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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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혜정 작성일2022.06.23 조회1,534회 댓글0건본문
부여 방면 선무 신혜정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평소 꿈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저자(이미예)가 “사람은 왜 꿈을 꿀까?”, “왜 인생의 3분의 1씩이나 잠을 자며 보내도록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 속에 기분 좋은 상상을 더하여 지어낸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잠이 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마을이 주된 배경이다. 꿈 백화점은 그 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이며 그 속에는 특별한 장르의 꿈들이 구비되어있다. 달러구트는 손님들에게 꼭 필요한 꿈을 추천하여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꿈 백화점의 운영자이다. 이 책은 꿈을 판매하는 달러구트와 그의 직원들, 꿈 제작자, 그리고 꿈을 구매하는 손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중 꿈 백화점에서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와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예지몽’에 대한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서 느낀 점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
먼 옛날 ‘시간을 다스리는 신’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세 명의 제자에게 과거·현재·미래의 시간 중 어떤 시간을 담당할 것인지 물었다. 당돌한 첫째 제자는 재빨리 미래를 선택했고 미래를 다스리기 위해 과거에 얽매이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시간의 신은 첫째 제자에게 과거를 쉽게 잊어버리는 능력을 주었다. 마음이 여린 둘째 제자는 지난 기억들과 함께라면 오래도록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여 과거를 선택했다. 시간의 신은 둘째 제자에게 무엇이든 오래 추억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가장 현명한 셋째 제자는 마지막 남은 현재의 시간이 아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모두가 잠든 시간’을 택했다.
그렇게 각자 맡은 시간을 다스리며 지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첫째 제자가 맡은 미래에서는 그들이 너무나도 쉽게 잊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안개처럼 뿌옇게 쌓여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무엇을 위해 미래를 꿈꿔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둘째 제자가 다스리던 과거에 사는 사람들은 좋았던 옛 추억에만 머물러 있어서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겪게 되는 이별,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이것을 본 시간의 신은 조용히 셋째 제자를 찾아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그들의 그림자가 대신 깨어 있도록 해주어라. 그림자가 밤새 대신 경험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은 둘째처럼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첫째처럼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았어야 할 것들은 이튿날 아침이면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이것을 ‘꿈’이라고 부르거라”라는 말을 남기고 희미하게 사라져 갔다.
이 이야기를 읽고서 첫째 제자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둘째 제자가 대비하지 않았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거에 관한 고민을 하지 않고서 미래를 맞이한다면 무엇을 위하여 미래를 꿈꿔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된 소설 속의 그들처럼, 과거를 디딤돌로 삼지 않은 미래는 방향성을 바르게 설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날 상대가 나에게 베풀어준 호의를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기억한다면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그 은혜를 갚으려고 할 것이다. 또는 과거 어떤 이에게 상처 되는 말을 했었는데 그때의 상황과 감정, 그리고 상대가 겪었을 괴로움에 대해 충분한 고민과 반성을 한다면 미래에는 비슷한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똑같은 이유로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할 것이다. 이렇듯 지난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기억한다면 쉽게 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같은 척을 반복해서 짓지 않는 삶을 살 수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과거는 분명 중요한 시간이지만, 오히려 둘째 제자처럼 지난날의 좋았던 기억에만 머물러 있고자 한다면 현재의 힘든 상황이나 다가올 미래의 난관들을 극복해 나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한때 능력을 인정받았던 경험이나 일이 수월하게 잘 풀렸던 일부의 기억에만 의존하여 현재의 어려움 또한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면 실제로 역경이 닥쳤을 때 힘들어서 좌절하고 포기하거나 두려움에 문제를 회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막연하게 큰 노력 없이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현재의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여 과부족을 고쳐나간다면 결과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고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허물을 가린 채 계속 자기합리화를 하게 된다면 늘 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기억하며, 은혜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현재에서 노력하는 만큼 미래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태몽 제작자인 ‘아가냅 코코’가 제작한 예지몽과 관련된 에피소드이다.
예지몽
하루는 아가냅 코코가 태몽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꿈을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납품하게 되었다. 그 꿈은 예지몽이었는데,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지극히 일상적인 미래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시시한 꿈이었다. 이 꿈이 자신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손님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던 손님에게는 뜻밖의 선물이 될 것으로 생각한 달러구트는 그 꿈을 가장 가치 있게 이용할 수 있는 손님에게 판매하기 위하여 예지몽 판매대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그때 나림이 꿈 백화점을 방문했다.
작가 지망생인 나림은 시나리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일상에서 늘 소재거리를 고민했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좋은 소재가 될 만한 꿈이 없나 고민하던 중 달러구트로부터 예지몽을 추천받게 된다. 하지만 나림은 미래를 미리 알아버린다면 나태해질 수도 있고, 직접 겪으면서 삶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예지몽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는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에 걸맞은 미래가 올 것이라 믿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받아들이면서 살고자 하였다. 이런 삶에 대한 태도를 가진 나림에게 달러구트는 자신 있게 예지몽을 추천한다. 짧은 꿈을 꾸고 일어난 나림은 꿈에 대해 기억을 전혀 하지 못했다.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던 평범한 어느 날, 나림은 남자친구로부터 온 전화를 받는 친구의 모습을 본 순간 어디선가 경험한 것 같은 기시감에 휩싸이며 머릿속에 복잡하게 흩어져 있던 시나리오 장면이 정리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꿈에서 다른 사람들이 누구와 사랑에 빠지는지를 미리 본 사람이 연애 컨설턴트가 되는 이야기를 쓰는 거야!”
이 이야기를 읽은 후 마지막에 나림이 데자뷔를 겪으면서 그동안 고민했던 것에 대한 답을 얻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녀는 시나리오의 소재에 대하여 매일매일 고민했다. 일상 속의 모든 순간마다 시나리오 소재와 연관시켜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쌓인 노력의 시간과 그녀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가 어우러져, 무심코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일상 속의 한 장면에서 큰 깨달음을 얻고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이 에피소드에서 예지몽은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시시한 꿈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달리 비유하자면 평범한 일상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고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 가끔 우리는 똑같이 반복되는 날들을 지루하다고 느껴 특별한 이벤트가 생기길 바란다. 하지만 매일 찾아오는 그 반복된 하루가 실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예지몽과 같은 선물 또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평범한 일상에서도 어떤 힌트가 있는지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헛되게 시간을 보내지 않을 것 같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꿈의 특별함을 통해 꿈 백화점을 찾은 손님들에게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이를 통하여 깨달음을 전해주는 책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는 이 외에도 본인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경험을 계속 반복하게 하는 꿈, 타인의 삶을 경험하게 하는 꿈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또한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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