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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6.07 조회3,8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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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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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보통 누군가의 이야기를 할 때 칭찬에 인색하고 험담에 익숙하기 마련입니다. 지금 소개할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일화는 그러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따듯한 교훈이 되어주지 않을까 합니다.

 

다산이 정자에서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의 일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술에 취한 한 사람이 “누구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권세와 명예를 거머쥐었으니 분통 터질 일이야”라며 불평했다. 그러자 다산은 “사람은 품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벌주를 드려야겠네” 하고 상대에게 벌주를 주었다. 얼마 후 어떤 이가 매어둔 말을 보며 “저 말은 짐도 못 지면서 꼴만 축내는구나”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도 다산은 “말도 사람 말을 알아듣는 법일세”라며 여지없이 벌주를 권했다. 한바탕 벌주가 오가고 다산은 웃으며 말했다. “하루 종일 품평해도 화낼 줄 모르는 것이 있네. 저 소나무 아래 바위를 보시게. 바위가 없었으면 이 멋스러운 정취도 아마 없었을 것이오.”

 

이에 한 사람이 “화낼 줄 모르기 때문에 바위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품평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묻자, 다산은 “나는 바위에게 칭찬을 했지. 모욕을 준 적 없소”라고 정중히 답하며 참된 품평은 바로 칭찬임을 넌지시 전했다. 이것을 유래로 정자는 “바위마저도 칭찬해야 한다”라는 의미의 품석정(品石亭)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 후 다산의 일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었다. “남을 품평하는 것은 참으로 쓸모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남을 평가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01

 

누구나 한번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한 험담을 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사람에 대한 불만스러운 감정을 해소하는 데 있어 그것만큼이나 쉬운 방법도 없겠지요. 사람 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겪어 본 일상에서 이 또한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으로 인해 겪는 불편한 마음만큼 큰 일상의 무게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 관계에서의 그러한 일들을 이해하면서도, 한편 다산의 이야기를 통해 상대를 바라보는 나의 폭을 더 넓고 아름답게 할 덕성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바위마저도 칭찬한 다산의 뜻은 어쩌면 만물에 대한 무한한 인정(認定)과 그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아닐까 합니다.

 

대상에 대한 불만스러운 품평은 보통 그가 보여준 하나의 모습에 고정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보기 싫은 그 하나의 모습이 그의 전부라고 딱 못 박을 때, 그에 대한 나의 불만스러운 마음이 더욱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모습을 찾기보다는 부족한 모습만 보려고 합니다. 즉 대상에 대한 험담은 그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부족한 모습만이 그의 전부인 양 매도하는 것으로 상대의 가려진 참모습을 애써 무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칭찬은 상대의 가능성에 대한 인정, 그가 가진 원래의 천성에 대한 믿음과 그 회복에 대한 희망입니다. 상대의 결점은 원래 모습의 일부를 가리는 장막과 같은 것이며, 그 장막은 그의 본질로 다가서는 데 일종의 장애가 됩니다. 이때 칭찬의 미덕은 그 장막을 걷어내는 따뜻한 힘이 되어줍니다. 그를 원래의 가능성으로 이끌어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누군가의 부족한 점을 그 앞에서 하면 충언이지만 뒤에서 하면 험담이 됩니다. 또한, 충언을 하면 나의 친구가 되지만 험담을 하면 나의 적이 될 것입니다. 내면에 숨겨진 천성을 바라보고 상대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대인배의 마음은 결국, 만물을 내 품에 끌어안는 것이며 그 대상으로부터 절대자를 발견하고 그와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절대자는 곧 모든 만물 속에 천성(天性)의 모습으로 있기 때문입니다.

 

 

 

01 정약용, 『뜬 세상의 아름다움』, 박무영 옮김, (파주시: 태학사, 2006), pp.90-93.

 

 

<대순회보 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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