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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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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희 작성일2020.08.20 조회2,8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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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용서, 과거와 화해

 

금릉1-6 방면 교감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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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먼 미래 우주에서 다양한 외계인과 교류하며 은하계 밖에 있을지도 모를 신비한 행성의 삶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우주 속 셀 수 없이 많은 행성 중 하나, ‘뮐’에 사는 ‘펄’ 족은 해변 모래밭에 맑은 하늘과 싱그러운 바람 속에 진주를 채집하며 살아간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되지 않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진주는 자연이 준 가장 큰 선물이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무엇이든 복제 해내는 특이한 동물(컨버터)이 있다. 펄 족은 자연이 준 것에 대해 욕심내지 않고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준다.

  펄 족의 공주 리호가 진주를 자연으로 돌려주는 의식을 하는 날, 갑자기 하늘에서 불꽃이 일고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화염이 행성을 덮친다. 엄청나게 큰 비행체가 행성으로 떨어지고 왕국 사람들은 행성 내 유일한 대피처인 우주선으로 몸을 피한다. 안타깝게도 미처 피하지 못한 공주는 대피선 창밖에서 부모와 얼굴을 마주한 채 삶을 마친다. 그리고 공주의 영혼은 파장이 되어 우주 어딘가로 퍼져 간다.

  30년이 지난 어느 날, 연방 요원 발레리안과 로렐린은 특수 임무 수행을 위해 키리안 행성에 도착한다. 불법 거래현장을 찾아 도난당한 물건을 회수하는 것이 임무다. 키리안에는 다른 차원의 신기한 물건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온갖 불법 거래가 이루어지는 쇼핑몰 ‘빅 마켓’이 있다. 두 요원은 관광객처럼 꾸미고 쇼핑몰에 들어간다. 다른 차원을 보고 만질 수 있는 특수 헬멧과 장갑을 착용하고 가이드를 따라 들어선 세상은 그냥 보기에는 넓은 사막을 걸어가는 것 같지만 3차원에서 보이지 않을 뿐 완벽히 다른 차원의 세상이다. 발레리안과 로렐린은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 거래현장에서 물건을 회수한다. 회수된 물건은 펄 족의 컨버터다. 컨버터는 두 손바닥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작은 동물이다. 컨버터 회수 소식이 사방에 알려지자 이를 노리는 이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런데 우주정거장 ‘알파’에 문제가 생겼다. 알파 중심부에 강력한 방사능 반응이 잡히고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다 알파가 폭발할지도 모른다. 어떤 신호도 뚫을 수 없어 직접 탐사선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요원은 없었다. 특수팀을 파견했지만, 모두 사망했다. 방사능 구역 문제로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리고 발레리안과 로렐린은 사령관을 보호할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회의 중에 침입한 자들이 사령관을 납치하고 그들을 추격하는 과정에 발레리안의 종적을 잃어버린다.

  발레리안은 위험한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자신을 이끄는 어떤 존재가 있음을 느낀다. 리호 공주의 파장이라 확신하고 그 이끌림대로 찾아간다. 우여곡절의 추적 끝에 사령관을 찾은 두 연방 요원. 사령관이 잡혀 온 곳은 방사능 지역이라 들어갈 수 없다던 알파의 중심부다. 알고 보니 사령관 납치범이 펄 족이다. 과거 그들이 살던 행성 폭파를 지시한 사람이 사령관임을 알고 데려온 것이다. 30년 전, 펄 족은 고향을 잃어버리고 떠돌다가 우주정거장 알파에 이르게 되었고 그들이 지닌 진주를 에너지원으로 새로운 삶의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진주를 복제하기 위해서는 펄 족에게도 컨버터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펄 족은 컨버터보다 먼저 사령관을 택했다. 그들과 상관없는,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전쟁 때문에 고향별이 소멸하였고 함께 삶을 영위하던 6백만 명이 함께 사라졌다. 펄 족은 단지 사령관에게 왜 행성을 파괴했는지, 그들이 행성에 살고 있었는지를 몰랐던 것인가 묻고 싶을 뿐이다. 사령관은 전쟁에서 질 수 없었기에 생명체가 있음을 알고서도 행성 근처에 대규모 미사일을 쏘았고 생명체의 존재를 인정하면 국가는 막대한 보상 책임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니 자국민의 파멸을 막기 위해 펄 족에 관한 모든 기록을 지웠다고 말한다.

  펄 족의 왕과 왕비는 생존자이자 인간들이 영원히 잊고 지우려고 하는 과거의 증인으로 “용서는 할지라도 어찌 잊을 수 있겠소”라며 시간이 기억을 지우진 못해도 책임자에 대한 분노는 지웠으니 잘못을 빌면 용서하려는 뜻을 내보인다. 펄 족의 태도에 감동한 두 요원은 원래 그들의 소유였던 컨버터를 돌려주고 사령관에 대한 심판은 인간에게 넘겨진다.

 

  영화 ‘발레리안-천 개 행성의 도시’는 미래의 우주 모습과 다양한 외계 종족 등 상상으로 빚어낸 볼거리가 많다. 연방 요원이 납치된 사령관을 찾아다니는 장면은 지금까지 나왔던 SF영화 장면을 모은 것과 차원을 달리했다. 자율 운항 되는 우주선, 천 개 행성으로 이루어진 도시 알파, 3천만 인구와 3,236종이 공존하며 지식과 문화가 교류하는 곳, 5천 가지가 넘는 언어가 사용되고 동서남북 각각의 환경에 맞춰 여러 종족이 살고 있다는 설명을 화면으로 보여 준다.

  영화 초반에 다른 차원의 시공간에서 물건을 가지고 오는 장면은 우리 인간이 사는 공간과 신의 공간이 한곳에 있으면서도 영향을 주지 않고 존재할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게 했다. 다른 차원의 물건을 변환 기계에 넣고 개인의 DNA코드를 입력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옮겨오는 장면에서는 꿈에서 본 것을 저런 식으로 가져올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했다.

  화려한 볼거리만큼 내용과 대사에서 오는 감동이 많았던 영화다. 포화 속에 어쩔 수 없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펄 족의 공주는 죽는 순간 자신의 영혼을 우주로 보내 수호자를 선택한다. 선택을 받은 연방 요원은 공주의 파장이 이끄는 대로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펄 족의 원을 푸는 방향으로 간다. 그런 주인공의 행보는 수도는커녕 종교를 가질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던 내가 입도한 것이 조상님의 공덕 덕분이라는 선각들의 말씀을 떠올리게 했다. 입도하기까지 우여곡절과 수도하면서 겪은 파란만장이 영화 속 펄 족의 이야기처럼 깊이 맺힌 누군가의 원한을 푸는 것과 연결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도를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백성과 자식을 잃고도 용서한다는 건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이 바탕에 있기에 가능한 행동일 것이다. 이렇게 과거를 용서하고자 하는 펄 족과 달리 죄책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령관에게 “자신이 과거와 화해하지 않는 한 당신의 미래는 없다”라는 대사에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비는 것이 해원의 출발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과거에 전생도 포함한다면 내게 일어나는 현재의 일이 내가 없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테니 업보와 화해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어쩌면 우리가 살지도 모를 미래를 보여주기도 한다. 몇 년 후 미래의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우리가 살 가능성이 전혀 없는 몇백 년 후의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일 것이다. 밖으로 다니기 어려워진 요즘, 집안에서 아주 먼 미래를 상상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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