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에서 사람다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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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서경 작성일2020.06.22 조회5,936회 댓글0건본문
잠실30 방면 선무 김서경
어린 나이에 입도했던 저는 감정으로만 상황을 판단하는 방면 최고의 철부지였습니다. 평소에는 선각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아기처럼 해맑다가도 마음이 좋지 못하면 성질을 다스리지 못하고, 이런 저를 붙잡고 교화하는 선각들을 원망까지 하였습니다. 그냥 나를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되짚어 생각해보니 저는 감사함을 머리로 생각만 할 뿐, 마음으로는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각들이 제 힘든 마음을 알아줄 때는 감사해하면서 잘못된 부분이나 저의 부족한 면과 바꿔야 하는 부분을 지적할 때는 저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많이 원망했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는 것을 당연히 여겼고 선각들에게 서운해하는 제 마음까지도 이해받길 원했습니다. 이런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선각들께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면서도 진정한 반성을 하진 못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포덕을 해도 스쳐 지나가는 후각들만 들어왔고 저는 제대로 깨닫지 못한 채 선무 임명을 모셨습니다.
임명을 모셨어도 함께 수도할 후각은 여전히 없었습니다. 임명만큼 생긴 책임에 마음만 무거워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제가 책무를 다하지 못한 채 도를 닦지 못하게 될 것 같아 두려웠습니다. 그 후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포덕하여 후각이 생겼지만, 다들 외국으로 떠날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후각들이 도를 잘 알아봤으면 하고 마음을 썼지만, 모두 외국으로 떠났습니다. 후각이 모두 다 떠나버리자 저는 크게 낙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했고, 선각들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 도에 대한 마음도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포덕에 손을 놓고 방면을 외면하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이해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도가 아닌 다른 곳에서 허전함을 채우려고 방황했습니다. 방황하면서 점점 더 엇나가기 시작하였고, 하루는 이런 제 상태가 걱정되어 선감께서 저를 붙잡고 교화하셨습니다. 수도의 방향성을 찾게 해 달라고 21일간 정성을 들이라고 권하셨고, 그 말씀을 차마 뿌리칠 수 없어서 축시 기도를 매일 모시며 심고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만 끝나면 수도생활을 접어야겠다’ 하는 심정이었으나, 하루하루 정성을 들이며 그사이에 위태롭던 제 마음이 점점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반항으로 가득 차 있던 제 마음이 한풀 꺾이기 시작했고, 선각들의 마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원망을 하고 있는데도 한결같이 그 자리에 계시며 저 때문에 속 태우고 계셨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점차 고비를 넘기고 폭풍 같았던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습니다. 21일 동안 기도를 마무리 짓자 외국으로 갔던 후각 중 한 명이 돌아와서 함께 수도하게 되었습니다. 포덕에 대한 마음을 다시 세워야겠다며 다짐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새로운 후각을 찾게 되었습니다.
새로 수도를 시작한 후각은 저와 정말 잘 통했습니다. 너무 잘 통해서 친한 친구가 생긴 느낌이었습니다. 매일 통화하고, 얼굴을 보면서 서로를 챙겼고 꼭 붙어 다녔습니다. 그래서 저도 선각들에게 받았던 것처럼 후각의 수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잘 되게 해주려고 마음을 많이 쏟으며 잘 이끌어 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후각이 수도가 버거워지자 저를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억울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동안 후각을 위해 나를 내려놓고 배려하고 맞췄는데 감사함은 온데간데없고 후각은 그저 자기 처지에서 힘든 부분만 생각하고, 제가 못 해준 것만 원망했습니다. 그런 후각을 보면서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그 후각의 모습이 바로 선각들에게 했던 저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에서 대지진이 나는 듯했습니다. 선각들을 힘들게 했던 것을 한꺼번에 돌려받는 듯해서 너무 괴로웠습니다. 선각의 입장이 되고 나니 후각을 이해해주고 이끌어 주는 게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 입장만 생각하며 남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이 수고스러웠고, 그러면서도 남들이 내게 주는 사랑을 당연하게 여겨왔습니다. 또 내가 원하는 걸 못했을 때 선각들을 원망했던 것도 깨달았습니다. 저는 정말 감사할 줄 모른 채로 선각들의 입장이나 심정은 하나도 헤아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의 이런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선각들께서 얼마나 힘드셨을지, 그러면서도 저를 포용하고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셨을지, 혹여나 제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얼마나 걱정하셨을지 생각하니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선각들도 지금의 저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힘드셨을 텐데 저를 위해 무던히 노력하시며 제가 깨닫기를 기다려 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선각들께 감사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같은 방면 식구들, 오가며 스쳐 지나간 많은 수도인들, 그리고 신명들과 상제님께서도 부족한 저를 기다려 주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마음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요즘의 저는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것 하나도 당연한 게 없다는 걸 느끼며 ‘감사함’에 대해서도 느끼게 됐습니다. 제 입장과 감정을 내리려고 하면서 감사함을 바탕으로 제가 해야 할 도리와 양심을 지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밝아지는 저를 보며 사람다워지고 있다는 뿌듯함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마음에도 한결 여유가 생겨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나아지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많은 겁액과 닦여지지 않는 성질 때문에 많은 분에게 도움을 받으며 도를 닦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함’, 그 자체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제가 받은 만큼 가장 가까운 선각분들, 후각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수많은 은혜에 감사하며 보은하여 남을 잘 되게 할 수 있는 수도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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