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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 이덕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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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일 작성일2020.06.20 조회2,5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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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팀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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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물처럼 흘러가는 세월 속에 어떻게 내 정신을 바르게 지켜 아깝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열두세 살 때부터 날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는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열여덟 살 이덕무』는 조선 시대 대표적 문장가로 손꼽히는 그가 열여덟 살에서 스물세 살 사이에 쓴 글을 모은 책인데, 위 질문에 대해 고심한 결과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짐한 바를 담고 있다.

  스무 살 전후의 청년에게서 얼마나 깊은 삶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기대할 수 있을까? 책을 읽기 전에 들었던 의구심은 몇 페이지만 넘기면 가뭇없이 사라진다. 영양실조 끝에 폐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끊임없는 책 읽기를 통해 맑은 정신과 바른 삶을 성취하고자 했던 이덕무는 젊은 날에 이미 성숙한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의 글을 번역하고 해설한 정민(한양대 국문과 교수)은 서문에서 인간이 과연 나이가 듦에 따라 정신적으로 발전하는 존재인가 의심스럽다며 그의 조숙함에 놀라움을 표하였다.

  책은 네 종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무인편(戊寅篇)』은 열여덟 살 되던 무인년(1758)에 쓴 글이다. 공부하다가 스스로 경계로 삼고자 그때그때 메모한 글들을 모은 것인데, 5년이 지난 후 다시 보고 도(道)에 가까운 듯한 것이 있어 좋게 볼 만하다고 자평했다고 한다. 스물세 살에 쓴 『세정석담(歲精惜譚)』 역시 독서를 하다가 마음속에서 얻어지는 바를 모은 글이다. 그 제목은 흘러가는 세월과 쇠해지는 정신은 되돌릴 수 없으니 세상에서 가장 아깝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적언찬(適言讚)」은 벗 윤가기의 「적언」에 대한 찬사로, 즐겁고 편안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밟아야 할 여덟 단계를 시구로 보여준다. ‘참됨을 심자’가 첫 단계이고, ‘세상을 즐기라’가 마지막 단계이다. 이 글에 이덕무의 인생관이 압축되어 있다. 「매훈(妹訓)」은 스물한 살 때, 여섯 살, 일곱 살 터울의 두 누이에게 결혼한 여자가 지녀야 할 덕목을 써준 훈계의 글이다. 여기에서 그는 조화와 순리를 뜻하는 화순(和順)을 무엇보다도 강조한다.

  글에 실린 단상(斷想)들은 철저한 유학적 가르침의 실천에서 나왔다.

 

 

마음속에 한 점의 시기조차 없어야 호남자(好男子)이다. 내가 늘 이렇게 되려고 힘써 왔다. 이런 시가 있다. ‘넓은 가슴 통쾌하게 서 말 가시 없애고 마음은 툭 트여서 사방 통한 큰길 같다.’ 하지만 또한 말만 쉽고 행하기가 어려울까 염려되니 어떻게 해야 하나? 남의 작은 선(善)을 아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면 된다. 

 

 

  호남자의 마음이 어떠한지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렇게 되기 위한 시작으로 남의 작은 미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서 가치 있는 삶을 향한 그의 강한 실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글 읽기를 통해 알거나 깨닫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통해 얻은 가르침을 생활화하여 자신의 삶을 바르게 가꾸고자 한 것이다. “옛사람을 배울 때는 실천을 공부로 삼는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겸허에 대한 다음 구절이 가장 인상 깊다. “남을 이기려 드는 것이 가장 큰 병통이다. 구구한 이야기로 기세를 돋워 소리를 높여 남을 꺾으려 드는 것은 통쾌한 일이 아니다”, “사람의 허물은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지점에서 더하여진다.” 맹자가 인간의 병통으로 남의 스승이 되기를 좋아하는 점을 제기했다면(「이루 상」), 이덕무는 남 이기기를 들고 있다. 남을 이기거나 자기만 옳다고 하는 것은 공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겸허의 부족인데, 그의 통찰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듯하다.

  그의 삶은 도에 관한 생각에도 반영되어 그에게 도는 일상에 있고 눈앞에 있어(道在日用目前) 몹시 얕고도 가까운 것이다. “얕기로 말하면 물 뿌리고 비질하며 응대하는 것만 한 것이 없고, 가깝기로는 어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라고 이덕무는 말한다. 일상의 삶을 떠난 도는 그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글 읽기를 통해 얻는 바를 어김없이 일상생활에 옮기고자 했던 이덕무의 삶은 현재의 수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비길 데 없는 커다란 도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라 생활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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