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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원예(禮)를 다하고자 하면 마음이 제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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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6.15 조회5,1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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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나는 도인이라고 하면 하얀 수염에 학(鶴)처럼 고고하면서도 무언가 신비스러운 모습이 연상되었다. 사극이나 영화에서 보았던 선입관이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나에게는 이러한 모습이 도인에 대한 하나의 상(像)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정말로 요즘 세상에도 도인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함께 도인을 실제로 만나보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품고 지냈다.

 

벌써 20여 년이 흘렀나 보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건설회사에 다닐 무렵 지인으로부터 상제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도문(道門)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많은 도담(道談)을 들으며 상제님에 대한 믿음은 깊어져 갔고 어느덧 교정 임명을 모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내가 생각했던 도인상(道人像)-수염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으니 차치하더라도-과 같은 도인은 볼 수 없었다. ‘나의 수도가 부족해서 못 알아보는 것일까? 도의 경지가 높아지면 그런 도인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의혹과 기대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실망감이 쌓여 갔다. 이러한 실망감은 깊은 번민으로 이어졌고 차츰 수도 생활에 대한 불만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면 회관에서 방면성을 모시고 사소한 용무로 별관 앞을 지나가다 그저 얼굴만 아는 정도의 내수 선감과 마주치게 되었다. 인사를 해야 하는데, 인사말도 나오지 않고 고개도 숙여지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 온몸이 경직되며 어깨와 목덜미가 뻣뻣하게 굳어져 인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쌓인 실망감과 회의감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던 것일까? 이때 ‘어~, 내가 왜 이러지! 이러다가 수도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갔다. 그와 동시에 수도 생활을 포기하고 도문을 떠난 선배의 얼굴이 중첩되었다. 그는 대진대학교와 도장 건립 등의 공사에 성심을 다했지만, 방면에 돌아와서는 종종 주변 일에 대해 불평하였고 선각 임원에게도 간혹 불손하게 처신했었다. 이것이 시발이 되어 나도 그 선배처럼 수도를 못 하는 것은 아닐까?

 

별관을 몇 바퀴 돌며 조금 전 나의 행동을 돌이켜 보았다. ‘인사는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인데, 기본도 실천하지 못하다니…. 마음이 비록 불편하더라도 기본은 지켜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러한 후 어떤 임원과 눈길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 순간 의지적으로 아~~주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다. 이때 온몸을 짓누르듯 묵직했던 무언가가 사르르 풀리며 마음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신기한 체험이었다. 그 후 차츰 내가 생각했던 도인상이 잘못된 관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감성이 풍부했던 어린 시절에 자리 잡은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이 환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주변의 모든 도인이 그렇게 훌륭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마음이 불편해지면 항상 예를 다하려고 노력했다. 그럴 때마다 흐트러진 마음이 추슬러지곤 하였다. 마음이 불편하다고 예를 빠트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예를 다하고자 하면 마음도 제자리로 오는 법이다.

 

 

<대순회보 2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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