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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절망 혹은 희망의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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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은영 작성일2017.01.05 조회3,5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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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평2-15 방면 선무 황은영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주본부도장에서 3년째 수호를 서고 있는 일명 ‘장기 수호자’입니다. 수호를 서면 금강산 토성수련도장에도 자주 가게 됩니다. 방면에서 수도를 할 때는 속초를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귀한 곳인데 저희는 수시수의로 가니, 선각분들 말씀처럼 공덕이 정말 많은가 봅니다.

  얼마 전 금강산 토성수련도장으로 수호를 가는 버스 안에서 ‘블랙’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인도의 발리우드에서 만든 영화인데 TV나 잡지에서 많이 들어본 영화였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인도의 부유한 사업가 폴 맥날리의 딸입니다. 갓난 아기때 크게 앓고 난 뒤 시력과 청력을 잃습니다. 그 후 주인공 미셀은 마치 짐승처럼 자랍니다. 접시를 깨뜨리고 촛불을 떨어뜨려 불을 지르고 물건을 휘두르고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식탁을 어지럽히고 동생을 다치게 할 뻔하고…. 하지만 미셀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녀의 세계는 오로지 ‘Black’입니다. 그녀의 세계는 어둠이고, 감각과 감정만이 존재합니다.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세상과 단절되어 있습니다.

  아버지 맥날리는 냉정한 사람인가 봅니다. 딸에게 동물처럼 방울을 달고 딸이 사라지면 그 방울소리를 듣고 딸을 찾아냅니다. 미셀이 동생을 해칠 뻔하자 정신병자 수용소에 맡기려 합니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전문가에게 맡겨보자고 호소합니다.

  사하이 선생이 맥날리의 저택을 찾아옵니다. 사하이는 미셀을 이해해줍니다. 미셀이 거칠고 위험하게 식탁주변을 뛰어다녀도 모두 미셀을 불쌍하게만 여기고 그냥 내버려 두지만 사하이는 미셀에게 예절을 가르칩니다. 허리에 있는 방울도 떼어버립니다. “이 아이는 짐승이 아닙니다.”, “예절을 가르쳐야 되요. 이 아이는 할 수 있어요.” 아무도 미셀을 믿지 않았지만 사하이는 미셀을 믿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 사하이를 해고하고 20일간 출장을 갑니다. 하지만 사하이는 떠나지 않고 어머니와 하인들을 설득하고 미셀에게 ‘세상’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까지 20일간 그는 미셀에게 세상의 모든 것에 ‘뜻’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어머니와 단절시키고(어머니에게 의지하지 못하게), 예절을 가르치고, 끊임없이 미셀의 팔에 알파벳을 그려주고, 자신의 입에 그녀의 손을 갖다 대어 말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20일 되는 아침, 어머니는 미셀을 다시 데려갑니다.

  “약속한 20일이에요. 이제 떠나주세요.”

  “조금 더 시간을 주세요. 미셀에게 모든 것에 뜻이 있다는 걸 알려야 해요.”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이제 곧 남편이 올 거예요.”

  곧이어 아버지가 오고 그를 노려봅니다.

  온갖 노력을 해도 변하지 않는 미셀. 그에게 화를 내는 고용인. 자신은 그곳에 있을 수 없는 입장.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사하이는 떠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사하이는 떠나는 직전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다시 식탁을 휘저으며 음식을 던져대는 미셀을 잡고 분수가로 데려갑니다. 분수 속의 물에 미셀을 빠뜨리고 ‘워터! 워터!’라고 소리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가슴 속에 무언가 뭉클하고 올라왔습니다. 저는 사하이가 미셀을 통해 자신의 실패한 인생을 보상받으려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성공하면 다들 그를 인정해 줄 테니까요. 어쩌면 그런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본 순간 사하이의 진실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오로지 그 아이를 위한 마음이 아니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얼마나 순수하게 수도를 하고 있을까? 해야 한다니까 하고, 내 욕심에 정성을 드리고…. 그래서 저 사람처럼 끝까지 있는 힘을 다해 정성을 드리지 못했던 건 아닐까?

  정성이 100% 찼을 때 신명께서는 열어주신다고 하시죠? 미셀은 자신이 두려워하던 물속에서 무언가 깨달은 듯 입을 엽니다. “워- 워…” 차갑고 형체가 없는 그 무언가가 ‘워터(물)’라는 걸 알게 된 겁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미셀이 ‘Black’에 둘러싸인 인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망하려던 살림살이를 버리지 못하고 진멸해가는 인간들을 보며 상제님께서는 어떤 심정으로 정성을 드려 주셨을까요? 죄를 짓고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천지신명들은 얼마나 애가 탔을까요? 아무리 교화를 해주고 챙겨줘도 바뀌지 않고 자기 마음만 따지는 저를 보고 선각분들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사하이는 ‘불가능’이란 단어를 제외하고 세상의 모든 단어들을 미셀에게 가르쳐 줍니다. 미셀은 사하이의 도움으로 일류대학에 진학해 20년 만에 졸업을 합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사하이에게 가장 먼저 졸업가운을 입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순회보》 110호, 「독자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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