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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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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자림 작성일2018.02.05 조회5,9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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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릉1-6 방면 교정 김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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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지금까지 가슴을 치며 살아온 병이 있습니다. 가끔 가슴이 조이고 답답해서 숨이 막힐 것 같습니다. 그나마 주먹으로 두어 번 가슴을 치고 나면 좀 살 것 같습니다. 이런 증세를 보며 주위 사람들이 붙여준 병명은 어장증(魚臟症), 일명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병입니다. 속이 좁아서 남을 이해 못하고 혼자 답답해서 가슴이라도 쳐야 좀 낫는 병입니다. 초등학교부터 좋은 성적으로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선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한 덕에 무슨 말을 잘못 알아듣고 이해를 못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 안 됩니다. 대학시절 용돈을 버느라 중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성적이 나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학생은 과외비를 많이 준다고 해도 도저히 가르칠 수 없어 그만둔 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수도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교화를 할 때 도담을 못 알아듣는 사람을 보면 정말 답답했습니다. 상제님께서 이 땅에서 천지공사를 하셨다는 교화를 못 알아듣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같이 일할 때 말귀를 못 알아듣는 수반들을 볼 때마다 혼자서 가슴을 쳤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가슴은 답답했고 기분 전환할 뭐라도 없을까 하고 영화를 찾았습니다. 주인공이 김범수라서 코미디 영화려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봤습니다. 한바탕 웃고 나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은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부끄러운 마음에, 후회스러운 생각에 화장지 한 통을 다 없애 버렸습니다.

 

‘킹콩을 들다’는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운동할 수 있게 가르치다 과로로 순직한 역도 교육자의 이야기가 바탕입니다.

 

올림픽에서 팔꿈치를 심하게 다쳐서 큰 수술을 하게 된 역도 선수 이지봉은 다친 팔에 대한 치료보다 심장병 판정과 평생 운동을 해선 안 된다는 의사의 권고를 받습니다. 할 줄 아는 건 역도밖에 없던 그는 일자리를 찾아 유흥가를 전전하며 절망에서 헤매다가 은사의 권유로 시골 중학교 역도부의 지도 교사로 갑니다. 역도부를 맡은 이지봉 감독은 학생을 모으고 가르칠 의지가 별로 없습니다. 금메달 한 번 못 따고 자신처럼 부상으로 평생을 후회하며 살 수도있다며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에게 겁을 줍니다. 교육부의 지원을 빌미로 급조된 역도부는 그저 체중이 많이 나가는 학생, 유니폼이 멋있어 보여서 해보겠다는 학생, 가정형편이 어려워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학생을 모아 시작합니다. 당연히 미래가 없어 보입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운동이라도 해서 학교에 다니려는 영자는 부모가 없습니다. 할머니와 둘이 살았는데 이젠 그 할머니마저 돌아가셔서 갈 곳이 없습니다. 친척이라고 있는 삼촌들은 책임을 떠넘기며 보육원에 보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지봉 감독은 그런 영자를 위해 더 나은 훈련을 핑계로 학교에 부탁해서 합숙소를 만듭니다.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역기 한번 제대로 들어보지 못하고 실수 연발에 웃음거리가 된 아이들은 상처를 받습니다. 금메달을 못 따면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성공 못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며 겁을 줘도 아이들은 그래도 좋으니까 운동을 하겠다고 합니다. 시작하는 그 순간 포기는 없습니다.

 

운동은 못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한 아이는 다른 친구들 역도 이론 공부를 돕습니다. 번뜩이는 재치로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는 아이가 있어 다른 학생들은 즐겁게 운동합니다. 이 감독의 무한한 관심과 사랑 속에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힘들어도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꿈이 생깁니다. 힘들어도 어려워도 나도 선생님처럼 올림픽에 나가 보겠노라는 목표를 세워 봅니다.

 

심장이 조여들어 아프면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이 감독을 보면서 학생들은 어디에서 많이 봤다며 꼭 킹콩 같다고 웃어댑니다. 그래서 이 감독의 별명은 킹콩입니다. 아이들의 신체적 특성과 심리까지 파악하고 관리하는 이 감독은 모범 스승일 겁니다. 시합 전날 먹어서는 안 되는 것과 체중 검사 후 챙겨 먹이면 좋은 것도 꼼꼼히 관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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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을 계속 가르치기 위해 주변 유명한 고등학교와 손을 잡습니다. 전국체전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하는 아이들이 꼭 대학을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끊어질 것 같은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영자에게 고등학교 역도부 감독은 엄살이라며 진통제나 챙겨 먹으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못한다고 꾀부린다고 매부터 드는 감독의 모습에서 나는 어떤 선각이었는지 반성을 합니다. 일꾼들이 힘들어할 때면 그들의 어려움을 살피기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약해서 무슨 천하창생을 살리느냐고 수반들을 다그치던 제 모습이 생각나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포덕 사업하다가 힘들어 이젠 수도마저 저버린 사람들이 잘 살피지 못한 제 탓인 것 같아 또 가슴을 칩니다.

 

경쟁자도 없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도 없는 자신과의 싸움인 역도. 시합에서 들어올려야 하는 무게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무게보다 가볍다고 말하는 이 감독. 전국 선수권대회에서 학생들은 우승을 합니다. 선수들이 역기를 들때 이 감독도 같이 그 무게를 듭니다. 지금까지 제가 수도하고 따라올 수 있었던 건 제 삶의 무게를 같이 들어준 선각분이 계셨던 덕분일 겁니다.

 

수많은 사람이 금메달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동메달을 땄다고 그 사람 인생까지 동메달이 되는 건 아닐 겁니다. 매 순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그 사람의 노력이 금메달이 되는 겁니다. 우리도 도통이 있음을 믿고 수도합니다. 운수는 나중에 받아 봐야 아는 것이지만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온 노력은 도통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대순회보 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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