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활동도쿄대학교 학술발표 및 견학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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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의성 작성일2018.11.20 조회4,460회 댓글0건본문
잠실25 방면 평도인 김의성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전공 박사과정수료
필자는 작년에 중국 산둥대학교에서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한 것에 이어서 올해 2월에는 도쿄대학교와의 교류 차원으로 진행된 일본 단기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단기연수는 3박 4일의 일정으로 도쿄대학교에서의 학술발표와 도교 국립박물관 견학 등이 예정되어 있었다.
첫째 날은 특별한 일정이 없이 일본 숙소 근처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고 다음 날 발표를 진행하기 위한 간단한 미팅과 준비들을 했다. 둘째 날은 오전부터 도쿄대학교 중국사상문화학연구실을 둘러보고 현재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 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인 고지마 쯔요시[小島 毅]01 교수와의 토론 시간을 가졌다. 그의 저서인 『사대부의 시대』와 『유교와 예』를 미리 읽어간 우리 학생들은 내용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고지마 교수는 한 명 한 명의 질문에 성실히 임했고 2시간이 넘도록 책을 통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특히 신사(神社)에 대한 그의 독특한 관점은 중요한 내용 중의 하나였다. 고지마 교수는 일본의 신사가 유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보았으며, 그에 따라 신사의 참배가 사후의 그 사람에 대한 비판적 평가까지도 포괄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였다. 이것은 일본의 종교적 문화로서 신사의 무조건적인 찬양과 무조건적인 비판이라는 대립적 주장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하는 그의 역사의식이 숨어 있는 주장이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부터 저녁까지 진행된 학술발표에서는 성균관대학교 학생 9명과 도쿄대학교 학생 5명이 각자 자신의 연구 분야를 15분 정도 발표하였고 통역과 일본어 초록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발표를 들은 학생과 교수는 질문하고 발표자는 그에 대한 답변을 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종합토론 때 질문에 대한 내용들을 좀 더 자세히 다루는 것으로 진행하였다. 연구의 주제는 경학 분야 2편, 유가사상 분야 2편, 도가사상 분야 2편, 종교사상 분야 3편, 역학사상 분야 2편, 예술사상 분야 2편, 연구사 분야 1편으로 구성되었다. 다양한 주제가 다뤄지면서도 연구의 깊이가 있는 논문들이 발표되어 유익한 시간이었고, 도쿄대학교 학생들의 고증학적인 연구 경향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필자는 ‘한국 신종교사상의 인식 문제에 관한 연구-대순사상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대순진리회의 종교사상을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일본인들에게 생소한 대순진리회의 사상적 특징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필자의 논문 발표가 끝나고 도쿄대학교 학생 중 한 명이 한국 신종교의 개념과 논문에 나오는 신명(神明)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이에 한국 신종교의 개념이 19세기 중엽에 태동된 동학(東學)을 비롯한 한국의 많은 민족종교와 기성 종교의 한국적 변용까지를 포함하여 신종교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개념 자체가 형성과정에 있음을 말하였다. 그리고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인식과 관련된 ‘신명’의 의미에 대해서는 존재의 본질과 관련하여 유교의 리(理)와도 상통될 수 있음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물론 단편적인 설명이었기 때문에 추후 설명이 추가되어야 했다.
▲ 필자의 발표 모습(상)과 학술발표 후 단체사진(하)
질문한 학생은 중국에서 유학 온 학생이었는데 대순사상을 다룬 필자의 논문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감사함을 느꼈고 발표가 끝난 후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개인적으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작은 체구에 다부진 외모가 인상적인 여자 학생이었는데 조선족 친구로부터 한국어를 배워 한국어도 꽤 잘했다. 현재 남편과 함께 일본에 살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십여 년 전에 성균관대학교에서 도쿄대학으로 유학 가서 현재 조교로 근무하고 있는 선배의 이런저런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의 학생, 중국과 홍콩, 대만에서 유학 온 학생들과도 명함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언젠가 다시 만나 학문적으로 교류할 날을 기대해 보았다.
셋째 날은 자료 수집의 일정을 수행하였다. 도쿄대학교에서의 자료 수집은 일본에서 자신의 연구 분야와 관련된 서적들을 살펴보고 복사하는 것으로 진행하였다. 도쿄대학교에서는 책들이 도서관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로 분산되어 보관되고 있었다. 한곳에 모여 있는 서적들이 지진에 의해서 한꺼번에 소실되는 경험을 한 후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중국사상문화학연구실에서 소장하고 있는 중국의 역사, 철학과 관련된 서적들을 비롯하여 한국의 역사, 철학과 관련된 서적들을 살펴보았다. 한국 자료에는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북한의 자료들이 많이 있어 살펴볼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고서적들이 모여 있는 도서관에서 자료들을 살펴보고 복사했다. 도쿄대학교에서 나는 주로 인식론, 형이상학과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또한, 도쿄대학의 자료뿐만 아니라 도쿄에서 가장 큰 서점 중 하나인 삼성당(三省堂) 서점에 들러서 책을 둘러보고 그 양옆에 즐비한 고서점들의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그곳에서 나는 도쿄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학자가 쓴 『物의 体系(물의 체계)』와 일본 신도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룬 『神道의 歷史(신도의 역사)』라는 책을 구입했다.
우리는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서 도쿄대학교를 둘러보기도 했는데, 정문에서 보이는 시계탑이 높이 솟은 건물은 도쿄대학의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건물이라고 하였다. 그곳에는 예전에 불에 탔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일본의 학생들에게도 민주화라는 순수한 열정이 남아 있었다고 생각하니 일본이라는 나라가 새삼 달리 보였다. 또한, 정문 앞에 세워진 도쿄대학교 교수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 푯말은 왠지 스스로에게 자극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한류와 같은 문화적 영향으로 많은 성과를 이루었지만 순수한 과학이나 학문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뒤떨어져 있다. 한국의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겪는 살인적인 경쟁에 비하면 국가적 경쟁력에서 현실은 초라한 것이다. 어린 학생들의 수학점수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수학을 왜 배우는지에 대한 이해는 하위권이라는 일례는 우리 모습을 잘 보여준다. 너무 우리만의 테두리 안에 갇혀서 서로를 시기하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인류를 위한 더 큰 목표를 보고 상생(相生)의 경쟁을 한다면 우리도 충분히 노벨상을 받을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순사상을 공부하는 학생들 또한 전 세계를 보고 대순사상을 연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였다. 주위의 시선에 좌우지되거나, 우리 안에 머물러서 당장의 성적표에 연연하지 말고, 대순사상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전 인류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연구한다면 우리도 대순사상으로 노벨문학상 정도는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꿈같은 얘기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을 뛰게 하는 열정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날은 박물관과 유적지를 둘러보고 저녁 비행기로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처음 찾아간 곳은 센소사[淺草寺]라는 절로 아사쿠사관음사[淺草觀音寺]라고도 한다. 628년 어부 형제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물고기 대신 그물에 걸려 올라온 관세음보살상을 모시기 위해 건립하였다고 한다. 관음당 중앙의 본존이 안치된 궁전은 일본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단일 관광지로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일본의 명소이다. 인상적인 것은 절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신도 신앙에 융합된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돈을 던지고, 현세의 운세를 점치는 등의 기복적인 특징들이 많이 나타나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도쿄국립박물관이었다. 이곳에는 일본의 유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유물까지도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주로 목조나 석조로 만들어진 일본의 불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일본인이 가진 특유의 세심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인의 심성에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부처님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는 것이 왠지 모를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우에노 공원을 둘러보고 근처의 신사를 견학하고 돌아왔다.
① 여의륜관음보살좌상(如意輪觀音菩薩坐像) : 일본, 13세기 가마쿠라시대(鎌倉時代)
② 비로자나불 입상(毘盧遮那佛立像) : 한국, 9~10세기 통일신라(統一新羅)~고려시대(高麗時代)
이번 단기 연수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는 일본을 생각할 때 주로 부정적인 단어들을 많이 떠올린다. 제국주의, 역사왜곡, 식민통치, 개인주의, 극우적 성향 등 많은 편견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선입견 때문에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갈수록 국경의 경계는 없어져 가고 있다. 일본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고 세계의 문제이다.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이 그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더욱 심각해졌다고 해서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를 그들만 받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가 그 끔찍한 일들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비단 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일본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본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좀 더 일본인들을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할 때 상생에 바탕을 둔 인류애(人類愛)를 조금이나마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정(情)이 생기는 법이니 말이다. 상제님께서 어질 인(仁) 자를 일본인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붙여 주셨다.02 이제는 수도인들이 그 인자함으로 우리 주위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한국인의 후덕한 정을 나누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순회보> 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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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의 연구는 학파 위주로 이루어지는 중국사상사에 대한 기존 연구방법을 지양하고 사상사를 서술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중국 근세사상문화의 전개를 예교(禮敎)의 전개과정으로 파악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통해 일본은 물론 미국과 대만 등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02 상제께서 어느 날 가라사대 “조선을 서양으로 넘기면 인종의 차별로 학대가 심하여 살아날 수가 없고 청국으로 넘겨도 그 민족이 우둔하여 뒷감당을 못할 것이라. 일본은 임진란 이후 도술신명 사이에 척이 맺혀 있으니 그들에게 맡겨 주어야 척이 풀릴지라. 그러므로 그들에게 일시 천하 통일지기(一時天下統一之氣)와 일월 대명지기(日月大明之氣)를 붙여 주어서 역사케 하고자 하나 한 가지 못 줄 것이 있으니 곧 인(仁)이니라. 만일 인 자까지 붙여주면 천하가 다 저희들에게 돌아갈 것이므로 인 자를 너희들에게 붙여 주노니 잘 지킬지어다.”고 이르시고 “너희들은 편한 사람이 될 것이오. 저희들은 일만 할 뿐이니 모든 일을 밝게 하여 주라. 그들은 일을 마치고 갈 때에 품삯도 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리니 말대접이나 후덕하게 하라.” 하셨도다. (공사 2장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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