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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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2.23 조회2,531회 댓글0건본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다. 천하를 얻은 진시황도 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불사의 약을 구하려 하였고 붓다는 고통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행을 하였다. 도가에서는 수도를 통해 불로불사하는 신선의 길을 제시하였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 죽음이라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종교에는 다양한 교리적 설명을 통해 사후세계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과학은 객관성과 검증가능성을 추구하므로 사후세계나 신의 세계를 다루지 않지만, 최근 죽음의 문제에 대해 언급한 새로운 과학이론이 등장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이론이 바로 바이오센트리즘(Biocentrism)이다.
바이오센트리즘(Biocentrism)
바이오센트리즘(Biocentrism)은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dvanced Cell Technology)사의 최고 책임자이자 의학박사 겸 과학자인 로버트 란자(Robert Lanza)가 2007년에 제안한 이론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양자물리학과 다중우주론을 근거로 이 이론을 소개하였다. 바이오센트리즘은 우주가 생명을 창조한 것이 아닌 생명이 우주를 창조하였다는 혁명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입장에서 볼 때 생명은 그저 물리법칙에 의해 우연하게 형성된 부산물이 아니며 단순히 탄소와 기타의 요소의 복합물의 활동도 아니다. 물리학이 우주의 연구에 근본이며 화학이 생명 연구에 근본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에 반대하며, 바이오센트리즘은 만물을 종합하는 이론을 내기 위해서는 생물학을 다른 과학들 앞에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버트 란자는 양자 역학 위에 생물학의 기초를 세우고자 하였다. 2년 뒤인 2009년에 그는 천문학자인 밤 벌먼(Bob Berman)과 공동으로 『Biocentrism』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에는 바이오센트리즘의 7가지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➊번째 원리는 우리가 관찰하는 대상은 관찰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각하는 실재(reality)는 우리의 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꽃을 볼 때 꽃이라는 대상은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의 인식 과정을 통해서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➋번째와 ➌번째는 외부의 사물과 우리의 지각은 서로 얽혀있으므로 입자의 운동이 관찰자와 불가분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원리다. ➍번째는 의식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며 그것이 없이는 물질은 미확인 상태에 있게 된다는 원리다. ➎번째는 우주 그 자체의 구조와 법칙, 힘, 그리고 우주 상수가 생명을 위해 최적의 상태로 되어 있다는 원리다. 우주 상수라 함은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km이며 만유인력법칙의 중력상수 G가 6.670×10⁻¹¹Nm²/kg²인 것처럼 우주를 구조적으로 결정짓는 여러 중요한 상수값을 말한다. 이 숫자가 조금만이라도 달라진다면 생명은 존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➏번째와 ➐번째는 공간과 시간은 객관적으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오직 생명체에 의해서만 지각되는 것이라는 원리다. 이 7가지 원리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만물·시간·공간 등이 절대적으로 있으며 그 가운데 의식을 가진 생명이 주변적인 존재로서 위치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존재함으로 인해서 만물·시간·공간 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우주가 발생과정에서 생명이 창조된 것이 아닌 생명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주장이다.
이중 1~4번째 원리는 미시세계의 법칙인 양자역학에서 이미 밝혀진 원리이다. 미시입자(양자)의 운동에서 관찰자라는 존재는 양자의 운동에 영향을 준다. 즉 관찰자의 의식이 물질인 양자와 상호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미시의 세계에서는 의식과 물질이 서로 얽혀 주관적 의식세계와 객관적 물리법칙의 세계의 구별이 사라지게 된다. 2002년 발표한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파동이 되려는 빛의 입자인 ‘광자(光子)’를 주파수변환기를 통해서 파동으로 변환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자 광자가 변환기를 지나치기 전에 미리 ‘광자’ 상태를 유지하였다고 한다. 모든 입자는 쌍둥이 입자를 지니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이 광자의 쌍둥이 입자도 같은 작용을 하였다고 한다. 이 실험을 통해서 과학자들은 입자들의 행동을 결정짓는 유일한 요소는 연구 관찰자의 의식이며, 물리적 입자들이 인간의 의식에 반응하고, 두 쌍둥이 입자 사이에는 공간과 시간이 없는 것과 같은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두 입자를 아무리 멀리 심지어 우주 정반대쪽에 갖다 놓아도 한 입자가 변하면 다른 입자도 동시에 변하게 된다.
그동안 이러한 양자원리가 미시세계에만 적용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2009년 권위 있는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지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양자의 운동이 우리의 일상 영역에까지 확대된다고 한다. 양자보자 훨씬 큰 이온쌍의 경우도 서로 물리적 특성이 얽혀있어 공간과 시간에 상관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실험을 해보니 버키볼(Buckyballs)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원자구조 또한 양자적 법칙이 적용되었으며, 더 나아가 인간 규모의 물체의 일상생활에도 적용이 되었다.
다중우주론과 죽음의 의미
바이오센트리즘은 양자역학과 함께 다중우주론(多重宇宙論, multiverse theory)을 이론적 기초로 삼는다. 다중우주론이란 현재 지구가 속해 있는 우리 우주 외에 또 다른 우주가 무수히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다중우주론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다중우주의 형태에는 거품 형태의 우주가 수없이 있고 서로 연이어 붙어 있다는 이론과 여러 개의 작은 거품우주가 더 큰 거품우주에 갇혀 있고 그런 큰 거품우주가 수없이 존재한다는 이론이 있다.
다중우주론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도 사용된다. 가장 유명한 양자역학의 원리는 어떤 관측이든 정확한 관측은 불가능하며 대신 가능한 관측의 범위만이 확률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중우주론에 따르면 ‘가능성’이라는 것으로 나타난 관측결과는 각각 다른 우주와 상응한다고 한다. 그리고 무한수의 우주가 있으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어떤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죽음은 실질적인 측면에서 존재하지 않게 된다. 여러 우주들 중 한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상관없이 수많은 우주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한 우주에서 생명이 소멸되는 죽음의 나타나더라도 그 생명이 다른 우주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란자 박사는 사람이 육체적으로 사망할 때 두뇌에 남아있는 20와트의 에너지는 “내가 누구지?”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사망한 후에도 이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에너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과학 원리의 입장에서 이 20와트의 에너지의 행방을 현실 세계에서는 설명할 수 없다. 즉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우주로 흘러갔다고 할 수 있다.
생명은 우리의 일상적인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간다는 직선적인 사고방식을 초월하는 존재이다. 란자 박사는 생명에게는 비직선적 차원이 있으며 생명은 우주에서 영원히 반복적으로 피어나는 꽃과 같다고 한다. 그리고 이 생명이란 존재를 떠난 독립적이고 외재적인 우주는 없다고 한다.
보통의 현대인들에게 이런 양자역학과 다중이론을 기초로 하여 생명을 우주의 중심으로 본 바이오센트리즘의 설명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의식과 물질이 상호작용한다든가 공간과 시간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생명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주장 등은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설명들이다. 마치 지구는 당연히 평평하다고 믿는 중세 시대의 사람들이 실은 지구가 둥글다는 설명을 듣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현대 최신 과학이론은 이제 우리에게 사고의 변환을 요구하며 새로운 관점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고 세상과 자아를 바라보라고 말하고 있다.
<참고문헌>
* Robert Lanza, Bob Berman, 『Biocentrism』: How Life and Consciousness Are the Keys to Understanding the True Nature of the Universe, BenBella Books, Inc., Dallas, 2009.
《대순회보》 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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