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남거변화를 통한 성숙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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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3.29 조회3,503회 댓글0건본문
올겨울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한파 소식이 잦습니다. 북미에서는 체감온도가 영하 70도를 웃도는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 옷깃을 단단히 여미어도 찬 기운이 피부에 와 닿습니다. 이처럼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 때면 몸과 마음을 녹여줄 따뜻한 차 한 잔이 그립고 언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털장갑과 두꺼운 외투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계절의 변화를 인식해 마음에 자리 잡는 이런 상념들은 우리에게 외형적 변화를 꾀하게 합니다. 외출할 때는 옷장에 넣어둔 겨울옷을 꺼내 입게 하고, 실내에서도 내복을 껴입어 체온을 유지하게 합니다.
그런데 기후에 따른 변화를 인간보다 먼저 준비하는 것은 자연입니다. 예컨대 나무는 봄,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잎사귀를 가을이 되면 아름답게 채색합니다. 하지만 가을이 낙엽과 함께 겨울에 자리를 양보하면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잎사귀를 떨어뜨립니다.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어 모습을 바꾸는 것은 자연의 외형적 변화입니다. 가로수나 산천의 나무들이 겨울에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볼품없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지만 성장을 멈춘 것은 아닙니다. 모든 색깔이 지워진 황량한 겨울에도 나무는 영양분을 응축한 채 뿌리와 나이테를 성장시킵니다. 이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내면적 변화입니다.
자연도 계절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변화를 위해서는 시련과 역경을 견디어 내야 합니다. 찬바람이 불어대는 엄동설한에 차가운 눈과 가지를 에워싸는 냉랭한 얼음꽃을 견뎌내야 나무는 봄에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가을에 더욱 성숙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가을에 자신이 맺고자 하는 열매를 기대하며 눈물로 보이지 않는 깊은 골짜기를 내달려야 하는 시련과 역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고의 세월을 소리 없이 참고 견디어 땅속 깊이 단단히 뿌리내린 나무는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고목이 되어 짙고 선명한 나이테를 가지게 됩니다. 이처럼 변화를 통한 성숙은 누가 대신해줄 수 없기에 오롯이 자신이 겪고 극복해야 하는 힘든 여정입니다.
변화를 통한 성숙은 자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수도인에게도 변화를 통한 성숙이 필요합니다. 이에 관해 도전님께서는 수도과정에서 “자신을 새롭게 혁신(革新)하여 모든 척을 없앰으로써 도통을 받을 수 있는 성숙한 도인이 되어야 한다”01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이는 곧 수도인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위한 자기혁신을 생활화해 도통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도과정에서 자신이 염원하는 도통의 결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을 자기 혁신을 통한 성숙이라고 할 때, 우리에게 자기혁신은 완전한 도인이 되기 위한 인격도야이자 도통 받기 위해 내면의 그릇을 빚는 변화과정입니다.
혁신(革新)이란 갓 벗겨낸 가죽을 무두질하여 새롭게 만드는 것으로 면모를 일신(一新)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완전한 성숙을 위한 수도인의 자기혁신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여 잘못된 습관과 태도를 고치는 쇄신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까닭은 하늘(天)도 땅(地)도 사람(人)도 상극(相克)에 따른 모든 원한을 풀고 상생의 도(道)로써 새롭게 개벽(開闢)해야만 상생으로 화(化)한 도화낙원(道化樂園)이 펼쳐지고, 인간도 도통(道通)이라는 수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선천에서는 삼계(三界: 天·地·人)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 유기적인 관계임에도 척과 원이 쌓여 진멸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극적인 구조였습니다. 하늘[天]만 보더라도 선천에서는 묵은 하늘이 사람을 죽이는 공사만 보아 상극을 자행해왔고,02 노천(老天)과 명천(明天)의 시비가 있어 척을 맺었습니다.03 땅[地]도 척박하여 쓸모없이 버려지는 땅이 있는가 하면 풍요롭고 비옥하여 살기 좋은 땅이 있어 후박(厚薄)의 시비가 생겨났습니다.04 그뿐만 아니라 지덕(地德)을 간과하여 하늘만 높이고 땅은 높이지 않아 상극이 조장되어 척이 맺혀 있었습니다.05
인간 또한 선천에서는 물질적인 가치는 소중히 여겼지만,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소홀히 하고 인륜을 저버렸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물질만능주의에 치우쳐 개인주의를 넘어선 이기주의의 만연으로 상극을 조장하였고, 서로를 배려하며 공존공영(共存共榮)하기보다 약육강식의 논리와 배타심만을 앞세워 나라 간에 인종 간에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고 모략과 차별을 일삼아 왔습니다. 나아가 이는 점차 인류에게 사회적 혼란과 무질서를 일으켜 인간 정신의 타락과 윤리 도덕의 부재를 낳았고, 급기야 이 세상은 무도병(無道病)에 신음하는 진멸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인간 세상이 진멸 상황에 치닫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탐욕에서 일어나는 시기(猜忌), 질투(嫉妬), 모략(謀略)과 차별대우에서 생긴 원한과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06
인류가 처한 상황에 대해 상제님께서는 인사(人事)의 상도(常道), 즉 사람들 사이에 항상 지키고 변하지 않아야 하는 도리(道理)가 어겨져 도(道)의 근원이 끊어졌다고 진단하신바 있습니다.07 아울러 상제님께서는 이 같은 진멸 상황을 애석해 하시면서 “이제 천하 창생이 진멸할 지경에 닥쳤음에도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오직 재리에만 눈이 어두우니 어찌 애석하지 않으리오”08라고 하시며 인류의 참상에 비통함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상제님의 이 말씀은 우리가 지금까지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망각한 채 물질에만 눈이 어두워 서로에게 원(怨)과 한(恨)을 맺히게 하는 상극적인 삶을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완전한 성숙을 위한 자기혁신은 상극이라는 물감에 얼룩진 선천의 묵은 옷을 벗고 상생의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자 도통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마음에서 선천의 묵은 틀인 상극을 지우고 상생으로 변화하기 위한 자기 노력은 반드시 수도의 목적을 토대로 정신을 개벽하고 후천의 완전한 인간상으로 자신을 개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정해진 법방에 따른 수도로써 수훈의 진법이자 종교적 법리인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양대 진리가 몸과 마음에 배도록 생활화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도전님께서도 모든 일에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과정에는 반드시 장애가 되는 겁액이 있으니 이 겁액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데 성공이 있다고 하셨습니다.09 또한, 많은 사람이 이 겁액에 굴복하여 자포자기하는 데서 탈선이 되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앞길을 막아버리는 사례가 생긴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10 자기혁신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수도과정에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시련과 어려움을 잘 참고 견디어 내면 우리에게는 도통과 함께 후천 오만년이라는 영원한 도화낙원이 펼쳐집니다. 이것이 가능한 근간은 상제님께서 일찍이 인존시대(人尊時代)를 말씀하시며 앞으로 인간이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셨기 때문입니다.11 그 길이란 인간이 수도를 통하여 체질과 성격을 바르게 고쳐 천품성인 양심을 회복할 수 있는 진리의 길입니다.
그런데 자기혁신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성숙을 꾀하기 위해서는 수도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갖가지 시련과 역경을 새롭게 인식하는 인지적 힘도 필요합니다. 마음의 근육으로 불리는 인지적 힘은 개인이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부정적일 수도 있고 긍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수도과정에서 도통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을 완성하여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성격과 체질을 고치는 일과 겁액을 극복하는 일을 비롯해 복마의 발동, 신명의 기국시험, 신명수찰, 척신의 발동 등 수많은 시련과 난관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힘들고 어렵게만 여기면 한없이 힘겨운 여정이 되겠지만, 도통군자에 걸맞는 기국을 키워 후천의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이 또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대할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자신이 뜻하는 성공의 여부는 크게 달라집니다. 상제님께서도 “악장제거무비초 호취간래총시화(惡將除去無非草 好取看來總是花)”12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이는 같은 대상이라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는 말씀으로 인간의 마음가짐에 본보기가 되는 가르침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부터 일상에서 수시로 마주치는 대상과 생각에 이르기까지 이를 어떤 시각과 관점으로 대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있습니다.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수도에 매진한다면 그 어떤 장애물도 화가 아닌 복으로 받아들여 당당히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통을 목적으로 완전한 도인이 되기 위해 자기 혁신을 추구하는 모든 도인은 대순진리를 심수덕행(心修德行)함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01 《대순회보》 35호, 「도전님 훈시」.
02 “상제께서 어느 날 종도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묵은 하늘은 사람을 죽이는 공사만 보고 있었도다. 이후에 일용 백물이 모두 핍절하여 살아 나갈 수 없게 되리니 이제 뜯어고치지 못하면 안 되느니라’ 하시고 사흘 동안 공사를 보셨도다 ….”(공사 1장 11절)
03 “…하늘도 노천(老天)과 명천(明天)의 시비가 있으며 땅도 후박의 시비가 있고 날도 수한의 시비가 있으며 바람도 순역의 시비가 있고 때도 한서의 시비가 있으나 오직 성수는 시비와 상극이 없나니라 ….”(교법 3장 6절)
04 교법 3장 6절 참조.
05 “선천에서는 하늘만 높이고 땅은 높이지 아니하였으되 이것은 지덕(地德)이 큰 것을 모름이라. 이 뒤로는 하늘과 땅을 일체로 받들어야 하느니라.”(교법 1장 62절)
06 “상제께서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인간 세계가 탐욕에서 일어나는 시기 질투 모략들과 차별 대우에서 생긴 원한과 불평등이 상극의 원인이 되었느니라.”(『대순성적도해요람』, p.15)
07 교운 1장 9절 참조.
08 교법 1장 1절.
09 『대순지침』, p.93 참조.
10 『대순지침』, p.94 참조.
11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교법 2장 56절); “선천에는 ‘모사(謀事)가 재인(在人)하고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 하였으되 이제는 모사는 재천하고 성사는 재인이니라. 또 너희가 아무리 죽고자 하여도 죽지 못할 것이요 내가 놓아주어야 죽느니라.”(교법 3장 35절)
12 교법 1장 11절.
<대순회보 2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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