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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풀면 상대는 스스로 풀리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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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희 작성일2020.08.14 조회4,9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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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방면 선사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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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제님께서 “원수의 원을 풀고 그를 은인과 같이 사랑하라”(교법 1장 56절)고 하십니다. 하지만 너무나 큰 말씀이어서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원수를 어떻게 은인처럼 사랑할 수가 있을까요?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말도 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도 어려운데, ‘은인과 같이’ 사랑하는 건 더더욱 어렵게 생각되었습니다. ‘원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원망’이란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러 해 전 어버이날 아침, 식당을 운영하는 분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식당에서는 어버이날이 일 년에 가장 바쁜 날 중의 하나입니다. 대부분 그날만큼은 가족과 함께하고자 하므로 일할 사람을 추가로 구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저는 기운이 너무 없고 몸이 몹시 아픈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 가까운 분의 부탁임에도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애절한 하소연에 결국 약을 몇 개나 사 먹고 두 시간 넘는 거리를 버스 갈아타며 가서 도왔습니다. 당시 부부 간 갈등으로 가게의 공동 운영자인 배우자는 집에 있으면서도 가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가게가 문을 닫을 시간에 나타나 주인행세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몇 달 후 그분을 만나러 갔다가 우연히 그분의 배우자와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게 어버이날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내며 저를 원망했습니다. 그날 제가 내려와서 도운 것이 아주 큰 잘못이라는 겁니다. 배우자를 실컷 고생시킬 심산이었는데, 제가 도와주는 바람에 계획이 어긋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픈 데도 와준 건, 움직일 만했으니까 온 거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상제님께서 원수를 은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시니 미운 상대를 이해하고 좋은 점만 생각하려고 나름 노력했습니다. ‘부부싸움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ㅇㅇ을 잘 되게 해 주십시오’라고까지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이 우러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효과가 없었습니다. 만날 때마다 서로의 말이 귀에 거슬리는지 작은 갈등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부터는 그 이름만 떠올려도 뱃속 가운데에서 무언가 덩어리진 생명체가 있는 듯 꿈틀거렸습니다. 소심해서 상대를 이해하고 용납하지 못하고, 과거를 쉽게 잊지 못하는 저 자신이 미워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내가 수도한다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누군가를 미워하다니…’라는 반성이 일어났습니다. 저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미운 감정을 말끔히 풀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상제님께서 이 세상의 모든 원을 푸는 ‘해원신(解冤神)’01으로 오셨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저 자신을 반성하면서 상제님께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심고를  ‘ㅇㅇ을 원망하는 감정이 풀리게 도와주십시오.’로 바꾸었습니다. 그 사람의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분리하여, 오로지 저를 반성하고 제 감정을 푸는 데에만 집중하였습니다. 미운 감정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당분간 직접 대면을 피하고 상제님께 심고만 드렸습니다. 기도 시간뿐만 아니라 수시로 생각날 때마다 이 심고를 드렸습니다. 한 달이 지나면서 가슴속 덩어리의 꿈틀대는 강도가 약해진 것을 느끼고 더욱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그 사람을 떠올렸는데 몸 안에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고 편안하였습니다. 제 몸속에서 몽글거리며 저를 괴롭히던 괴물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억울하게 하고 화나게 했던 장면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역시 아무 감정이 일어나지 않고 꿈틀대는 것도 없었습니다. 드디어 미운 감정이 풀린 것입니다. 이제는 그 사람을 만나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이후 그 사람을 만나 자연스럽게 얘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저 자신을 반성하고 감정을 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더니 상대도 역시 노력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연스레 여러 가지 소소한 대화가 이어지면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 “내가 먼저 풀면 상대는 스스로 풀리게 되고, 양편이 해원이 되어야 상생이 된다”02는 도전님 말씀의 깊은 뜻을 그제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관계 회복에서 일단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감정을 완전히 푸는 것이 핵심임을 깨달았습니다. 감정을 남김없이 푸는 데는 상제님께 심고 드리는 것이 지름길임을 그제야 깊이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반성하면서 상제님께 심고를 드리니 꼬여서 도저히 풀기 어려웠던 매듭이 상제님의 덕화로 수월하게 풀려나간 것입니다.

  이제, 괴로웠던 사건은 저 자신이 ‘원망 생산공장’이 되지 않도록 이끄는 고마운 경험으로 변했습니다. 제 마음은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밝아지고, 인간관계가 좀 더 편안해졌습니다. 미운 감정이 있을 때는 분명 이상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보였지만, 감정이 사라지자 단점은 다만 그만의 개성으로 보였고 오히려 은인으로도 생각되었습니다. 덕분에 저의 단점이나 잘 모르던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그는 자기만의 독특한 행동 양식을 가진 사람일 뿐이고, 어릴 때 제대로 된 애정을 받지 못해 현재 상태가 된 것이라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 사람은 전과 같은 사람일 뿐, 바뀐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상대방이 아니라 타인을 보는 저의 시각(視角)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실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이 문제인 데 말입니다.03 상대는 단지 제 말과 행동에 맞추어 반응했을 따름이었습니다.

  큰 돌에 맞아 가슴뼈가 상하여 수십 일 동안 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상대를 원망하며 복수를 결심한 박공우 종도에게 상제님께서는 “네 마음을 스스로 잘 풀어 가해자를 은인과 같이 생각하라. 그러면 곧 나으리라”(교법 3장 12절)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말씀들은 ‘무척 잘 산다’라는 속담과 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저 자신이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거나 미워한 것까지도 남김없이 풀고자 상제님께 심고 드리는 중입니다. 이제, 마음이 더욱 밝아지도록, 더더욱 노력해서, 무엇보다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이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고 싶습니다. 상제님의 덕화로 쉬이 넘을 수 있는 해원의 산은 다 같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01 교운 1장 19; 공사 1장 3절; 공사 3장 5절; 예시 6절; 예시 9절 참조. 녹명지에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 해원신”이라고 되어 있음. 

02  『대순지침』, p.27.

03 리처드 래저러스ㆍ버니스 래저러스, 『감정과 이성』, 정영목 옮김 (서울: 문예출판사, 1997),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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