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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세이구방심(求放心), 잃어버린 마음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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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1.01.21 조회4,5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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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위원 김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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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문명사에서 ‘잘 산다’는 의미는 시대마다 사람마다 달랐다. 이를 크게 둘로 나누면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성취일 것이다. 전자는 부의 증진, 과학기술 발달 등 육체를 위한 가치라면 후자는 지적 욕구의 충족, 마음의 평안 등 인간 내면을 위한 가치라 할 수 있다.01 우리가 결국 이러한 가치를 통해 얻고자 했던 궁극의 목적은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된다. 오늘날 마음과 몸이 조화를 이루는 삶인 웰빙(well-being) 문화가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데, 이렇게 부각한 삶의 문제는 역설적이게도 물질적 풍요에 사로잡혀 허영과 물욕에 들뜬 현대인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꼬집는 신호는 아닐까?

  일찍이 이러한 인간의 탐욕과 관련된 마음의 문제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던 맹자(孟子)의 학설이 주목을 받아왔다. 맹자는 혼란한 전국시대(戰國時代)를 살면서 힘으로써 사람을 지배하는 패도(覇道)를 배척하고 덕으로써 인(仁)을 행하는 왕도(王道)의 실현을 주장하였다. 당시 양혜왕이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이에 맹자는 “어찌 이익만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따름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02 맹자는 양혜왕에게 이익 추구의 욕망을 극복하고 인의(仁義)의 도덕적 성품을 발휘하는 데 힘쓰라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부국강병의 이익만을 힘쓰던 당시의 양혜왕과 제후들은 그의 뜻깊은 말을 이해할 리가 만무했었다. 그러자 맹자는 인간의 성품과 관련된 인의의 마음을 논하면서 다음과 같이 한탄하였다.   

 

“사람이 닭과 개가 도망가면 찾을 줄을 알되, 마음을 잃고서는 찾을 줄을 알지 못하니,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求其放心)이다.”03 

 

 

  여기에서 맹자가 주안점을 두고 말한 내용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다’라는 ‘구방심(求放心)’에 있다. 구방심은 이익에 따라 온갖 계책과 술책이 난무했던 전란(戰亂)의 시대에서 천명한 학문의 방법이었다. 그는 닭과 개와 같이 지극히 가벼운 것은 사랑하고, 사람의 마음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버리는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맹자는 사람의 성품은 본래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사람이 현실사회에서 악을 저지르는 것은 이목(耳目) 등의 감각기관이 외물과의 접촉을 통해 욕망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맹자의 주장에 따르면 ‘방심(放心: 잃어버린 마음)’이란 마음이 외물의 욕망에 이끌려 정당한 판단과 실천이 불가능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므로 맹자는 학문의 방법은 잃어버린 마음인 인의를 찾는 것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때의 학문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공부를 말한다. 따라서 방심을 구(求)한다는 뜻은 마음을 외물의 욕망에 어두워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구방심은 잃어버린 마음을 구하는 공부로 인의의 마음인 선(善)을 회복하기 위한 수양의 방법인 것이다. 

  맹자의 구방심과 관련된 이야기를 우리의 『전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구방심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볼 수 없지만, 상제님께서 “죄가 없어도 있는 듯이 잠시라도 방심 말고 조심하라.”(교법 1장 36절)는 말씀 속에 ‘방심’이란 단어가 나온다. 이때의 방심은 ‘긴장이 풀려 마음을 다잡지 않고 놓아 버린다.’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04 그러므로 말씀의 핵심은 ‘방심을 말라’는 것인데, 이는 자신의 마음을 항상 살펴서 방심의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주시하고 경계하라는 가르침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전경』의 ‘방심’에 담긴 가르침의 지향점은 맹자의 구방심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전경』의 ‘방심을 말라’와 『맹자』의 ‘구방심’, 즉 둘의 사상적 교차점은 자신의 마음이 방심의 상태에 이를까 봐 항상 점검하고 단속하는데 주안점을 둔 실천 공부라는 것이다.

  현대 과학의 발전과 물질문명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은 이전보다 훨씬 편리함과 윤택함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불같은 인간의 물욕이 결국, 황금만능주의를 조장하여 세상을 분쟁과 고통의 질곡에 빠져들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역시 그 발생 배경의 원천은 생태환경에 대한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인간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전환과 함께 자아 성찰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첨단의 과학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심리와 마음에 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한 철학적 과제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아마도 구방심[또는 방심을 말라]과 같이 자신의 수양에 깊이 천착했던 동아시아의 사상적 전통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도공부에서 구방심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대순진리회요람』에 “사심(私心)을 버리고 양심(良心)인 천성(天性)을 되찾기에 전념하라”는 가르침에 주목된다. 여기서 양심은 천성 그대로의 본심이고 사심은 물욕에 의해 발동하는 욕심을 말하는데, 만약 사심에 사로잡히면 도리에 어긋난 언동(言動)을 감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모든 죄악의 근원은 마음을 속이는 행위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한다.05 따라서 천성인 양심을 회복하는 방법이 곧 선을 회복하는 구방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도공부의 실천은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훈회」로 표명되는데, 이는 웰빙 문화가 추구하는 마음의 평화와 본질적인 면에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01 강보승, 「율곡철학을 통한 웰빙문화의 방향 모색」, 『동양철학연구』 60 (2009), p.9. 

02 『孟子』 「梁惠王上」, “孟子見梁惠王 王曰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 孟子對曰王 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03 『孟子』 「告子上」, “人有鷄犬放則知求之 有放心而不知求 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而已矣.”

0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stdict.korean.go.kr].

05 『대순진리회요람』,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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