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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논단대순진리회의 치성의례와 그 상징성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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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정애 작성일2018.05.01 조회3,9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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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위원 진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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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머리말 

 

종교에 있어서 의례(儀禮 : ritual)는 종교적 수행을 의미하며, 종교의 기본이 되는 종교경험을 현실에서 행위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종교사상을 현재화(現在化)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많은 종교학자들은 종교에서 관념적인 요소(legomenon)보다 행위적인 요소(dromenon)가 우선하고 중요하다는 견해에 대해 일치한다. 종교인류학자 월라스(A. Wallace)는 ‘종교는 신화에 의해 설명되는 의례의 체계(Religion is a set of rituals, rationalized by myth)’라고 규정하고 의례를 종교의 기본적인 현상으로 생각하여 종교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마렛트(R. R. Marett) 역시 ‘원시 종교(Savage religion)는 사고의 표출(thought out)이 아니라 몸짓의 표출(dancing out)’이라 하여 종교에 있어서 의례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01

이와 같이 의례는 제사나 예배와 같은 실천체계로서 몸짓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정형화된 행동(stylized action)이며, 그 몸짓 속에는 교리적 의미가 각각 담겨 있다. 이러한 의례 행동의 정형성(定型性)은 각기 다른 곳에서 각기 다른 시간에 동일한 형태의 의례를 할 수 있게 하는 반복성(反復性)을 지니게 한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반복성은 제사행위의 표준화를 유도하고, 제사행위에 담겨있는 교리적 내용의 표준화된 신념체계를 의례집단이 공유하게 된다. 이처럼 의례는 외형적으로는 실천체계이지만, 신념체계와 상호의존적인 구조적 관계에 있는 역사적이고 집단적인(historical and collective)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한마디로 의례의 내용이 전인적인 경험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종교 의례를 통하여 전인적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삶의 새로운 통일과 인격의 변화를 갖게 되고, 전통적 가치를 수용함으로써 공동체 정회원의 자질을 새롭게 각성하기도 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기도 한다.02

대순진리회에서의 의례는 ‘구천상제님’에 대한 믿음을 중심으로 성스러운 신앙성을 강조한다. 그러한 반면에 성스러움 자체인 상제님이 직접 인간 증산으로 속세에 나타나 삼계(三界)를 구원한다는 내용에서 증산과 상제님이 둘이 아닌 성속일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성속일체인 상제님에 대한 신앙으로 수도인들은 의례를 통하여 일상생활에서 쉽게 얻을 수 없고 상식적인 논리로 설명되지 못하는 신비체험을 갖는다. 엘우드(R. S. Ellwood)는 정신적 각성이나 영혼의 정화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 마지막으로 고요하게 빛나는 평화로운 합일의 과정에 도달함으로써 신비체험을 통해 궁극적 실재와 직접 만나는 합일의 체험을 갖게 된다고03 하였다. 신비체험을 통해 인간은 결국 일상적 삶을 넘어서 다른 차원의 삶을 영위하게 된다.04

이 의례가 정립된 것은 상제님의 천지공사로부터 도주님의 교리 정립과 체계화, 이에 도전님께서 종통을 이어받음으로써 변화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수도인들은 의례가 대순사상의 목적인 지상천국건설을 이루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대순진리회의 의례는 크게 일상의례(기도, 수련), 공부, 치성의례로 나누어진다. 일상의례에서 수련은 자기 자신의 현재의 심성(心性)과 기질(氣質)을 닦아서 맑고 바른 본래의 심성과 기질로 환원시키도록 마음과 몸을 단련하는 의례이며, 기도는 신앙의 대상인 상제님에게 기원하고 신명과 소통하면서 자기가 바라는 바 소원성취를 축원하는 의례이다. 그리고 공부는 도장의 일정한 장소에서 지정된 방법으로 정해진 시간에 행하는 의례이고, 치성의례는 대순진리회의 정기적인 주요 행사일을 기리기 위하여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에게 정성을 다하는 경축(慶祝) 제례의식(祭禮儀式)이다.

이 논문에서는 대순진리회 의례의 한 부분이 되는 치성의례를 중심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치성의례는 수도인들이 집단적으로 행하여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고, 화합의 바탕이 되게 하며, 몇 가지 종교행위가 종교사상의 상징적 표현체계로 조직되어 집단적·관례적으로 행사되는 의례이다. 또한 치성은 마음에 정성을 담아 주(酒)·과(果)·포(脯) 등 일정한 전수(奠需)를 올리고 일정한 시간에 행함으로써 의례의 종합된 절차를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치성의례 정립과정과 종류 및 성격을 연구하고, 대순진리회 고유의 부분이 되는 치성의례가 가지는 상징성을 연구하는 것은 대순진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의미가 깊다고 생각된다.

 

Ⅱ. 치성의례의 정립과정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순진리회의 치성의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통하여 보여준 의례로부터의 변화양상을 살필 필요가 있다. 상제님께서 행하신 천지공사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인간과 세계 그리고 우주의 근본적인 변혁 즉 개벽을 집행한 공사이다. 상제님은 삼계대권을 주재하시어 공사를 처결하실 때에 의례를 통하여서도 목적한 바를 실현하셨다. 그러나 그 의례를 행하실 때에 일정한 규정을 갖춘 형식이나 절차가 정해지지 않고 시행되어졌지만 현재까지 그 의례의 원형은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다.

그 예로서 상제님이 공사를 행하실 때에 주로 송주(誦呪)와 종이에 글자나 그림을 그려서 불사르신 소지(燒紙)의 행위는 대순진리회의 의례의 원형이 되어 치성에 행해지고 있다. 그 내용 중 하나는 “상제께서 계묘년 정월에 날마다 백지 두서너 장에 글을 쓰거나 또는 그림(符)을 그려 손이나 무우에 먹물을 묻혀 그것들에 찍고 불사르셨도다.”05에서 나타난다. 이것은 신명을 천지공사에 부르는 의례로서 소지의 행위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신명을 부르는 의례가 있다.

상제께서 어느날 고부 와룡리에 이르사 종도들에게 “이제 혼란한 세상을 바르려면 황극신(皇極神)을 옮겨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도다. “황극신은 청국 광서제(淸國光緖帝)에게 응기하여 있다.” 하시며 “황극신이 이 땅으로 옮겨 오게 될 인연은 송우암(宋尤庵)이 만동묘(萬東廟)를 세움으로부터 시작되었느니라.” 하시고 밤마다 시천주(侍天呪)를 종도들에게 염송케 하사 친히 음조를 부르시며 “이 소리가 운상(運喪)하는 소리와 같도다.” 하시고 “운상하는 소리를 어로(御路)라 하나니 어로는 곧 군왕의 길이로다. 이제 황극신이 옮겨져 왔느니라.”고 하셨도다. 이때에 광서제가 붕어하였도다.06

이 신명을 부르는 의례는 송주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이 송주로써 하는 의례를 종교학에서는 주술의 유사법칙이라 설명하고 있다. 즉 ‘비슷한 행위는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운상하는 소리를 비슷하게 냄으로써 운구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황극신을 운상의 소리로 옮겨 놓은07 사실로써 확인되어진다.

또한 상제께서는 문하에 입도하려면 ‘종도들을 상제님 좌우에 두고 청수를 앞에 놓고 종도에게 태을주(太乙呪)를 스물 한번 읽게 하신 후에 입도자로 하여금 읽게 하신’(교운 1장 18절)공사를 하셨다. 이것은 입도치성의 전신이 되는 공사이다. 청수(淸水)는 맑고 깨끗한 물로서 입도치성 시에 제수(祭需)로 올려 진다. 치성자는 청수봉행하고 마음을 청정하게 하여 한마음으로 심고할 때 자신의 심령을 정화할 수 있으며 소원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청수에 대한 다른 구절을 『전경』에서 찾아보면, 상제께서 “무당 여섯 명을 불러오게 하고 그들의 관건을 벗기고 그들의 각자 앞에 청수를 떠 놓고 그것을 향하여 사배를 하게 하고 시천주 세 번을 제각기 따라 읽게 하셨도다. 이것을 끝내고 그들의 이름을 물은 다음에 각자로 하여금 청수를 마시게 하니 이것이 곧 복록이로다.”(교운 1장 32절)로 되어 있다. 청수는 천한 사람을 높이는 복록의 역할을 하고, 또한 지난날의 허물을 씻고 복록, 수명 지기금지(至氣今至)를 크게 내려 주시옵기를 갈망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례를 통해 동서남북 사방 천지에 보은하고, 천지기운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청수봉행이 입도자 그리고 수도인에게 중요시되고 있다.

여기에 나타나는 또 하나는 배례에 대한 의례이다. 배례 가운데 사배에 대한 의례는 『전경』의 다른 구절에서 그 구체적으로 행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상제님께서 종도들에게 양지 온 장에 사람을 그려서 벽에 붙이고 제사 절차와 같이 설위하고 난 뒤 ‘그 곳을 향하여 상악천권(上握天權)하고 하습지기(下襲地氣)식으로 사배하면서 마음으로 소원을 심고하라’고 명하였다. 식을 마치고 어느 종도 한 사람이 ‘상제님께 심고하였나이다.’고 말씀을 올리니, 상제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가라사대 ‘내가 산제사를 받았으니 이후에까지 미치리라’고 하셨다.(교운 1장 37절) 이 공사에서는 대순사상의 의례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으로, 신앙의 대상인 상제님께 올리는 ‘법배’의 형식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것은 하늘의 권세를 위로부터 자신의 몸속에 끌어 들이고, 아래로부터 땅의 대기(大氣)를 끌어 올려 몸속에 넣는 자세를 취한다. 이 자세는 상통천문(上通天文) 하달지리(下達地理) 중찰인사(中察人事)와 관련이 있는 배례라 하겠다.08

이상으로 상제님의 천지공사를 통해서 치성의례의 전형이 되는 송주·소지·입도치성 시 사용되는 청수·심고·법배 등의 의례를 살펴보았다. 이 의례들이 그대로 도주님께 전수되어 치성 의례 시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시행되어 진다.

도주님께서 만주에서 우리나라로 귀국하시어 무오년 가을에 안면도에 있는 재실에서 공부하실 때 상제님께 치성을 올리신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상제님은 입도치성의 방법, 배례하는 방법은 일러주셨으나 직접 절을 하신 적은 없었다. 그러나 도주님이 상제님께 치성을 올리는 의례적 행위는 도주님이 상제님을 받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도주님은 을축년(1925년)에 도장을 건립하고 나서 상제님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상제(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上帝)’로 봉안하고 종지 및 신조와 목적을 정하셨다. 오직 도주님만이 ‘강세하신 강증산이 구천상제’라고 밝히셨고, 또한 대순진리의 교리를 정하셨으므로 종통09을 이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도주님은 상제님께 치성을 올리고 나서 원평을 거쳐 구릿골 약방으로 가시는데,(교운 2장 10절) 이것은 상제님이 九년 동안 이룩하신 공사를 다시 밟기 위하신 것이고, 김제 원평으로 가라는 상제님의 명을 쫓는 것이다. 또 “성골이 옮겨진 후 십오일이 되니 상제께서 구세제민하시고자 강세하신 날이 되니라.”(교운 2장 23절)고 하였듯이, 이날 도주님의 주재 하에 통사동 재실에서 상제님의 강세치성을 올리고, 도주님을 따르던 종도들은 이 재실에서 매일 밤낮으로 치성을 올리고 공부하시는 도주님의 시종을 들었다고 한다.

도주님께서 행하신 치성의례의 방법적인 면에 있어서 『전경』에 구체적으로 언급된 구절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자세하게 기술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대순진리회에서 행하고 있는 모든 치성의례는 도주님께서 행하시던 것을 그대로 이어 받았으므로 도주님께서 행하신 치성의례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로써 대순진리회에서 행하는 치성의례는 상제님이 천지공사를 통해서 보여준 의례들이 도주님께서 상제님과 천지신명께 올리는 치성의 의식으로써 정립되어졌으며, 그것을 그대로 이어 받아 대순진리회에서는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Ⅲ. 치성의례의 종류 및 절차 

 

1. 치성의례의 일반 개요

치성은 정성의 표현으로 특정의 의례절차에 따라 영대에 전수(奠需)를 차려 올리면서 소원성취를 축원하는 동시에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의 덕화(德化)에 감사를 드리고 그 치성일마다 뜻을 기리어 기념하는 의례이다.

대순진리회의 도장에서 행해지는 치성은 각 도장의 영대에서 행하고, 치성복장은 전원이 한복을 착용하여 정한 식순에 따라 절후 치성을 제외하고는 축시 정각에 모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납향치성은 각 방면의 회관이나 회실에서 행하고, 입도치성은 입도하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서 입도하는 사람의 자택이나, 회관, 회실 등에서 할 수 있다.

치성장소로서 ‘영대(靈臺)’는 상제와 천지신명이 계시는 가장 신성한 장소이다. 수도인들이 도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 밖의 속세와 상징적으로 분리되며, 경건함과 엄숙함을 마음속으로 느끼며 언행을 조심하게 된다. 구체적인 의례행위는 숭도문을 지나 영대를 향해 향전읍(向殿揖)10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신앙의 대상을 직접 안치한 영대에 들어서면 과도기의 단계가 된다. 곧 신의 영역으로 들어섰으되 아직 신과 합일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때 도인들은 신에게 예를 표하기 위해 의례를 통하여 영적으로 신명의 기운을 받는다. 이러한 과정은 공간적으로 통과하는 의례가 영적으로 통과하는 의례로 전환11되는 것을 보여준다.

치성절차는 크게 준비 과정, 본 과정, 마무리 과정의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준비 과정에는 치성을 모시는 사람들 모두 마음과 몸을 정화시키는 ‘재계(齋戒)’와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에게 드릴 제물을 준비하여 진열하는 ‘진설(陳設)’이 있다. 심신(心身)을 정화하고 치성물을 정결하게 준비함으로써 바로 인간이 천지신명에게 드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성[誠]을 갖추는 것이며,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은 치성을 통해서 도인들의 정성을 받아들인다. 즉 도인들이 치성을 통해서 치성물을 매개로 하여 양위상제님과 교류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 과정에서는 먼저 치성의 시작단계로 향을 사른다. 향을 사르는 행위를 유교에서는 향이 하늘로 올라가 신명인 혼[神魂]과 감응한다고 하듯이 대순진리회에서 향을 사르는 행위 또한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께서 하감, 응감하시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치성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술은 세 번[初獻 ·亞獻·三獻] 바침으로써 신명을 감흥(感興)케 하며, 주문을 통해 보은의 마음을 표하고 흠향하시기를 간청한다. 그러고 나서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께서 치성물과 술을 드시도록 권하는 유식(侑食)의 의례를 드린다.

한편 상제님은 치성물을 받으시는 동시에 도인들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도 하는데 이때 복이 도인들에게 전달되는 도구가 바로 치성에 올렸던 치성물과 술이다. 마지막으로 치성의례가 끝나고 영대에서 물러나와 음복의례를 한다. 음복(飮福)은 신명이 흠향(歆饗)하고 내려온 신성한 전수를 치성을 모신 도인들이 복을 받음으로써 치성을 드리는 핵심적인 목적을 성취하는 의미가 있다. 신명이 흠향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전적으로 인간의 정성 여하에 달려 있다. 의례를 행하는 사람에게서 경건한 마음이 결핍되면 의례에서 쓰이는 폐백이 아무리 규모 있게 잘 갖추어졌다 하더라도 형식의 껍질만 남고 내용의 정신이 사라져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치성은 은혜를 입은 도인들의 고마움과 정성의 갸륵한 봉헌(奉獻)이라 한다면, 음복은 정성을 흠향한 신명의 지극한 자애의 화답인 것이다. 이러한 서로의 화답 속에서 치성은 기쁨의 극치에 이르게 된다.

이 음복의 의례를 유교에서는 준()이라고도 하는데, 신명께서 흠향하신 후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이다.12 신명이 흠향하신 음식은 신명의 능력과 신성이 닿은 성물(聖物)이요, 복이 담겨진 복물(福物)이다. 그래서 음복의례에 치성참석자가 서로를 축원해주며 전수를 나누어 먹는 것은 신명을 중심으로 하여 서로의 유대와 친교를 깊게 한다.

음복의례의 효과로서, 신명과의 신비로운 교류를 통해 만남을 체험하여 생명의 활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생명의 소속감과 뿌리 의식을 깊게 하여 도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일깨워주고, 도인 공동체가 이루어야 할 바람직한 상태가 무엇이며 각자가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 지도 깨닫게 해준다.

2. 치성의례의 종류 및 성격

치성에는 도장의 영대에서 행하는 치성과 납향치성, 입도치성의 구분이 있다. 모든 치성일자는 음력으로 정하여 시행한다. 단, 절후치성은 예외로 양력으로 행한다. 치성의 종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강세·탄강치성 : 구천상제께서 강세하신 날(1871년 음력 9월 19일), 도주께서 탄강하신 날(1895년 음력 12월 4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올리는 치성이다.

② 화천치성 : 구천상제께서 화천하신 날(1909년 음력 6월 24일)과 도주께서 화천하신 날(1958년 음력 3월 6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올리는 치성이다.

③ 봉천명치성 : 도주께서 1909(기유 : 15세시)년 음력 4월 28일 구천상제의 천명을 받들어 부친과 함께 만주 봉천(지금 심양)으로 가신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올리는 치성이다.

④ 득도(得道)치성 : 도주께서 9년간의 공부 끝에 상제의 삼계(三界)를 대순하신 진리를 감오 득도(得道)하신 날(1917년 음력 2월 10일)을 기념하기 위한 치성이다.

⑤ 영대봉안(靈臺奉安)치성 : 서울 중곡도장의 영대에 구천상제의 진영(眞影)을 봉안한 날(1971년 음력 5월 24일), 여주본부도장의 영대에 구천상제의 진영을 봉안한 날(1986년 음력 10월 25일), 제주수련도장에 구천상제의 진영을 봉안한 날(1989년 음력 6월 24일), 포천수도장의 영대에 구천상제의 진영을 봉안한 날(1992년 음력 6월 24일), 금강산토성수련도장의 영대에 구천상제의 진영을 봉안한 날(1995년 음력 12월 13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올리는 치성이다.

⑥ 명절치성 : 원단(元旦) 치성, 정월 보름 치성, 중추 치성이 있다. 원단 치성은 음력 정월 초하루에 지내고, 보름 치성은 음력 정월 보름에 치성을 지낸다. 율력서(律曆書)에 “정월은 천지인(天地人)이 합일하고 사람을 받들어 일을 이루며, 모든 부족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이라고 한다. 원단 치성은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에게 한 해를 잘 돌봐주시기를 기원하고 선령(先靈)을 추모하여 지낸다. 중추(仲秋) 치성은 음력 8월 15일에 가을 수확을 하여 감사의 뜻으로 햇곡식, 햇과일을 신명께 먼저 올리는 것이다. 원단 치성에는 메 대신 떡국을 올리고, 중추치성에는 햅쌀로 지은 메를 올리며 일반 떡 위에 송편을 추가하여 올린다.

⑦ 절후(節侯)치성 : 절후치성이란 24절후일에 봉행하는 치성이다. 24절후 중에 사립 이지(四立二至)라 하여 입춘, 입하, 입추, 입동과 동지, 하지가 드는 시간에 맞추어서 치성을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⑧ 중양절(重陽節)치성 : 음력 9월 9일은 중구라고도 하며, 양이 겹쳤다는 뜻으로 이날은 손(損)이 없는 가장 좋은 길(吉)일이라 하여 우리 조상들은 명절로 하였다. 이 길일에 옛날부터 유배지로 한이 가장 많은 제주수련도장에서 후사를 못 두고 떠돌아다니는 중천신을 위하여 올리는 치성이다.

⑨ 납향(臘享)치성 : 납(臘)은 섣달의 뜻이고, 향(享)은 제사지내다의 뜻으로 납향이란 섣달에 올리는 제사라는 말이다. 그 명칭의 유래는, 하(夏)나라 때는 가평(嘉平)이라 하였고, 은(殷)나라 때는 청사(淸祀)라 하였고, 주(周)나라 때는 대사(大)라고 하다가 한(漢)나라 때에 비로소 납향이라 하였다. 납향 치성일의 변천을 알아보면, 우리나라 신라 때는 당(唐)을 본받아 인(寅)일로 하다가, 고려 때는 송(宋)을 본받아 술(戌)일로 바꾸고, 조선조 태조 때 우리나라의 방위가 동쪽의 목(木)자리에 있으므로 청제(靑帝)에 해당하니 미(未)일을 납일로 삼는 것이 옳다고 하여 그렇게 정하고 지금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조선조부터 미(未)일을 납일로 잡은 이유는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는 채옹(蔡邕)의 설을 인용하여 “청제(淸帝)는 미랍(未臘)으로 목(木)에 속하며 동방은 목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13 국가에서는 이날 종묘와 사직에 공물을 바치고 제사를 지냈다. 1989년 도전님의 분부에 따라서 매년 동지 이후 세 번째 오는 미(未)일에 지내는 치성으로 제후가 천자에게 올리는 치성이다. 이 치성은 각 지방의 회관과 회실에서 행한다.

⑩ 입도치성 : 대순진리회에 입문하는 사람이 처음으로 도문에 들어와서 본 회의 취지와 신조를 따르고, 상제께서 대순하신 진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또한 입도자는 신앙의 대상을 영원히 모시고자 하며 충실한 도인이 되기를 마음 굳게 맹서하는 의례이다. 이 의례는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올릴 수 없으므로 입도자는 정성을 지극히 해야 할 것이다.

3. 치성의례의 절차

1) 영대에서의 치성절차

① 진설(陳設) : 치성 시간 1시간 전에 모든 치성참석자는 각 치성 장소에서 시립하고, 진설원이 진설한다. 진설 시에는 원위 진설이 끝나고, 3위, 재위, 4위의 순서14로 진설하며, 같은 위(位)에서도 봉안된 위계 순서에 따라 그 순서를 명확히 구분하여 봉행한다. 치성시간이 되면 집례자의 구령에 따라 일동은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정렬, 시립한다.

② 분향(焚香) : 집사자가 영대에 올라가 분향상 앞에 무릎을 꿇고 반부복하여 향합에서 향을 뽑아서 분향한다. 그리고 집사자만 단독으로 15배례15를 올린다. 그때 고수는 영대의 북을 5번씩 3회 친다.

③ 초헌 정저(初獻 正箸) : 집사자가 영대에 올라가 반부복하면 우측 진설원이 먼저 구천상제의 원위 앞의 잔대를 내려서 집사자에게 주고 좌측 진설원이 그 잔에 술을 반잔 붓는다. 집사자는 그 술로 세잔(洗盞)한 다음 퇴주기에 부어 잔을 비우면 좌측 진설원이 그 잔에 술을 가득 붓는다. 집사자가 그 잔을 향로 위에서 우측으로 3번 돌려서 주면 우측 진설원이 이를 받아 구천상제님 원위 앞에 올린 다음 옥황상제, 서가여래 순서대로 잔을 올린다. 그리고 그 원위에 구천상제님, 옥황상제님, 서가여래 순으로 저를 정저한다. 그리고 3위, 재위, 4위도 같은 절차로 잔을 올리고 정저한다. 초헌이 끝나면 정렬하고 참례자 모두 배례를 올린다.

④ 아헌 정저(亞獻 正箸) 개기(開器) 삽시(揷匙): 아헌도 마찬가지로 초헌과 같은 절차로 잔을 올리고 정저한 다음 진설원은 멧그릇의 덮개를 열어 그 옆에 놓고 수저를 멧그릇 중앙에 꽂는다. 아헌이 끝나면 집사자 단독으로 배례를 올린다.

⑤ 삼헌 정저(三獻 正箸) : 삼헌 역시 초헌과 같은 절차로 헌작한다. 헌작이 끝나면 일동이 모두 집례자의 구령에 맞추어 배례를 올린다.

⑥ 고유(告諭) : 일동이 모두 부복하고 집사자가 주문 전문을 봉송한다. 주송이 시작되면 고수는 북을 5번씩 3회 친다. 그리고 치성에 참석한 모든 사람은 집사자의 주문이 끝나면 법좌하여 봉축주 1독, 태을주, 기도주, 도통주 각 4독을 합동으로 봉송한다. 이때 모든 사람의 주송이 시작되면 고수는 또 북을 5번씩 3회 친다.

⑦ 퇴갱(退羹) 반개(半蓋) 정저(正箸): 주문 봉송이 끝나면 일동은 일어나 정렬, 면수하고 진설원은 간사가 올리는 갱물을 받아 국그릇과 교체하여 올린 다음 멧그릇에 꽂았던 수저로 메를 조금씩 3번 떠서 갱물에 말고 멧그릇의 덮개를 반쯤 덮되 그 순서는 원위로부터 순차로 봉행한다.

⑧ 유식(侑食) : 퇴갱이 끝나면 일동은 약 3분 동안 부복하여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에게 치성물과 술을 드시도록 권하고, 봉축주의 내용과 같이 소원성취를 축원하는 심고를 올린다.

⑨ 하시(下匙) 합개(合蓋) : 일동은 일어나 정렬, 면수하고 진설원은 영대에 올라가 원위로부터 차례로 수저를 내려 시접에 뉘어 놓고 멧그릇의 덮개를 완전히 덮는다. 그리고 일동배례를 올린다.

⑩ 예필(禮畢) 국궁(鞠躬)16 퇴(退) : 일동은 국궁자세를 취한 채 영대에서 물러 나온다.

⑪ 음복 : 치성에 올렸던 전수를 내려서 참석했던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 먹는 절차이며, 신명이 흠향하고 내려온 신성한 전수이므로 음복을 신성시한다.

2) 납향치성의 절차

납향치성의 절차는 도장에서 행하는 치성에 비하여 납폐지를 소화하고, 진설은 원위에만 하며, 북은 치지 않는다. 그 외에는 도장에서 행하는 치성과 같은 절차에 준한다. 치성을 마치고 음복 전수품은 골고루 그 일부를 당일(當日)로 본부도장에 봉송(奉送)한다.

① 진설

② 분향 납폐지 소상

③ 집사자 배례

④ 초헌정저

⑤ 아헌정저 개기삽시

⑤ 삼헌정저

⑥ 고유

⑦ 퇴갱 반개 정저

⑧ 유식

⑨ 하시합개

⑩ 예필 국궁 퇴

3) 입도치성의 절차

입도치성은 입도하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서 날짜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 장소로는 입도하는 사람의 자택이나, 회관, 회실 등에서 할 수 있다. 입도 의식의 구성원은 입도자, 집사자, 집례자 및 전도인(傳道人) 등이다. 단 집사자와 집례자는 영대 참배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 한한다. 그리고 복장은 한복을 입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남자는 양복도 가능하다. 입도치성은 입도자의 정성에 의해 성의껏 전수(奠需)를 차리며 형편에 따라서 청수 한 그릇도 무방하다. 1982년 1월 2일 도전님의 훈시에서는 전수를 주·과·포(酒果脯)로 통일하셨다.17 입도의례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 성령지위 봉안

② 진설

③ 분향 납폐지 소상

④ 집사자 배례

⑤ 초헌정저

⑥ 일동배례

⑦ 아헌정저 개기 삽시

⑧ 집사자 배례

⑨ 삼헌정저

⑩ 일동배례

⑪ 고유

⑫ 집사자 주문 전문 독송(讀誦)

⑬ 입도자 녹명지 소상

⑭ 퇴갱 반개 정저

⑮ 유식

(16) 하시 합개

(17) 일동배례

(18) 일동 시립 성령지 소상

(19) 예필 국궁 퇴

(※ 상기(上記) 식순 중에서 주·과·포(酒果脯)로 행할 경우, 개기삽시·퇴갱·반개·합개의 순서는 생략한다.)

  

 

Ⅳ. 치성의례의 상징성

 

인류학자 터너(V. Turner)는 사피어의 상징 분류에 의거하여 의례적 상징(ritual symbol)18을 ‘함축적 상징’으로 고찰한 바 있다. 의례란 특정한 시기와 특정한 장소를 정하여 의례가 필요로 하는 갖가지의 사물을 진열하고 일정한 격식을 갖춘 의례적 행동을 행하는 것이다. 특정한 장소가 이미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과 같이 그 장소에 놓인 사물도 모두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19 치성의례에 있어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 때 사용되는 상징물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상징물들이 지닌 의미구조도 복잡하다. 즉 하나의 사물이 여러 의미를 상징하기도 하고, 또한 여러 사물이 하나의 의미를 상징할 수도 있다. 치성의례를 일련의 상징 전개로 파악하여 분석할 때 의례를 드리는 공간, 의례에 등장하는 의례절차, 의례용어, 상징물 등이 주요 연구대상이 된다.

종교적인 목적을 위하여 만들어진 건물은 그 실용적인 기능 이외에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원이나 교회 또는 제단의 건립 등은 하나의 성스러운 공간으로서 세속적인 공간과 구분 짓는다. 이러한 성스러운 공간(聖所)은 그 다양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모든 성과의 교제를 가능케 하는 명확한 장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20 본래 성역이 신의 현현장소라는 점에서 성별(聖別)되지만 주거지도 성인의 거주 장소라는 점에서 성화(聖化)되어 세속적인 공간과 분리된다. 이러한 성스러운 건조물은 모두 우주 전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21

대순진리회에서 나타난 건물의 상징은 대표적으로 도장을 들 수 있다. 도장은 도전님에 의해서 지어진 것이며, 수도인들이 수도하는 중심장소로서 성스러운 공간으로 구분된다. 이 도장은 세계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고 더 나아가 천·지·인의 새로운 모습을 향한 도전님의 의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또한 이곳은 대순진리회 수도인들이 이 중심지에서 주된 활동을 펼쳐나가며, 세계를 성화(聖化)시키는 주된 무대가 되는 곳이다. 치성의례가 치러지는 곳도 도장 안의 가장 신성한 장소인 영대에서 이루어진다.

치성의례에 참가한 사람들의 복식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한복을 착용한다. 한복은 우리나라가 생긴 이래로 양장을 하기 전 20세기 초까지 평상복으로써 우리의 전통적 복장이었다. 도장에서 치성을 모실 때 한복을 입는 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보전하여 지키고자 하는 상징을 띠고 있다. 대순진리회에서 종교복식이 되는 한복을 입고 치성을 모시는 것은 의례의 분위기를 차분하고도 엄숙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며, 신명과 인간과의 상호 작용에 위치하여 신에 대해 봉헌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치성의례의 과정 속에서 상제님께 올리는 법배는 증산과 상제님이 둘이 아닌 성속일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성(聖)인 신명계와 속(俗)인 인간계가 서로 다른 세계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상호간에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밀접하게 소통하는 대등한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상제님은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22 하여 신권(神權)보다도 인권(人權)을 중요시한 부분은 성속일체를 넘어 성스러움의 세계도 속의 세계를 함부로 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서, 서구 유일신 종교에서 볼 수 없는 하나의 독특한 의례적 행위임을 보여준다.23

치성 시에 사용되는 사물에는 상징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지닌 것이 있다. 먼저 입도치성 시에 쓰는 물과 불의 상징적 의미를 알아보기로 한다. 엘리아데에 의하면 물과의 모든 접촉은 재생을 포함하고 있다. 물은 가입의례에 의하여 새로운 탄생을 부여하고 주술적 의례에 의하여 치유하며, 장례의례에 의하여 사후의 재생을 보증해준다. 물 안에 모든 잠재력이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물은 생명의 상징(생명수)이 된다.24 입도치성에 쓰는 법수는 치성이 끝나면 입도자·집례자·집사자·전도인이 나누어 마신다. 치성을 모신 다음 물을 마시는 행위는 새로운 탄생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납폐지를 소상하는 행위는 불을 붙이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불은 그 물리적인 특성상 파괴를 통한 용해, 정화의 기능을 발휘한다. ‘불에 의해서 용해됨’은 출생 이전의 단계로의 퇴행 또는 미분화의 상태로 회귀함을 뜻하기도 한다.25 또 촛불을 사용함은 천상과 지상의 사다리를 상징한다. 하늘을 향해 있는 촛불은 지상에 있는 사람들의 뜻을 하늘에 전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이때의 촛불은 신단수, 솟대, 탑 등과 같은 상징성을 지닌다.26 향을 피우는 것은 향은 신계(神界)의 상징이다. 향 또한 촛불과 마찬가지로 신과 인간의 교통(交通) 매개물이기도 하다. 또 향은 부정을 제거하여 깨끗이 하는 정화기능을 한다. 즉 세속과 성스러운 공간을 분리하고 순수함을 만든다. 그러므로 치성을 모실 때 향을 피움으로써 시작된다.

그리고 치성의례에 사용된 상징에는 치성물이 있는데, 거기에 빠질 수 없는 음식으로 떡이 있다. 떡은 시루에 팥, 쌀가루, 물 등을 섞어서 솥과 결합하여 쪄서 먹는 고유의 음식이다. 떡은 오랜 세월 동안 일상음식보다는 의례음식으로 이용되어 고사음식, 제사음식, 통과의례음식, 세시에 따른 계절음식 등으로 널리 사용되었으며, 신에게 인간의 소망이나 기원을 희구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주된 과일에는 대추·밤·배·감 등으로 유교에서 과일의 씨앗 숫자에 따라서 대추는 씨가 하나인 과일로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크다고 하여 왕을 상징하고, 밤은 씨앗이 3개인 것이 있어서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3정승을, 배는 씨가 6개로 6판서를, 감은 씨가 8개이니 8방백(관찰사)을 상징한다.27 그 가운데 대추는 열매가 많이 열려 풍요와 다산(多産), 신선의 얼굴빛을 대추빛으로 묘사하여 생명력을 상징하고, 배는 상서로움과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밤은 수도인들이 수행을 하는 과정에 비유하기도 한다. 밤은 가시와 딱딱한 껍질로 겹겹이 싸여 있어 다루기도 먹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몇 겹을 벗기고 나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달고 맛있는 밤이 된다. 이처럼 수도인들이 온갖 고생을 다 겪고 나서도 끈질기게 수행에 전진했을 때 비로소 도를 깨닫는 것과 같이 밤은 인내의 상징으로도 말한다.

희생제의28에 대표적인 고기로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제물로 올리는데, 끓는 물에 완전히 익혀서 올린다. 인간과 생활을 같이 하고 평소에 인간들의 주요음식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동물이다. 소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져 소의 발굽을 통해서 점을 쳤고, 풍요와 힘으로 상징되어 신을 위한 제물로 바쳐졌다. 돼지는 고대사회에 신에게 바치는 제물임과 동시에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전해져 매우 신성시 하였다.

술의 근원적 어근이 본래 물의 뜻을 지니고 있어29 술의 상징은 물의 상징의 변형으로도 볼 수 있다. 신화 속에 나타난 술의 상징적 의미는 혼돈과 화합을 동시에 보여준다.30 즉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이성적 측면보다 본능이나 감성 영역을 강화하므로, 취함에서 비롯된 미혹이나 혼돈, 미분화를 야기시킨다. 한편으로는 사람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화합의 실마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민속에 술은 제사음식의 기본으로 사용된다. 술을 올리는 것은 강신(降神)을 바라는데 있다.31 술은 인간 사회 내에서 관계를 화합시키는 역할을 하고 나아가서 보이지 않는 신적 실재와의 교통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물임을 나타낸다.

식혜는 한국인에게 전통음식의 하나로서 그 제조방식에 특이한 면이 있다. 찹쌀을 쪄서 엿기름물을 붓고 삭힌 다음 밥알은 냉수에 헹구어 건져놓고, 그 물에 설탕과 생강을 넣고 끓여 식힌 후 밥알을 띄워 만든 음료가 식혜이다.32 감주(甘酒)라고도 하며, 오늘날까지 제물의 기본품목의 하나이다.33 식혜는 서로 섞이어 삭혀지는 과정에서 우러나온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식혜는 여러 가지 재료와의 조화를 이룬 화합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이상으로 대순진리회의 치성의례는 특정한 장소에서 의례를 행하고 그에 따른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 장소에 놓인 사물과 의례행위 또한 모두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 의례는 서로 각각의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었으며, 의례를 통해 상제님과 천지신명과의 실재교통을 가능하게 해 주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Ⅴ. 맺음말

 

의례는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거나 의사소통을 하는 중요한 하나의 방법이다. 이것은 또한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때에는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듯이)반드시 진실한 감정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만일 내가 잘못된 행실에 대해 뉘우치는 기도를 하면서도 나쁜 행실을 고치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그 기도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또 겉으로만 뉘우친 듯한 행동을 한다면 그 기도는 진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볼 때 외적인 면과 내적인 면은 언제나 일정한 긴장 관계에 있다. 외적인 행동이 물론 있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것은 항상 진지하게 행해져야만 한다.34 인간은 항상 감각을 통해 지각되는 것에 대해 큰 신뢰를 보내는 데 그러한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의례이다.

또 의례는 집단적·사회적인 확증성을 가진다는 면에서 보면, 그 의례는 늘 초개인적인 권위와 규제력을 가지고 개인에게 작용하므로 집단의 공통 감정을 상징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의례를 통하여 집단의 공통 감정을 깊게 하고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함은 물론이고, 개인에게는 늘 그 의례를 통하여 안정감을 부여해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의례는 늘 어떤 신앙 형태이든 그 신앙에 영속성을 부여해 주는 역할을 해 왔다. 의례는 사회적으로 관습화하고 일정한 신앙 형태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원래 신앙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변화의 가능성이 많은 것이지만 이러한 의례의 정형화로서 오랫동안 영속성을 보증할 수 있다.

앞에서 우리는 대순진리회에서 의례는 상제님이 행한 천지공사를 통해서 치성의례의 전형이 되는 송주·소지·입도치성 시 사용되는 청수·심고·법배 등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종통을 이으신 도주님은 상제님께 올리는 치성의 의식을 행하는 가운데 의례를 정립하였다. 치성에 참석하는 수도인들은 정해진 시간(입도치성은 제외)과 식순에 따라서 행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도 살펴보았다. 또한 치성의례에는 상징성도 내포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치성을 드리는 장소인 도장, 의복, 배례, 입도치성시 쓰인 물, 불, 치성을 드릴 때 올리는 치성물의 상징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로써 대순진리회의 의례를 행하는 하나하나의 행동에는 대순진리의 근본적 의미와 내용이 각각 담겨 있음을 살필 수 있었다. 즉 의례의 목적이란 아마도 성(聖)과 속(俗)을 넘나드는 인간에게 있어서 속으로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균형잡기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또한 성(聖) 안에 있다고는 하지만 자칫 타성에 젖기 쉬운 수도인들의 일상을 다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수도인들은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의례를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일보한 수행을 해 나가게 된다.

대순진리회의 수칙에 보면, ‘일상자신을 반성하여 과부족이 없는가를 살펴 고쳐 나갈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결국 일상적인 의례와 치성, 공부 등의 의례를 바탕으로 한 수행을 통하여 나 자신을 반성하고 또한 상제님을 신앙하며,35 상제님의 덕화에 힘입어 도통을 하기 위한 바람이 섞여 있는 것이다.

대순진리회의 의례적 행위는 도주님께서 정립하여 도전님에 의해서 그대로 이어져 지금까지 시행되어지고 있다. 이 사실로도 우리 수도하는 도인들은 도전님이 행하신 의례를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시행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이 의례를 원형으로 해서 그대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18 Sapir는 상징을 ‘지시적 상징’과 ‘함축적 상징’으로 구분한 바 있다. 『Encyclopaedia of the Social Science, Xiv, New York :Macmillan』, 1980. pp.492-493

19 이광규, 『韓國人의 一生』, 형설출판사. 1985. p.255.

20 M. Eliade 저, 이은봉 역, 『종교형태론』, 한길사, 1996. p.472.

21 위의 책, p.478.

22 『典經』 교법 2장 56절

23 박광수, 「한국 신종교에 나타난 신화·상징·의례 체계의 상관성에 관한 비교연구」, 한국종교학회, 『종교연구』 26집, 2002. p.111.

24 M. Eliade 저, 이은봉 역, p.265.

25 M. Eliade 저, 이재실 역,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문학동네, 1999. p.159-160.

26 『한국문화상징사전』, 동아출판사, 1992. p.572.

27 『한국문화상징사전』, 동아출판사, 1992. p.261.

28 희생제의(犧牲祭儀, Sacrificial ritual) : 헨리 휴버트와 마르셀 모스는 희생을 “제물을 성별(聖別)함으로써 희생을 바치는 자 또는 그와 관련된 물질적인 대상들의 도덕적 상태를 변화시키는 종교적 행동”이라고 정의하였다. 성별은 파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 파괴는 제물을 세속 영역에서 명확히 분리하여 초월적 존재(신)에게 바치는 일련의 과정이다. 즉, 봉헌된 희생물의 목을 딴다든지, 여러 조각으로 자른다든지, 불로 태워 신이 흠향할 수 있도록 변화시킨다. 희생제의는 제물의 변용을 통해 이를 바치는 사람이 성(聖)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한다.(L. K. 뒤프레 지음·권수경 옮김, 『종교에서의 상징과 신화』, 서광사, 1996. p.90. 이욱, 「제사의 종교적 의미에 대한 고찰」, 유교사상연구 제16집, 한국유교학회, 2002. p.84.)

29 술은 ‘수블>수울>술’로 변천했다. 수블은 ‘술(酒)’과 ‘블(酒)’의 합성어로 본다. 술의 근원적 어근을 물로 보는 것은 설거지의 ‘설’이 고어에서 물의 뜻을 지니고 있었다는데 있다.(『한국문화상징사전』, 동아출판사, 1992. p.447)

30 그리스 신화에서의 디오니소스(Dionysos)는 자연의 생성력 및 포도주를 관장하는 신으로 로마신화의 바커스(Bacchus)에 해당한다. 술은 디오니소스의 선물 또는 그대로 디오니소스라고도 한다. … 바슐라르(G. Bachelard, 1884-1962)에 의하면 술은 물과 불의 혼합물이다. 술은 물과 불이라는 상극적인 두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졌으며, 생명력을 상징한다.(위의 책, p.450)

31 『한국문화상징사전』, 동아출판사, 1992. p.448.

32 윤서석, 『한국의 음식용어』, 민음사, 1991. p.378.

33 『삼국유사』, 「가락국기」, 수로왕묘에 제수로서 감주가 나온다.

34 Ninian Smart, Worldviews : 『Crosscultural Explorations of Human Beliefs』, Prentice-Hall, 2000. pp.124-125.

35 윤기봉, 「대순진리회의 의례와 믿음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 대순사상논총 제16집, 2003. p.101.

<대순회보 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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