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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경아 작성일2017.02.16 조회4,6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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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자연, 자연은 음양으로 존재

           

박경아 <평도인ㆍ선산3방면>

           

  3월초 4학년이라는 압박감 속에서 대학 3년내내의 의문이었던『나는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 걸까?』에 대한 답을 구하지 못한 채, 힘의 논리와 경쟁의 논리가 지배적인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왜 사는 걸까?』『어차피 죽을 목숨, 그럭저럭 숨쉬고 먹고 자고 그러다가 저 세상으로 가는 것 같던데! 굳이 살아야 하나?』해답없는 듯한,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질문들에 허우적 거리며 3년을 지내고 탈진한 상태에서『도』를 전해들었다. 

  내가 알아 들은 도는 단순하다. 도는 자연이고, 인간은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로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은 분석적 방법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려 애써 왔다. 인간의 법칙에는 예외가 존재하지만 자연에는 예외가 없다. 그래서, 바로 자연의 법칙이 진리가 되는 것이고, 자연의 법칙(진리)를 밝혀 내는 방편으로 서양인들은 과학문명 즉 물질문명을 발달시켰다. 한편, 동양인들은 정신문명을 발달시켰다. 동양의 정신문명을 이해하기 쉽게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조선시대 중기, 이이(李珥)선생은 일본이 침략해 올 것을 미리 짐작하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선조께 받아 들여지지 않자, 이이 선생은 남몰래 하인을 시켜 어느 강 옆에 정자를 세우게 하고, 그 하인이 날이면 날마다 기름칠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모년 모월 모일 정자 옆 강가에 배를 준비해 놓고 정자를 태우라고 했다. 시간은 흘러 흘러 그 때가 되었다. 이이 선생은 돌아기신지 오래고, 임란으로 선조가 궁궐의 개구멍으로 도망하던 날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는 장대로 쏟아지고, 북쪽으로 도망가다 강을 만나게 되었다. 앞은 캄캄 절벽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뒤에서 왜병은 쫓아오고, 어찌할 줄 모르다 강 한쪽에서 불기둥이 솟으니 앞이 보이고 그 곳에서 한 사람이 있는지라, 얼른 가서 알아보니 이이 선생의 하인이었으니, 선조는 무사히 강을 건너게 된다. 사실, 이이 선생은 선조가 피난하실 때와 경유지 그리고 그날의 날씨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과학문명이 현대인에게 혜택을 많이 주었지만 기상 예보시『내일 서울은 비 올 확률 60%입니다』라고 하지 않는다. 400여 년전의 이이 선생은 과학은 몰랐지만 자연의 이치(음양의 이치)를 알았기 때문에 정확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과학으로 그러한 예견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할 수가 없다. 현상적으로 드러난 것만을 연구하는 과학 문명의 한계이다. 현상과 그 안의 본질,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와의 관계를 파악할 줄 알았을 때, 이이 선생과 같은 예측도 가능하게 된다. 나자신도 과학적 사고 방식에 젖어 있어 도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했지만 과학적 사고 방식을 탈피하여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정하고, 그 세계와 우리의 현상 세계가 사과의 씨와 살과의 관계처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프로이드는 무의식 세계가 90%를 차지한다고 했고, 유전정보(DNA)중에서 표현되는 것은 5%이고 95%는 잠재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오감으로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요, 그 빙산의 일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보이지 않는 빙산의 밑부분인 것이다. 사과 씨는 겉에서 보이지 않지만, 사과 살이 존재하게 하는 근본이다. 향기롭고 달콤한 사과라면 그 사과 씨에 그러한 정보가 들어 있는 것이고, 매우 시큼한 사과라면 그 사과씨에는 시큼한 맛을 내도록 하는 정보가 들어 있는 것이다. 현대 과학에서는 사과를 분석하여 어떤 화학 물질이 어떠한 맛을 내고, 또 어떤 물질은 또 다른 맛을 낸다라는 지식만을 강조할 뿐이다. 사과에 대해 알려면 사과의 본질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사과가 사과로 태어난 이유 – 사과 살과 사과씨의 관계-를 아는 것이 참다운 앎이 아닐까?

 

《대순회보》 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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