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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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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일 작성일2020.11.24 조회2,2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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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팀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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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의 길을 따르는 참 이야기를 찾아내고 풀어내고 빚어내는 것.” 이 책을 쓴 구비문학 연구자 신동흔(건국대 국문과 교수)이 스스로 생각하는 운명적 과업이다.

  ‘하늘의 길을 따르는 참 이야기’가 무엇일까? ‘하늘의 길’이 뜻하는 바가 언급되지 않아 막연하지만,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를 담고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곧 저자는 옛이야기에 인간이 가야 할 길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옛이야기의 가치를 높이 여기는 그의 해석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다니! 옛이야기가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 온 것은 재미와 함께 인간의 도리를 일깨우는 감동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는 수도인들이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저자의 해석을 이야기의 줄거리와 함께 전하고자 한다.

 

 

신립 장군 이야기 

  길을 헤매다 한 기와집에 묵게 된 신립은 그 집의 가족을 몰살한 흉악한 종을 죽이고 홀로 남은 처녀를 구했다. 그녀는 소실로든 종으로든 거두어 달라고 간청했지만, 신립은 처자식이 있어 그럴 수 없다며 길을 나섰다. 등성이를 넘어가려는 순간,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돌아보니, 그녀가 집에 불을 지르고 지붕에 올라 불에 타 죽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으로 가버린 신립은 임진왜란 때 원귀가 된 처녀의 소리를 따라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가 패전했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저자는 몸과 마음을 던져 매달리는 처녀를 저버리고 떠난 신립을 무책임하다며 나무란다. 그의 행동은 죽어 가는 사람을 보고도 모른 척 지나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처녀는 신립이 떠날 때 “가다가 언덕 위에서 한번 돌아보라”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신립이 절대 용서될 수 없는 장면을 지적한다. 불에 타 죽어 가는 처녀를 버려두고 가던 길 계속 간 것. 달려와 고이 묻어 주고 정성껏 제사를 지내고, 사죄로써 그녀의 원혼(冤魂)을 달래 주어야 했다는 것이다.

 

 

삼천 냥의 보은 

  동냥해서 겨우 부모를 공양하고 있는 소년(10여 세)이 집안이 부유했던 시절의 충복(忠僕)으로부터 삼천 냥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나랏돈 삼천 냥을 갚지 못해 남편과 아들이 죽을 처지에 놓이자, 먼저 물에 빠져 죽으려는 부인과 며느리를 보았다. 소년은 아무런 조건 없이 그 돈을 그들에게 주었다. 그 후, 그(소년)는 16세에 성품 좋은 여자와 결혼했다. 아내와 함께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던 어느 날, 그는 집에 온 스님의 도움으로 자신이 살려준 가족을 다시 만났고, 그들은 보답으로 재산의 반을 그에게 나누어 주었다.

  저자는 집안 생계가 걸린 삼천 냥을 주저 없이 건넨 소년을 높이 평가한다. 사람으로서 죽으려는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으므로 무조건 두 여인을 구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한다. 소년은 나중에 그들로부터 보답을 받았지만, 거금을 주는 순간 이미 보답을 받은 것으로 저자는 본다. 그 순간, 마음이 충만해지고 몸에서 빛이 나는 것으로. 그리고 아무 가진 것이 없는 그가 덕 있는 여자와 결혼하게 되는 것은, 그러한 빛이 또 다른 빛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뱀술 먹고 문둥병 고친 이야기 

  어느 부잣집에서 술 항아리를 열자 그 안에 죽은 뱀이 떠 있었다. 꺼림칙하게 여긴 주인은 그 술을 버리려고 하는데, 문둥이들이 달라고 한다. 주인은 꺼림칙한 술을 그냥 주면 죄가 될 것 같아서 먼저 한 모금 마신 다음에 주었다. 그들이 떠날 때, 주인은 또다시 미안하다며 떡과 음식을 주었다. 1년이 지난 후, 그들이 찾아와 그 술을 먹고 병이 나았다며 사례했다.

  저자에 따르면 주인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술을 먼저 마신 것은 문둥이들에게 무척 고마운 일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더 흔쾌한 마음으로 술을 받아 들이켰고, 그 마음 자체가 그들의 병을 치유하는 데 한몫한 것으로 풀이한다. 그들이 다시 찾아온 것도 마신 술보다는 주인의 마음씀 때문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베풀기의 한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마음을 함께 베풀어라. 마음을 실으면 독도 약이 된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 

  줄거리는 생략하고 바로 저자의 해석을 보면, 이 이야기는 온달과 평강공주 두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평강공주와 아버지 사이의 어긋남을 그렸다고 한다. 즉 딸을 제 곁에 잡아 두려는 아버지와 그 품을 벗어나 자기의 길을 찾아가려는 딸의 이야기. 저자에 따르면 평강공주가 아버지 평원왕이 정해 준 짝을 거부하고 궁궐을 나온 것은 아버지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실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바보로 불리던 온달을 나라 최고의 장군으로 키워냄으로써 그러한 삶을 실현하는데, 이를 통해 아버지도 구원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딸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는 욕망과 자기만이 옳다고 하는 아집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한다.

 

 

  옛이야기에서 인간의 길을 찾고자 하는 저자는 그것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편의 글 마지막 부분마다 이야기의 주제에 따라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바꾸는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서술하고 있다. 앎과 삶의 일치. 저자는 옛이야기의 가치를 진심으로 소중히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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