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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덕(布德)은 세상을 윤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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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1.15 조회3,8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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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위원 백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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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가 시작한지 반년이 다 되었다. 다짐도 하며 애써보았으나 막상 지난달을 돌이켜보면 아쉬움과 미련만 남는다. 수도라고 나아진 모습도, 사업이라고 늘어난 규모도 없다 보니, 이렇게 나이만 먹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든다. 도전님께서 계셔서 방향이 잡히고, 체계(體系)가 잘 잡혀 있을 때는 잡념과 번뇌도 없었다. 거침없이 교화했고, 공(功)을 짓는 수도(修道) 역시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도인(道人)들은 자부심이 있었고, 도(道)를 권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도수(度數)가 돌고 돌아 이제는 홀로 산길을 걷는 격이다. 소는 보이지 않고 동자는 홀로 고삐만 쥐고 산속을 간다. 예나 지금이나 산은 그대로인데, 첩첩산중 홀로 울며 가는 꼴이다. 생각도 많이 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두려움에 떨며 호랑이가 나올까 겁도 낼 것이다.


  이왕 이런 심정이라면 옛이야기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고 힘 있었던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무용담이 좋겠다. 한방에 호랑이 턱뼈를 박살낸 집안 어른의 이야기도 괜찮다. 내게 그분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눈에 힘이 생기고 어금니 물며 “어디 한번 나와 봐라.”라는 호기(浩氣) 어린 웃음을 질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누군가를 생각하여 마음에 모신다는 것은 강한 자를 만든다. 외롭게 간다고 엄살 피우던 산행이 실은 양위 상제님의 품속을 걷는 가장 안락한 길이었음도 새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삼계(三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원상생의 진리가 장중(掌中)에 있고, 세상을 위하라는 포덕천하의 명(命)을 수행하는 중이지 않은가. 하늘이 덕을 주었는데 천하의 악인이 해코지 못할 것이라고 한 공자의 일성만으로도 산행의 두려움을 떨치기에는 충분하다.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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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러한 신념을 갖고 나아가는 삶이 사회를 윤택하게도 한다면 ‘사회 기여’라는 보람도 따라오게 되어 자부심까지 생길 것이다. 윤택이란 맵시나 빛깔이 부드럽고 번지르하다는 말이다. 살림이 여유가 있음을 일컫는다. 포덕이 사회에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보는 것은 포덕천하의 신념을 지닌 도인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상제님의 덕을 세상에 편다는 ‘포덕(布德)’이라는 말에는 수많은 의미가 있겠지만, 세상을 윤택02하게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포 (布)’라는 글자를 볼 때이다. ‘포덕해라’ 라는 말을 듣고, 일이라는 생각으로 다닐 때는, 동사적 표현인 이 말이 단지 종교행위로 ‘고생스럽지만 덕을 펴는 좋은 일’로만 여겨졌다. 그런데 여러 해 겨울을 보내면서 하얗게 내린 눈을 볼 때 마다 이런 생각이 뭔가 부족함이 있음을 절감했다. 하늘이 내리는 눈은 너무 많으면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겨울 가뭄을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한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은 볼수록 경이롭다. 일정하게 고른 높이로 엉킴 없이 풀어 잘도 뿌려졌기 때문이다. 하늘이 펼치는 덕화가 고르다는 사실이 눈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펼친다는 ‘포’라는 말이 상제님의 덕을 이렇게 받아 누리게 하여 골고루 윤택함을 주는 어떤 행위라고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은 글자의 쓰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포’는 동사는 물론 명사로도 쓰이는 글자다. 동사로 쓰일 때는 ‘널리 알리다.’ ‘베풀다.’ ‘급여하다.’ 등의 뜻이고, 명사로 쓰일 때는 베나 무명의 면직물에, 또는 화폐의 일종을 이르는 말로 사용되었다. 벌써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용어임을 알 수 있다. 무형의 정보는 물론, 유형의 물질을 분배 급여한다는 동사적 의미와 생활에 필요한 것 중 가장 중요한, 입고 쓰는 것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화폐로 쓰일 때는 아예 포전(布錢)03이라 했다. 통화(通貨)였으므로 널리 유통되고 움직여 상하를 통하여 활용되라는 의미로 포(布)라 한 것인데, 마른 논에 물이 돌아 바닥을 적시듯 사회를 돌아다니며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윤택하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포(布)에는 있다. 이런 말이 덕(德)이라는 말과 합쳐 포덕이라는 낱말이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사회에 이러한 포덕이 갖는 의의는 참으로 크다 하겠다. 물질에만 치우친 문명개발로 인간은 오히려 그것에 짓눌리게 되어, 자아(自我)를 상실하고, 삶의 본질(本質)을 잊고, 돈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사람은 그 가치가 경제능력으로 평가되며 그러한 경쟁력이 없으면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버리고 있다. 인류가 노력하며 희망한 궁극적 상태가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심각한 인간존중(人間尊重) 결핍의 사회, 마치 논바닥이 오랜 가뭄으로 마르고 갈라져 비를 갈구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때 대지(大地)를 적시는 비는 윤택 그 자체다.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 얻고자 함이 있다면 바로 이런 윤택감일 것이다. 각박한 사회로부터의 구원


(救援), 자기 존재감의 회복을 통해 생기를 얻음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포덕은 인간 자체의 가치를 말하고, 하늘이 사람을 소중히 여겨 쓰고자 하고 있음을 인식시키고, 윤리와 도덕을 세워 인간 완성의 길이 있음을 전하는 일이다. 그리고 천지공사(天地公事)를 널리 알려 지상 낙원의 복을 받게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포덕은 오직 상대의 행복을 위한 인간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물질을 제공하여 상대를 행복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발원(發願)에 감응(感應)하는 상제님의 덕화(德化)가 있음을 잘 이해시키고, 대(對)하는 누구라도 존대(尊待)하여 생애(生涯)를 가치 있게 할 수 있는 포덕(布德)이라면 사회에 마르지 않은 윤택함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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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회보 132호>


01 『論語』, 「述而」篇, 子曰天生德於予시니 桓⋅其如予何리오(하늘이 나에게 덕을 주셨으니 환퇴가 나를 어떻게 하겠는가)

02 적심, 젖음, 은혜를 베풂, 아름답게 빛이남.

03 중국 춘추 시대 중기부터 전국 시대 말기까지 유통된 농기구 모양의 청동 화폐. 신(新)나라의 왕망(王莽)이 한때 부활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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