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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和合)의 장(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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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경언 작성일2019.03.24 조회3,9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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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위원 백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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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살아가는 데 다툼이나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갈등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서로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경우다. 다툼으로 얻어낼 이득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당장의 이익을 양보하기보다는 그것을 움켜쥐기 위해 논쟁하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 과자 하나, 장난감 하나로 싸우는 아이부터 건강을 위해 모인 동네 축구 동호인의 경우에 이르기까지 조그만 이득을 위해 고성이 오가고 때로는 주먹다짐까지 불사한다.
  그런데 이러한 다툼은 이해관계는 물론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서로 사랑해서 가정을 이루고 재산을 공유하며 살던 부부가 원수가 되어 돌아서는 경우의 대부분은 생각이나 성격차이에서 비롯된다. 이런 불화는 비단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의(主義)를 내세우는 국가 간이나 종교 간의 분쟁도 자신의 노선(路線)만을 옳다고 주장하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이익이나 견해 차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선천의 역사를 ‘화합의 장’이라기보다는 ‘불화의 장’, ‘투쟁의 장’으로 장식하여왔다. 이런 점에서 불화는 상극에 지배된 선천(先天)의 현실 속에서 인류가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짐이었던 반면, 화합은 참으로 이루기 어려운 숙제이자 요원한 숙원(宿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불화에 대한 상제님의 말씀은 엄중하고 단호하시다. “너희들은 항상 평화를 주장하라. 너희들끼리 서로 싸움이 일어나면 밖에서는 난리가 일어나리라.”(교법 1장 53절) 하신 말씀이나, 아내와 다투고 구릿골을 찾아온 박공우에게 “나는 독하면 천하의 독을 다 가졌고 선하면 천하의 선을 다 가졌노라. 네가 어찌 내 앞에 있으면서 그런 참되지 못한 행위를 하느뇨. 이제 천지신명이 운수자리를 찾아서 각 사람과 각 가정을 드나들면서 기국을 시험하리라. 성질이 너그럽지 못하여 가정에 화기(和氣)를 잃으면 신명들이 비웃고 큰일을 맡기지 못할 기국이라 하여 서로 이끌고 떠나가리니 일에 뜻을 둔 자가 한시라도 어찌 감히 생각을 소홀히 하리오.”(교법 1장 42절) 하시며 꾸짖는 예가 바로 그러하다. 도전님께서도 “해원상생·보은상생은 남에게 척을 짓지 말고 남을 잘 되게 하라는 진리이니, 화합·단결·상부상조를 강조하고 그것을 실천토록 교화하라.”01고 하셨다. 더 나아가 “도를 믿은 후부터 가정의 불화가 야기되었을 경우 가정 화합에 전력을 기울이며, 가정 화합이 불가능할 시는 믿음을 중지(中止)하도록 권고하여 가정의 평온을 회복시켜야 한다.”02고 말씀하실 정도로 화합을 강조하기도 하셨다.
  이때 가정의 예를 들어 말씀하신 것이지만 “화합을 위하여 믿음을 일시 중지하도록 권고하라.” 하신 말씀은 선천에서 종교와 사상이 타자(他者)와 갈등을 일으켜 대립했을 때 보여주었던 양상과 비교하면 가히 획기적인 지침이라 할 수 있다. 선천의 역사에서 그 주의주장이나 믿음보다 인간 상호간의 화합을 보다 중시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종교의 교리를 내세워 마녀사냥을 하고, 사상과 이념을 내세워 인간을 파멸시키는 전쟁을 일삼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무시해 온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인간 상호간의 화합을 최상의 가치로 전면에 내세운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화합을 중히 여기는 것은 우리의 수칙(守則)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삼강오륜은 음양합덕 만유조화 차제 도덕의 근원이라는 부분이 그것이다. 이때 삼강오륜이 종지인 음양합덕과 우주 만유 조화의 근원이라는 측면은 도에서 인륜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륜의 결과는 화합이라 표현할 수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상대를 존중하며 바르게 처신한 도리는 상호 은혜로운 인간관계를 이루고, 이것으로 전체는 화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은혜로운 인륜으로 화합에 이르게 되면, 이는 진리가 구현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해득실과 생각, 종교와 사상이 다른 타자와 화합을 이루는 것은 앞서 살펴본 대로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화합은 사회일반은 물론 지상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수도인들이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떠한 이상사회도 인간 상호간 화합 없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도인은 “교중(敎中)이나 가중(家中)에 분쟁이 일어나면 신정(神政)이 문란하여지나니 그것을 그대로 두면 세상에 큰 재앙이 이르게 되느니라.”(행록 3장 8절)고 하신 말씀에 미루어 최근 세계각지에서 일어나는 재앙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제는 진정한 화합을 이루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재인식하여야 한다. 
  어렵게 여겨졌던 화합(和合)은 인존(人尊)을 바탕으로 노력하면 될 일이다. 상제님께서는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교법 2장 56절) 하셨다. 하늘과 땅은 물론 그 무엇보다도 사람이 더 소중하다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형이상학적 주장이나 형이하학적 물질보다 인간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만 있다면 화합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종교적 신념이나 물질의 가치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데서 대화가 가능하며 상호이해가 되고 분쟁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의 인존사상은 선천 ‘불화의 장’을 ‘화합의 장’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사상이다. 도전님께서 “우리 대순진리의 인존사상이 바로 평화사상이다.”03라고 하신 말씀도 인간 상호간의 화합을 최상의 가치로 두라는 결정적인 훈시로 보인다.
  동종(同種)의 악기로는 조화로운 화음(和音)을 낼 수 없다. 이종(異種)의 악기가 모여야 장엄한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성사(成事)에는 타인과 힘을 합해야 된다. 분리된 힘으로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일이라면 처음부터 도에서 체계(體系)를 정하거나 협력(協力)을 말씀하시지도 않았을 것이다. 화합을 이루어나가는 데서 인륜이 바로 서고 통정신(通精神)이 나오며 일에 성공이 있음을 안다면 화합은 곧 수도(修道)의 전부(全部)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01 『대순지침』, p.27.
02 『대순지침』, p.30.
03 『대순지침』,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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