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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두막’을 통해 돌아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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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호석 작성일2021.01.31 조회3,6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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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38 방면 선무 김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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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 때 본 영화 ‘오두막’을 통해 제가 살아온 과정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오두막의 주인공 ‘맥’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술을 마실 때마다 어머니를 폭행하는 모습을 보고 교회에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가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고는 아버지가 마실 술병에 몰래 농약을 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어른이 되어 결혼하고 세 자녀를 둔 가장이 되어 화목한 가정을 꾸립니다. 하지만 가족여행에서 둘째의 장난으로 호수에 빠진 첫째를 구하느라 한눈을 판 사이 막내딸이 유괴됩니다. 경찰은 유괴범이 연쇄살인마라는 것을 밝혀내고, 딸의 흔적을 외딴 ‘오두막’에서 발견하지만 결국 딸을 찾지 못합니다.

  ‘맥’은 살인마에 대한 원망과 딸을 살피지 못해 잃었다는 자책감으로 삶이 망가지고, 고통에 빠진 채 현실을 외면하며 지내느라 남은 가족들을 챙기지도 못하던 중 오두막으로 오라는 파파(신)의 편지를 받고 ‘오두막’을 찾아가게 됩니다. 맥은 환상 속에 있는 것 같은 오두막에서 신을 만나 왜 딸을 구하지 않았냐는 원망을 쏟아냅니다. 신은 비극은 악으로 인해 일어나며 신은 그 비극 속에서도 모두를 사랑하고 선을 행하려고 하지만, 고통에 사로잡혀있으면 자신을 보지 못한다고 맥을 달래줍니다.

  오두막에서 맥은 자신이 죽음으로 내몬 아버지를 만나고 오히려 아버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맥은 아버지를 용서하였고 딸의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르며 살인범을 마음속으로 용서합니다. 그리고 늘 자신의 곁에 있어 주었던 신에게 감사하며 자신을 괴롭히던 고통과 분노에서 벗어납니다. 맥은 현실로 돌아와 고통에 빠져 지내던 남은 가족들과 화해하고 다시 행복을 찾게 됩니다.

 

  저는 입도하기 전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원망과 자책감으로 저 스스로 외면하고 놓아버렸던 적이 있었는데, 영화 ‘오두막’의 맥을 보며 그때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결혼하고 고된 시집살이를 하셨고, 정신병이 있는 저의 누나를 돌보느라 스스로 챙기지도 못하고 고생만 하셨습니다. 누나는 정신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물건을 사고 돈을 낭비했고, 어머니는 이런 행동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다투면서 누나를 챙겨주려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누나의 낭비를 감당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셨고 그 와중에 둘째인 저를 챙겨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집안의 상황이 싫어서 어릴 때부터 집을 돌아보지 않으려 했고 한편으로는 화를 쌓아가며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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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어머니께서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고, 그 뒤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쓰러진 날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할 때 밥 잘 챙겨 먹으라고 하셨는데, 그게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 당시 외할머니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고생시켜서 쓰러지게 했다고 원망했고, 정신이 불안정한 누나는 병문안조차 오지 않아서 저는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저 그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습니다. 다만 어머니가 의식을 회복하시기를 기도했습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병상에 누워계신 지 한 달이 지나고 의사로부터 어머니가 회복할 가망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간절히 기도했는데, 어머니가 가망이 없으시다는 걸 알게 되자 오히려 신에 대한 원망만 생길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평소처럼 병문안 다녀온 어느 날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도 그 당시 일하는 중이셨고, 뒤늦게 병원에 갔지만,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뒤였습니다. 가족 중 아무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가족들의 갈등은 극에 달해 집안 분위기는 험악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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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진 어머니를 고생시킨 누나와 아버지에 대한 원망, 불화가 가득한 집안에 대한 염증, 그리고 어머니께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한 저 자신에 대한 자책감으로 괴로워서 저 자신을 놓고 지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 돌아가시자 허망하고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최악으로 치달아가는 집안 상황을 보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나라도 정신 차리고 뭐라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때 선각을 만나 입도하게 되었습니다.

  입도하고 선각분들의 말씀 중 처음 귀에 와 닿았던 부분은 자손이 도를 닦아 조상이 잘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손이 도를 닦으면 집안의 겁액을 풀 수 있기에 대표 자손으로 내세워 자손이 도를 닦을 수 있도록 조상은 공에 공을 들이신다는 교화를 듣고 제가 집안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겁액을 많이 풀고 집안도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말씀에 선무 임명을 모셔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임명은 쉽지 않았습니다. 수도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마음을 외면하고 내버려 둔 채 지내며 쌓아두었던 분노와 원망, 그리고 평소엔 숨겨두고 있던 모난 성격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도의 기운을 많이 모실 때면 제가 내면에 묻혀있던 화 기운이 수시로 올라와서 종종 다 때려 부수고 싶을 정도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고, 그때마다 저는 습관적으로 다시 외면하려고 했습니다. 제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 대하는 것은 종종 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서, 때로는 왜 저를 대표로 도를 닦게 해서 이렇게 힘들게 하시는지 조상에 대한 원망도 들었습니다. 주변에도 쉴 새 없이 척을 걸고 선각분 앞에서 분풀이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쉽게 포기하며 살아온 제가 그래도 선무 임명을 모시겠다는 뜻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를 위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생전에 어머니를 위해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했기에 제가 임명을 모셔서라도 어머니를 잘 되게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버텼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머니와 조상님들도 정말 제가 도를 닦기를 간절히 원하셨는지, 제가 수도를 하면서 포기할지 말지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도를 닦는 방향으로 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또 기운에 정신을 못 차리고 짜증을 부려도 선각분들이 받아주시고 감싸주셔서 의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임명을 모시기 전까지는 제 내면을 잘 돌아보지 못하고 그저 어머니를 위한 마음으로 버텼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선무 임명을 모시고 나서 저에게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임명을 모심으로써 어머니를 위해 무언가를 해드렸다는 생각에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고, 저 자신을 괴롭히고 무기력하게 만들던 자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의 겁액을 일러주시는 선각분들의 말씀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면서 내버려 두었던 저의 내면을 차츰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얼마나 제 마음을 외면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고, 원망과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만 마음에 담아두며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입도를 권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풀 수 있는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입도를 권하기 전에는 아버지와 대화를 해도 어색했고 정치 이야기나 쓸데없는 주변 이야기만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버지와 대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도 누나 때문에 많이 힘드셨는데 어머니와 소통이 되지 않아서 오히려 원망을 들었고, 그로 인해 가족들에게서 고립된 채 지내시며 누구에게도 공감을 받지 못하면서도 가장의 역할을 위해 고생하셨던 일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저도 어머니의 말씀만 듣고 아버지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채 아버지를 원망하였으나, 처음으로 아버지의 속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이 가시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론 아버지를 원망해서 죄송했던 마음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켜주신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제 안에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오두막의 맥이 아버지와 화해하며 분노를 내려놓고 다시 행복을 찾아가듯이, 저도 마음속으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으며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에서 맥은 딸을 잃은 고통에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지내다가 오두막에서 파파를 만나고 딸의 시신을 수습하며 자책감에서 벗어나고, 죽일 만큼 미웠던 아버지와 화해함으로써 자신을 괴롭히는 분노에서 벗어나고 남은 가족들을 챙기며 인생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제가 겪은 일은 맥이 겪은 것만큼 비극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의 분노와 원망하는 습관 때문에 저를 놓고 살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 수도 있었는데 수도를 통해서 어머니에 대한 자책감과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서 내팽개쳐뒀던 자신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도하고도 수도의 과정이 힘들어서 때로는 조상님들을 원망하는 마음을 품기도 했으나, 수도를 할 수 있었기에 저 자신이 이렇게 좋아질 수 있었고, 어머니를 비롯한 조상님들은 제가 정말 잘 되기만을 바라신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선각분들께도 불평하는 습관으로 잘못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감사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고, 상제님의 은덕을 온전히 깨닫진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소중하게 지키면서 한 발짝씩 나아갈 수 있는 수도를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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