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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의 『골든아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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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아란 작성일2020.06.13 조회2,5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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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39 방면 선사 황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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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골든아워』의 저자 이국종에 대해 우리나라 중증외상외과 분야의 권위자이며, 2011년 소말리아의 해적에게 납치되어 중상을 입었던 석해균 선장을 기적적으로 살려낸 분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 후 그는 2017년 말 군사 분계선을 넘어온 북한 군사를 살려낸 일로 방송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눈길을 끄는 그의 이력으로 인해 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의 책이 출간되어 나왔을 때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중증외상환자는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외상으로 인해 반드시 수술적 치료 및 집중치료가 필요한 상태의 환자를 말합니다. 대부분 건설현장에서의 사고나 교통사고, 폭행 등이 원인이고 블루칼라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수술을 통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였지만, 일터로 돌아갔다가 또다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환자들의 사연이 가장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이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외상외과의 현실 역시 너무 참혹하여 마음이 쓰렸습니다. 외상외과는 고도의 정신 집중력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육체노동을 요구하고 있어서 의료계에서 가장 힘든 분야로 손꼽히고 있었습니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밤낮없이 수술해야 하고, 2~3일씩 밤새는 상황도 허다하며, 환자가 언제 어떻게 몰려올지 예측할 수 없기에 제대로 된 휴가를 즐길 틈도 없이 늘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힘들다는 이유로 외상외과를 지원하는 의사가 적다 보니 늘 인력난에 시달렸고 과로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치료비를 지급할 능력이 안 되면 그것이 고스란히 병원의 적자로 남고, 심지어 의료보험 심사평가원에서도 중증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비 지원을 일반 환자 기준으로 책정하는 실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상외과는 병원에 엄청난 적자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병원 내에서 끊임없이 욕을 먹는 자리였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저자의 마음 씀씀이는 더 빛이 나는 듯했습니다. 환자 중에 남편으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는 생계 때문에 사실을 숨기는 여성이 더 피해를 받지 않도록 여러 기관에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어린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는 이들이 보살핌의 손길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등 마음을 써 주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장면에서 그가 겉으로는 냉철해 보이지만 속에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저자에게서 정말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한 점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점입니다. 병원에 소속된 의사 즉, 직원으로서의 원칙은 병원의 지침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는 영국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이후 한국의 중증외상 시스템도 철저하게 환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을 펼치려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심지어 그는 맹렬한 비난을 받고 의료행위를 금지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증외상센터가 도약할 기회를 기다리며 병원의 지침을 받아들이고 버텼습니다.

  그는 ‘잘리는 순간까지 최고의 수술적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의 직업적 원칙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반복되는 힘든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아마도 외상외과를 그만두었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생계형 의사라고 언급하였지만, 사실상 중간에 이직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업무를 줬을 때 외상센터를 지키는 쪽으로 선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일어났습니다.

  또한, 그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 의사의 원칙이라 여기고 그대로 따랐습니다. 언론에서 저자에 대해 크게 보도하면서 그의 위상이 올라가고 정치권에서 외상외과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늘어났을 때입니다. 그는 그러한 외부의 소리에 우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수술하는 ‘본연의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지원과 관심은 일시적이었지만, 여전히 그는 환자를 살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고비가 있었습니다. 사직 압력을 강력하게 받기도 하고 중증외상센터가 존폐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상황을 역전시키는 사건이 생기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극적으로 고비를 넘겨 왔습니다. 그의 끊임없는 개선 노력 덕분에 다소 더디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정부의 지원금도 늘어나서 이제는 수억의 적자에 시달리는 부서는 아니라고 합니다. “함지사지이후(陷之死地而後)에 생(生)하고 치지망지이후(置之亡地而後)에 존(存)한다”고 하신 『대순지침』의 구절을 떠올리며 온갖 화를 먼저 겪은 후에 드디어 복을 받는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전경』 교법 2장 4절에 “일심을 가진 자에게는 지체없이 베풀어 주리라”는 구절을 떠올리며 저자가 일심으로 임했기에 마침내 복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자는 자신의 안위보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팀원들에게 더 집중했습니다. 자신이 과로로 쓰러졌을 때 오히려 후배의 다리 수술을 걱정했고, 소속 직원들이 과로로 쓰러지거나 유산하는 상황을 너무나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심각한 인력 부족난에 대해 병원과 정부 기관에 관련 논문 자료들을 첨부하여 여러 번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그가 어디로 어디까지 가야 할지 스스로 묻고 또 물어서 그 답을 후배 의사에게서 찾았다고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후배들이 있는 한 버틸 것이고 후배들이 나아갈 수 있는 길까지 가는 것이 자신의 종착점이라고 말합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고 해서 외면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원칙을 지키며 노력하기 때문에 후배 직원들도 그를 보며 버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도인들도 상제님의 천지 공사를 받드는 일이라는 큰 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의 과정에서 의지가 나약하여 마음이 흔들리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각과 후각이 서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안위가 아닌 선각과 후각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결국은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남을 잘 되게 하는 공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읽고 많은 반성을 하였습니다. 저는 늘 주어진 현실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적당하게 안주하는 선택을 해 왔습니다. ‘어쩔 수 없어’라는 핑계로 합리화하고 제 마음을 속였습니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노력이 부족하여 후각들도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저의 수도가 오랜 시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국종 교수를 본보기 삼으려고 합니다. 원칙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자세 그리고 환자와 후배들을 위하는 따뜻하고 진심 어린 마음을 본받겠습니다. 부딪히기 힘든 상황이 생겼을 때 그라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떠올려 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특히 훈회를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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