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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산에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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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선희 작성일2018.11.16 조회4,1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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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1 방면 교무 김선희   


  아름답게 물든 도장의 가을 하늘 아래에서 오늘은 유난히 따뜻하게 남아 있던 지난 추억이 떠오릅니다. 선각께선 수도생활을 하느라 늘 바쁜 와중에도 저를 데리고 종종 산에 오르셨죠. 연락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보문산은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이어서 우리의 주된 목적지였습니다.


  선각요, 혹시 기억나세요? 그날은 참으로 힘든 날이었습니다. 제 몸은 천근만근이었고 뜻하는 일도 마음같이 안 되서 속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죠. 더 이상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았던 저에게 선각은 다시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주려는 듯 저를 이끌고 보문산으로 향하셨습니다. 가는 길에 제과점에 들러서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하는 저를 위해 빵을 하나 사가지곤 저의 가방에 넣어주셨죠.


  예쁘게 물든 나무들 사이를 지나, 운동기구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을 흥미롭게 쳐다보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 전환이 되었습니다. 산의 중간쯤에 있는 벤치에 앉아 준비해 온 빵을 나눠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평소에 관절이 좋지 않아서 많이 걸을 때마다 힘들어 하셨던 선각은 지친 모습이 역력하였지만, 내색하지 않으시려고 애써 웃어주셨죠. 참으로 따뜻하고 고마웠습니다. 선각이 함께 있어준다는 것이 이렇게 힘이 되는 건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가끔씩 오르던 보문산은 정겨웠습니다. 초겨울 어느 날은 귤 한 봉지를 싸가지고 보문산 시루봉 정자에 앉아 함께 먹으며 웃음을 나누었지요. “야호” 하고 크게 외쳐 상제님 전에 뜻하는 바를 메아리로 전해 보라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쑥스러워서 크게 외치지는 못하고 속으로 염원하고 왔던 그날이 기억납니다. 


  하늘과 가까운 산 정상에서 상제님 전을 향해 새로운 다짐을 하고 내려올 때면 마음이 한결 밝아졌고 용기가 생겼습니다. 또 선감을 모시고 방면 식구들이 함께 산을 오르던 날은 더욱 특별했습니다. 방면 식구들 모두 산에 올라 더욱 힘이 났고, 더군다나 산 아래에 있는 ‘보리밥집’에서 보리밥과 묵무침이라는 특별한 메뉴도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보문산은 어느새 저에게 친근한 산이 되었습니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그냥 넘기지 못해 걸리고 삐치기 일쑤인 저였기에 선각은 항상 저를 조심스럽게 살펴주셨습니다. 많은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항상 제가 잘 될 수 있도록 정성 들여 주셨음을 비로소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선각의 따뜻한 마음과 보살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땐 왜 몰랐을까요? 그때 잘 알았다면 선각에게 상처 주는 말과 철없는 행동으로 힘들게 하지 않았을 텐데요. 선각은 오랜 고생 끝에 깨달은 바를 저에게 지름길로 안내해 주려고 하셨는데, 제가 너무 부족하고 어리석어서 그 마음을 다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반갑게 맞아주었던 보문산에서 선각은 무언의 격려와 희망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어떠한 고난도 밝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제 옆에서 항상 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선각 옆에서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후천 오만 년 밝은 세상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올바른 사람이 되어 끝까지 선각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각요, 올해엔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보문산에 오르질 못해서 아쉽습니다. 내년엔 꼭 함께 오르고 싶습니다. 보문산에서 올려다 본 이 맑은 하늘을 선각과 함께 다시 보고 싶습니다. 그땐 제가 맛있는 간식거리도 준비하고 꼭 새로운 인연자들도 포덕해서 많은 식구들과 함께 오르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대순회보>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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