 07.)
02  『대순지침』,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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