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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머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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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은경 작성일2021.03.02 조회2,8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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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40 방면 선사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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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또래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봤을 ‘머털도사’를 도를 만나서 여러 차례 보게 됐습니다. 선무 때는 주인공 머털이가 누더기 도사에게 겪는 모습을 보면서 재밌기도 하지만 수도란 저런 것이구나 하고 막연하게 느꼈습니다. 수도 과정을 후각에게 알려주려고 후각과 같이 보기도 했고 교화도 했는데 중간임원이 되고 어려운 과정을 겪고 보니 누더기 도사가 머털이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과거와는 다르게 보이고 가슴에 남는 부분이 있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만화의 시작은 선술을 얻고자 머슴살이했다는 『전경』 구절을 떠오르게 하는 머털이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스승 누더기 도사의 수발을 드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누더기 도사는 머털이의 마음을 꿰뚫으며 머털이가 집안 살림을 하면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을 가르치고자 합니다. 하지만 머털이는 10년간 누더기 도사를 모시면서 배운 것은 머리털 세우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누더기 도사는 마음을 가르치려 하지만 머털이는 그 뜻을 알지 못하고 불평만 하고 지냅니다. 누더기 도사는 머털이가 평정심을 못 찾고 머리털을 세우면 혼을 내는데 머털이는 스승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저 또한 10년이 넘게 수도를 한다고 했지만, 사업을 결과로만 판단하면서 욕심과 남들에게 인정받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불평하며 선각분들 말씀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모습이 머털이와 닮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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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털이는 도술을 배우러 온 꺼꾸리에게 불평을 털어놓습니다. 도망가려 해도 매번 길을 잃고 제자리니 도와달라고 합니다. 눈을 감고 꺼꾸리를 앞세우고 지팡이를 붙잡고 갔으나 눈을 뜨니 지팡이는 뱀이고 앞은 천 길 낭떠러지였습니다. 이때 누더기 도사가 눈으로만 사물을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고 느끼라는 말을 하지만 머털이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같은 시간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 생각하고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두 농부 이야기를 하며 머털이를 일깨워주려 하지만 머털이는 스승의 말씀을 깊게 헤아려 생각하지 못합니다. 선각분들은 마음을 깨우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주시지만, 저는 제 생각과 틀을 깨지 못하고 항상 내세웠던 것 같습니다. 후각을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해주시는 말씀이 오히려 섭섭하게 느껴지기만 했으니 겁액에 쌓여있는 저는 제대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거 같습니다.

  그 후 꺼꾸리가 왕질악 도사 제자로 들어가고 3개월 후 경합을 하자는 제안을 받습니다. 그날 밤 누더기 도사는 간직했던 이야기를 합니다. 실은 머털이가 머리털을 세우면서부터 모든 도술을 전수했지만 머털이의 마음이 넘칠 것을 염려하여 그동안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겁니다. 누더기 도사는 머털이에게 이번 시합에서 져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이미 머털이에게 모든 도술은 전수되었고 머리털을 뽑는 좀 더 높은 도술의 단계에 이를 때까지 모든 것을 비밀로 하고 이번 경합을 절대로 이겨서는 안 된다며 명심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드디어 경합 날, 머털이는 스승의 말대로 도술을 쓰지 않습니다. 왕질악 도사는 머털이가 도술을 쓰게 계략을 꾸미지만, 머털이는 참아 냅니다. 하지만 꺼꾸리의 무시에 자존심이 상한 머털이는 결국 도술을 부려 경합을 이기고야 맙니다. 누더기 도사는 평소에 그렇게 넘치지 않는 마음을 가르치려 했지만 깨우침이 부족했던 머털이는 자존심이라는 시험을 넘지 못했고 누더기 도사는 머털이를 보호하려다가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리고 누더기 마을 사람들은 왕질악 도사의 노예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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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털이는 스승을 잃고 마을 사람들이 어려움에 빠지고 나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후회합니다. 한 번만이라도 누더기 도사의 진심을 헤아리려 하고 자기 자신을 진정 반성하고 고쳐 나가려 했다면 곤궁에 처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뒤늦게 후회하고 깨우치는 모습이 제가 수도하면서 저를 보지 못하고 남 탓을 하며 겪었던 모습과 너무도 닮은 듯 보였습니다. 후각이 없을 때는 선각의 부족한 모습을 보면서 무시를 했고 후각이 생기고 나서는 후각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제 입장에서만 보면서 미워했습니다. 선각분들은 후각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를 해주시고 제 마음을 볼 수 있게 말씀을 해주셨지만, 저를 합리화하다보니 말씀을 듣지 못했고 부족한 저의 모습에 결국 후각이 떠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후각을 잃고 나니 후각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냈던 시간이 후회됐습니다. 스승을 잃고 마을 사람들을 곤궁에 빠트리며 책임을 피부로 느껴야만 반성하게 되는 머털이 모습을 보면서 선무 때는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머털이의 심정을 좀 더 느끼게 됐던 것 같습니다.

  겪지 않고 깨우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에게는 그런 좋은 길은 열리지 않는 거란 생각이 듭니다. 머리털을 세우며 자기를 내세우는 머털이를 보면서 재밌게 웃기만 했던 선무 시절에 저는 제가 그러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나를 내세우며 주변의 말을 듣지 않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시절이 후회됩니다. 저의 잘못을 보지 못해서 저로 인해 힘들었을 후각에게 뒤늦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선각분들의 말씀을 그때 듣고 반성해서 고쳐나갔다면 후각을 잃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보다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을 거 같습니다.

  머털이도 나중에 누더기 도사의 말씀을 따르고 깨우쳐 마을 사람들을 구했듯이 저 또한 선각분의 말씀을 약이라 생각하고 저 자신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수도를 해서 저의 허물을 벗고 상제님의 큰 일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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