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2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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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변현지 작성일2022.06.23 조회1,667회 댓글0건본문
잠실10 방면 선사 변현지
▲ 영화 ‘127시간’ 장면 캡처
얼마 전 ‘127시간’이란 영화를 다시 보았습니다. 주인공은 아론 랠스톤이란 미국인입니다. 그가 바위로 이루어진 협곡을 홀로 여행하다가 당한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2003년 5월, 주인공 아론은 블루존 캐니언이라는 협곡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경쾌하게 달립니다. 만나는 여행객들에게 지도에 나오지 않는 길을 알려줄 만큼 아론은 그곳 지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능숙하게 수직 절벽을 지나다가 잘못해서 바위와 함께 추락합니다. 설상가상 그의 오른팔이 협곡과 바위 사이에 끼어버렸습니다.
아론은 팔을 빼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바위는 꿈적도 하지 않습니다. 지나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바위에 팔이 낀 상황에도 그는 침착하고 긍정적입니다. 그에겐 밧줄과 캠코더, 물 한 병, 무딘 칼, 스낵류 몇 개가 전부입니다. 물과 과자는 계산해서 생존에 필요한 최소량만 먹습니다. 물이 떨어질 때까지 탈출을 못 하는 경우를 대비해 오줌도 받아둡니다. 그리고 칼로 팔 주변의 바위를 갉아 봅니다. 며칠 밤낮으로 바위를 갉았으나 진전이 없습니다. 그는 이런 와중에도 자신만의 라디오쇼를 녹화하면서 의기소침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의욕적이던 그도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떨어지고 물과 먹을 것이 떨어지자 최악의 상황을 걱정합니다. 가족과 즐거웠던 시간, 부모님께 무심했던 자신, 사랑했던 여자를 떠나보낸 후회 등이 스쳐 지나갑니다. 과거의 모든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했으나 감사할 줄 몰랐던 자신을 후회합니다.
조난 후 5일이 지났을 때 거의 포기 상태가 됩니다. 협곡에 자신의 이름과 생일을 칼로 새기고 캠코더에 유언을 남깁니다. 의식이 흐려지는 비몽사몽간에 아들과 놀며 행복해하는 미래의 모습을 보고는 팔을 자르기로 결심합니다. 피가 안 통하게 오른팔 위쪽을 강하게 묶고 왼손으로 칼을 들고 팔을 자르기 시작합니다. 칼이 뼈에 걸려서 더 이상 나가지 않자 팔을 꺾어서 뼈를 부러뜨립니다. 처절한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절대 기절하면 안 된다고 되뇌면서 정신을 잡습니다. 간신히 바위에서 빠져나온 후에 여전히 바위에 끼어있는 자기 팔을 바라보며 고맙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아직 남은 먼 길을 재촉하면서 영화는 막바지로 향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혜가 스님이 생각났습니다. 밤마다 왼팔이 피로 얼룩지는 꿈을 꾸며 고통스러워하던 혜가는 달마대사에게서 ‘전생을 안다면 현생을 알고 미래를 안다면 할 일을 안다’라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팔을 잘라버립니다. 아론이나 혜가나 그들이 잘라낸 것은 단순히 신체의 한 부분이 아니라 겁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겁액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실제 아론도 잠깐 등장해서 사고 이후 삶을 보여줍니다. 그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들도 생겼습니다. 의수를 착용하고 산행을 즐기면서 사고에서의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전합니다. 바위가 떨어진 게 비극이 아니라 축복이었다고. 그는 끔찍한 사고가 갑자기 닥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아주 옛날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숨 쉴수록, 살아 움직일수록 점점 바위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었기에 시련과 역경에 직면했을 때 상황을 받아들여 더 나은 삶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 외면하고 주저앉아 원망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그가 ‘함지사지이후(陷之死地以後)에 생(生)하고 치지망지이후(致之亡地以後)에 존(存)한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순지침』에 “모든 일에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과정에는 반드시 장애가 있으니 이것을 겁액이라 한다. 겁액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데 성공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내가 겁액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를 바꾸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련이 나에게 왔을 때는 원망하고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반성하고 받아들였을 때 살길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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