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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疏通)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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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2.04 조회3,6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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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위원 백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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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소통(疏通)’이란 용어가 국가ㆍ사회 전반에 걸쳐 화두가 된 적도 없을 것이다. ‘생각하는 바가 막히지 않고 서로 통하여 오해가 풀림’이란 의미의 소통이 이처럼 거론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에 무언가 통하지 않고 막혀 있는 것이 많이 있음을 바로 보여준다.
  사람이 동맥경화에 걸리면 피의 순환이 원활치 않아 몸의 건강을 지키기 어렵듯이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단체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책임자 간의 소통에 문제가 있으면 그 책임 하에 있는 사람들에게 악영향이 미친다. 일례로 1997년 9월 인도네시아에서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비행기 추락 사고를 들 수 있다. 당시 비행기의 이ㆍ착륙을 책임진 관제탑과 비행기 운행을 책임진 조종사 간에 의사소통이 안 되어 사고로 이어진 사건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소통의 주된 수단은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말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사람들 저마다 말을 할 수 있는 입[口]과 들을 수 있는 귀[耳]를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과 경험이 제각기 다른 사람들 간의 소통이 쉽지만 않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소통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화자(話者)와 청자(聽者) 쌍방 간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화자와 청자가 어떠한 자세와 노력을 기울일 때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화자 입장에서 자신의 의사가 왜곡됨이 없이 청자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자가 마음을 열고 자신의 말에 경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 방법은 청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다. 청자들이 “화자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인식하게 되면 마음의 문을 닫고 형식적으로 듣게 됨으로써 화자의 의사는 온전히 전달될 수가 없다. 화자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만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관대하지만 다른 사람의 부족한 점이나 잘못에 대해서는 비난의 칼날을 들이대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직, 공평무사, 언행일치가 중요하다. 화자 자신이 먼저 한결같이 솔직하게 청자들을 대하고 매사 공평무사하게 일 처리를 해나가면 시간이 흘러 청자들로부터 “저 사람이라면 참으로 믿을 만해.” 하며 신뢰를 얻게 된다. 또한, 언행일치된 행동은 청자들로 하여금 “저 사람은 자신이 말한 것을 꼭 지켜.”라는 믿음을 갖게 해준다. 청자들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화자의 말을 귀담아 들음으로써 의사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청자를 존중하는 것이다. 존중은 상대방을 높이고 중히 여기는 것으로 얼어붙은 상대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다. 사람들이 간혹 누군가를 지칭하며 좋은 사람 혹은 나쁜 사람이라 말하곤 하는데, 그 판단 기준이 주관적일 때가 잦다. 즉 자신에게 잘하면 좋은 사람, 못하면 나쁜 사람으로 가름한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을 존중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마련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진실한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나와 연관된 모든 사람이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오로지 순수한 마음으로 존중할 때 가능하다.
  세 번째 방법은 청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자신이 상대방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간혹 자신의 말을 잘 이해 못 하는 사람을 보게 되면 “내가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었는데도 그렇다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하며 전적으로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화자는 청자의 탓만 하기보다 청자들의 연령대나 상황 등을 잘 고려하고 여기에 맞춰 말을 했을 때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화자만이 아니라 청자의 노력도 필요한데, 무엇보다 화자가 기탄없이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하고 화자의 의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 방법은 화자의 말에 호응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을 대할 때 말을 아낀다. 이는 대체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실수나 잘못이라도 하면 책잡히거나 우습게 보이지나 않을까?’ 하는 불편한 마음 때문이다. 부득이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말하는 도중에도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듣고 있는지, 이해는 하고 있는지 살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판소리의 고수(鼓手)가 창(唱)하는 사람의 흥을 돋우기 위해 ‘좋다, 으이, 얼씨구’ 등 추임새를 넣어주듯 듣는 사람들이 손뼉을 치거나 환한 미소를 띠게 되면 말하는 사람은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게 된다. 청자가 화자의 말에 호응해주는 것을 투수와 포수의 관계로 비유를 들어보자. 흔히 야구를 투수놀음이라 할 만큼 경기에서 투수의 비중은 크다. 이러한 투수도 인도해주는 포수를 만났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투수가 스트라이크에서 약간 벗어난 볼을 던지거나, 위력적인 볼을 던지지 못하더라도 포수는 스트라이크인 양 행동을 취하거나, ‘펑펑’ 소리가 나도록 요령껏 잡아줌으로써 투수가 마음 놓고 볼을 던질 수 있도록 하여 팀을 승리로 이끈다. 이처럼 청자가 화자의 말을 받아준다면 화자는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은 화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경청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만을 고수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뿐 아니라 마음조차 듣는 것을 말한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한다. 미완성의 사람에게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잣대가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안전한 잣대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옳다고 여기는 생각이 그대로 굳어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나와 상대방 사이에 불통이란 벽만 두꺼워질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청자는 자신의 생각도 틀릴 수 있다는 여지를 가지고, 화자의 말을 여과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소통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화자와 청자의 입장은 언제든 서로 바뀔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개인에서 가정, 사회, 국가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한 개인과 개인, 가정과 가정처럼 같은 규모의 일대일 대응만이 아니라 한 개인 대 가정, 사회, 국가로 적용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화자가 청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청자를 존중해주고, 이해와 배려를 하고, 청자는 화자의 말에 호응하고 경청하면 서로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오해와 불신은 물론 밉고 싫은 감정들도 사라지며 한마음 한뜻이 되는 화합단결을 이루면 각기 원하는 목적을 성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순회보》 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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