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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에서 배운 정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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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병무 작성일2019.03.19 조회6,1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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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10방면 선감 류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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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나는 하얀 한복을 입고 방앗간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다. ‘이것은 무슨 꿈이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스쳐 가는 꿈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은 방앗간이 하얀 구름에 싸여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한 기억도 잠시 꿈은 기억 속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몇 년 후 대략 2000년으로 기억된다. 우리 방면 회관 지하에 방앗간이 처음 만들어졌다. 그동안 외부 방앗간에서 떡을 맞추었는데 치성 때마다 상제님 전에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직접 방앗간을 만들어 도인들 손으로 치성 떡을 올리고 싶다는 수임 선감의 말씀이 도인들의 염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처음으로 방면 도인들 손으로 떡을 만든다고는 했지만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떡이 되는지조차 아는 도인은 드물었다. 할 수 없이 도전님 재세 시에 도장에서 떡을 만들었던 분을 방면 회관 방앗간에 초대해서 떡 만드는 것을 하나하나 배워나가기로 했다. 급한 대로 각 방면 별로 떡을 배울 임원들을 선출했다. 그때 방면 대표로 떡을 만드는 임원 중 한 명으로 나의 이름도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떡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복을 입고 간 회관 방앗간에는 많은 임원이 모여 있었다. 떡 하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오신 ○○ 보정의 지시로 쌀을 분배하고, 씻는 것부터 시작했다. 보정은 처음 하는 서투른 모습이 답답했는지 직접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꼼꼼한 가르침을 잊을까 봐 바로바로 노트에 적었다. 처음 하는 일인지라 여기저기서 조그마한 실수들이 발생했다. 작은 실수들은 다시 알려주었지만, 치성에 올라갈 쌀이나 떡고물을 흘리면 개인의 실수로 치성에 쓰일 도인들의 소중한 정성이 버려진다며 굉장히 화를 내셨다. 특히 떡은 정성으로 되는 것이라면서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떡을 만들려면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과는 달리 실수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꾸지람을 들으면서 하나하나 배우고 익혀 나갔다. 빠르면서도 정성껏 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떡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쌀과 고물들이 기계로 빻아지고 빻은 가루로 떡을 익혀서 만들어 가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도인들의 정성으로 떡이 하나씩 익혀서 나오는 것이었다. 배우는 과정은 부족함 속에서 금방 지나갔다. 신기한 마음으로 배우기는 했지만, 막상 나에게 떡 하는 것을 맡긴다면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처음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 떡 방앗간 일은 무사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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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후 다시 방면의 치성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배운 것을 토대로 직접 떡을 만들기로 했다. 다들 만들 수 있을까 하며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 보정께서 시간을 내서 오시기로 한 것이다. 지난번에 가르쳐 준 내용을 떠올리고 수첩을 뒤적이며 떡을 해 나갔고, 그 과정에서 부족한 것이 보이면 보정께서 직접 지적해 주셨다. 그러한 지적들을 받으면서 처음부터 배우는 마음으로 하나라도 놓칠까 봐 기록하고 또 기록하였다. 정신없는 속에서도 도인들의 정성으로 무사히 떡을 할 수 있었고 이제는 다들 자신감을 가진 듯했다.


  치성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 보정 없이 우리 힘으로 떡을 해야 했다. 한복을 입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쌀을 씻고 고물을 만들었다. 첫날의 준비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 두 번째 날의 일은 늦은 밤부터 시작되었다. 과방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부족한 실력을 시간으로 보충해야 했기에 이른 시간에 시작한 것이다. 쌀을 빻고, 시루에 떡살을 부어 고르고, 고물을 뿌리고, 시루를 스팀으로 찌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다들 직접 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정성껏 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은 떡이 시루에서 익어 하나둘씩 나올 때마다 마냥 대견하게 느껴졌다. 


  늦은 밤에 시작한 일은 어느덧 새벽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처음의 긴장이 풀려서일까⋅ 떡 하는 일이 고돼서일까⋅ 새벽이 되면서부터 사람들이 한두 명씩 방앗간을 나가 안 보이기 시작했다. 떡을 찌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그동안 자리에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일은 찰편을 할 때 일어났다. 떡을 찌고 시루를 엎는 순간 아찔했다. 떡살이 익지 않아 허옇게 보였던 것이다. 갑자기 『전경』의 한 구절01이 생각났다. 이선경이라는 자의 빙모가 상제님의 신성하심을 알고 49일 동안 정성을 들일 것을 스스로 다짐하였으나, 여러 날을 거듭하자 아내가 심히 괴로워하여 불평을 품었고, 그 결과 한 짐 나무를 다 때어도 떡이 익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한 마음으로 떡을 다시 시루에 담고 증기로 찌기 시작했다. 2, 3시간을 찌었는데도 떡은 익지 않았다. 상제님 전에 심고를 드리면서 정성의 부족함에 대한 사죄와 치성을 모시기 위해서는 반드시 떡이 되어야 하므로 무사히 떡이 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다급함을 느낀 책임자도 사람들을 불러모아 이러한 상황을 알리고 다 함께 정성을 들이도록 했다. 4시간 만에 겨우 찰편을 마칠 수 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나머지 떡을 무사히 마쳤고, 이 일은 도에서 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우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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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면에서 치성 떡을 하고 몇 년이 지나서 도장 떡을 할 전수원이 필요하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방면 선감께서 도장 떡을 할 수 있느냐고 물으셨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윗분들의 정성 덕분에 부족한 나 자신이 도장에서 치성 떡을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도장의 아래 내정에 있는 방앗간에 들어선 나는 깜짝 놀랐다. 어디선가 본 듯이 친숙한 광경이었고 언젠가 꿈속에서 한복을 입고 구름 가득한 곳에서 떡을 하던 모습이 이곳과 연관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치성 준비를 하는 이곳이 바로 천상계의 음식을 만드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장 치성 준비를 하는 동안 다른 분들은 오랫동안 익숙하셔서 빠르게 일을 진행해 나갔다. 나는 부족한 실력으로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열심히 뛰어 다녀야 했다. 한겨울에도 땀으로 몸이 흥건히 젖은 적도 많았다. 그래도 떡 전수원분들이 서로서로 부족함을 도와주어서 빠르게 일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 떡조의 화합하는 기운 덕분인지 치성을 마치고 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떡이 맛있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몇 년이 지나 떡 하는 일이 익숙해질 무렵, 다시 나의 정성을 돌아보는 일이 생겼다. 떡을 하는 날이면 다른 사람들보다 30여 분 일찍 올라가서 미리 떡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했다. 그날은 겨울 중에서도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먼저 올라와서 물 호스를 연결하다가 불현듯 ‘왜 나만 먼저 올라와서 일을 해야 하지⋅’라고 불평을 하는 순간, 수도꼭지에 손을 찧은 것이다. 눈물이 핑 돌 정도의 아픔이 엄습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을 들이기 위해서 먼저 올라왔는데 나의 불평으로 말미암아 내가 한 일들이 정성이 아닌 죄를 짓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행히 피는 안 나왔지만, 손은 나의 한 번의 불평으로 까맣게 멍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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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시루떡은 정성으로 익는다고 한다. 치성 떡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정성이 부족하면 떡이 잘 되지 않고, 그래서 그 떡은 상제님 전에 올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지 일이 아니라 하나하나 정성으로 할 때만이 그것이 나에게 복이 될 수 있고, 불평으로 하면 그 일은 오히려 죄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떡 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에서의 모든 일이 정성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수도의 삼요체 중 하나로 성(誠)이 존재하고 있다고 보인다. 아직도 치성 떡을 할 때면 수도가 부족한 나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고, 부족한 정성이지만 도에서 쓰임이 될 수 있게 해주신 상제님, 도주님, 도전님께 감사드린다. 

 

 

 

01 행록 1장 29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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