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활동세계종교의회 참관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경원 작성일2018.11.19 조회4,302회 댓글0건본문
대진대학교 교수 이경원, 연구원 김태수
지난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는 제6회 세계종교의회(Parliament of the World’s Religion: PWR)가 개최되었다. 본 종단 대순진리회에서는 각국 종교인사들과의 교류와 국제부 활동 차원에서 참여하게 되었다. 이 회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크며, 종파를 초월하여 각 종교의 신앙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대회로 알려져 있다. 최초 대회는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었는데, 당시 힌두교의 비베카난다(Vivekananda, 1862~1902)의 연설을 통해 미국 및 전 세계에 인도사상과 요가·명상 등이 널리 소개된 대회이기도 하다.
그 후 이 회의는 20세기의 격동기 동안 개최되지 못하다가, 1993년 시카고에서 재개되어 현재까지 5년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되어 왔다. 특히 시카고 대회에서는 한스 큉 목사가 ‘세계윤리(Global Ethic)’를 주창함으로써 종교간 대화와 지구촌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을 고취시킨 바 있다.
오늘날 지구촌 시대의 도래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며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른바 지구 생태계의 파괴, 종교 및 정치적 명분을 앞세운 침략전쟁과 테러,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남반구와 북반구의 불균등 발전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과 절대빈곤 등이 이러한 지구적 차원의 문제들이다. 또한,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달과 물질문명의 역기능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 물질주의, 인간소외 및 급격한 사회변동이 초래한 가치관의 혼란 등이 심리적 차원에서 인간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증후군에 속하는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는 인류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므로 세계윤리는 인류공동의 미래에 대한 관심에 기초를 두고 있다.
따라서 종교인의 사명 또한 먼저 이러한 세계윤리를 자각하고 지구촌 문제 해결에 앞장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모임의 대의이다. 2015년 본 의회는 우리의 인간성 회복을 중심으로 자비·평화·정의 그리고 지속가능성의 세계를 위해 다같이 노력하자는 취지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전 세계 80여 개국 50여 종교단체에서 12,000여 명의 종교인들이 참석한 이번 대회는 ‘종교 간 하나됨’을 모토로 전 세계 종교단체 및 영성 공동체 간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미국만 하더라도 아메리카 원주민과 흑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역사가 있고 이슬람·유대인·유색인종 및 시크교도 등에 대한 편견과 폭력이 현재에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인 만큼, 첫 만남에서 종교와 민족을 달리한 참가자들이 서로 따뜻하게 반기는 모습에 모두들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면 지나친 우려였을까?
본 회의에서는 여성, 성스러운 공간, 홍보대사 프로그램, 종교지도자 양성, 미움에 맞서는 신앙 등 다섯 개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각 종교 별로 131개의 홍보 부스를 설치하여 책자 및 개별적 소개를 통해 자신의 종교를 홍보하기도 했다. 각 종교의 부스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며 각 종교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자 하는 열린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하나라도 더 설명해 주고 나누고 싶어 하는 서로의 모습에서, 어떤 종교인이나 종교학도라도 꼭 한번 참관하여 살아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친밀한 분위기 탓인지, 많은 종교인들이 전통 복장 차림으로 참석한 개회식장에서부터 폐회 만찬 및 공연에 이르기까지 마치 하나 된 의식과 마음을 지닌 신앙인이라는 연대감이 참석자들 간에 공유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개회식과 폐회 만찬석상에서는 본 회의의 의제인 기후변화와 생명에 대한 관심, 소득불공정과 과소비, 전쟁·폭력 및 언론의 편중성, 여성의 존엄성과 인권 등과 관련한 제 연설과 기도가 이어졌다.
특히 이 중에서 “평화와 정의실현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내용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전갈과 함께 달라이라마 존자의 메시지 녹화 내용이 많은 호응을 받았다. 지구환경이 피폐해져서 지속 가능한 성장이 위기에 처한 현재, 종교인들이 자비심과 사랑의 마음으로 자신과 남을 위한 봉사에 종사하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를 일깨워 주는 연설이었다.
수많은 행사 내용 중 인상 깊었던 강의는 세계종교박물관을 세운 바 있는 대만 영취산(靈鷲山) 불교교단의 대표 심도법사(心道法師, 1948~ )가 많은 서양 청중들을 대상으로 마음과 몸을 안정시키는 명상수련법을 전하는 광경이었다. “심호흡을 통해 차분하게 심기를 가라앉힌 후, 눈이 코를 관찰하고, 코가 입을, 입이 마음을 관찰한 후에 다시 심호흡을 한 후, 소리 없음을 듣는다”는 4단계 방식의 기초적 명상법이었는데도 많은 서양인들이 숨죽이며 익히려고 하는 모습에서 청중들이 동양사상과 수양·명상 등에 많은 관심과 열의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의 후 만난 유타대 과학 부문 연구원들이 우리 대순진리회의 기도·수련법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대화하고자 하는 과정 속에서 앞으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 있었다.
한편, 방문지 중에서 인상 깊었던 곳은 말일성도교회(몰몬교) 본부 교회사 도서관과 박물관이었다. 지난 여름 몰몬교 본부 교회사 도서관장이 한국종교학회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여주본부도장 관람과 함께 간단한 소개를 해드린 인연으로 이번에는 몰몬교 측에서 우리 방문단을 정중하게 대접하면서 성전, 도서관, 박물관 등 본부를 안내해 주었다. 성전 내부로 못 들어가는 점에 양해를 구하면서, 도서관장은 “여주본부도장 관람 시에도 영대 내부에는 못 들어가지 않았느냐.”고 말씀하셔서 다들 웃음꽃이 터지기도 했다.
몰몬교 도서관은 고문서 사료관리 및 복구에 뛰어난 기술력과 인력 및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향후 지속적 교류를 통해 운영 시스템 인프라 구축 및 확장 등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또한, 해외 선교를 목표로 실력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브리검 영 대학을 포함, 전 세계에 4 곳의 해외 교육센타를 설립하여, 해당 외국어 및 경전·교양·소양 교육을 행하고 있는 점 또한 좋은 귀감이 된다고 생각했다. 선교사들이 대략 2년간의 해외 선교 시 왕복 비행기 삯 이외 기타 비용은 자비로 충당해야 하기에 고등학교 재학시부터 선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말에 신선한 충격을 느끼기도 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폐회 만찬을 통해 ‘종교간 하나됨’을 모토로 하는 본 대회의 취지에 상응한 연주와 합창이 있었다. 그 후에 몰몬교 본부 성전에서 진행된 각 종교 대표의 음악 공연이 있었다. 그런데 공연 자체보다도 공연장에 감도는 따뜻한 분위기에 사뭇 각성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공연이 끝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서로 옆자리에 있는 사람과 손에 손을 잡고 부둥켜안으며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이슬람과 유대인 랍비, 힌두교와 불교, 기독교와 아메리카 인디안이 함께 공연하고 어울려 기도하는 속에서 서로를 용서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함께 나아가야 할 향후 인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가슴 뭉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상제님 천지공사 내용 중에, “지기가 통일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류는 제각기 사상이 엇갈려 제각기 생각하여 반목 쟁투하느니라. 이를 없애려면 해원으로써 만고의 신명을 조화하고 천지의 도수를 조정하여야 하고 이것이 이룩되면 천지는 개벽되고 선경이 세워지리라”(공사 3장 5절)고 말씀하신 바가 있듯이 ‘종교 간 하나됨’의 운동이 오늘날 세계 종교계의 대세로 대두되고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향후 우리 종단이 준비해야 할 과제가 크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종교 간 대화는 물론이고 종교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며 나아가 지구촌 사회에서 세계윤리 구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참관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 우선 여성, 환경, 인권, 사회 부정의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대순진리회의 인존사상과 해원상생의 가치를 재차 실감했다. 사회가 개혁되더라도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제어되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는 위기를 모면할 수 없기에 성인들의 가르침을 넘어 상제님의 천지공사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공사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양대 진리가 마음에 배고 몸에 배도록 부단히 실천하는 도인이 되어야 함이 선결과제일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자세를 개조하여 협동도덕심을 익혀 나가야 할 것이다.
비록 이번 의회에서는 참관에 그친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개별적으로 교류한 인사들의 대순진리회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볼 때, 다음 의회에 대비하여 세계 종교인들에게 종단을 정식으로 소개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종단이 필요로 하는 실력 있는 인재들을 배출하는 일이 시급함을 절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이후 세계종교의회의 일정이 젊은 세대들의 관심에 부응하여 2년에 한 번 개최하기로 정해진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 우리 종단의 세계화와 함께 많은 젊은 도인들의 실력 배양을 기대해 본다.
<대순회보> 176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