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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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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건 작성일2018.05.30 조회3,9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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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자양57 방면 평도인 장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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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 알 수 없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 쌓일 때였다. 지나온 세상에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 그리고 생명이 없는 모든 사물까지 상극의 원리가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천·지·인 삼계가 원한으로 가득 채워졌고 결국에는

상도(常道)를 잃어 갖가지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다.

 

‘무극신 대도덕 봉천명 봉신교 도문소자 소원성취케 하옵소서. 훔치훔치….’

창 밖에는 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다.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린다. 거실에 TV소리가 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늘도 난 홀로 방에 앉아 어김없이 기도를 모시고 있다. 오늘은 가족들이 있어서 이렇게 몰래 마음속으로 외우고 있다. 나만 도인이기 때문이다.

‘천하영웅 관운장 의막처 근청천지….’

이렇게 저녁 7시만 되면 기도를 모신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내가 대순진리회에 입도한지 5년이 다 되어가지만 기도시간을 지키려고 한 것은 2년 정도 되었다. 그전까지는 그냥 생각나면 주문만 외우는 정도였는데 2년 전 어느 날부터인가 주문을 외우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그날부터 하루에 두 세 번은 꼭 정식으로 기도를 모신다.

‘천상옥경천존신장 천상옥경태을신장….’

주문을 외우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져서 세포 하나하나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시간이 나거나 특별한 일이 생기면 회관에 가서 기도를 모시기도 한다. 행여나 기도시간에 밖에 있을 때면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려고 노력한다.

“병준아, 밥먹자.” 어머니가 급하게 나를 불렀다.

‘칙속칙속 음음 급급.’

“예, 어머니 저는 아까 먼저 먹어서 병수한테 안 먹는다 했습니다.” 방문을 열고 어머니께 말했다.

입도하고 나서는 부모님께 말대꾸한 적이 없다. 입도하기 전에 이런 상황에서는 좀 짜증을 냈지만 입도하고 나서는 훈회와 수칙을 잘 지키려고 하니 저절로 몸에 밴 탓이다.

‘여률령 사바아. 삼계해마 대제신위….’ 이어서 주문을 외웠다. 오늘도 기분이 좋아진다. 매번 정도는 다르지만 지금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취업준비생, 토익공부를 하고 있다.

 

“따르릉 따르릉~”

새벽 5시 반, 알람시계가 울렸다. 오늘은 영어학원에 가는 날이라서 일찍 일어나야 했다.

‘상제님, 오늘도 가족들과 행복한 하루 되게 해주세요. 그리고 선각이랑 내 후각 한우, 영식, 수정이 까지도 오늘 알찬 하루 보내게 해주세요.’

나는 마음속으로 심고를 드리고 이불을 갰다. 이상하게 최근 들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지 않았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으으~” 기지개를 켰다. 몸이 천장을 뚫고 나갈 정도로 개운했다. 아직 가족들이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머리 감고 렌즈를 끼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 오늘따라 밥이 맛있었다. 보통 아침에는 입맛이 없어서 조금만 먹었는데 오늘은 한 공기 가득 남김없이 먹었다.

6시 10분 정도 되어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면서 영어회화를 듣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이게 웬일인가! 영어가 다 들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거의 반반이었는데… 오늘은 내용이 다 이해가 되었다. 새삼 힘들게 공부했던 기억이 떠오르고 가슴 뿌듯한 보람이 솟아나 기분은 한결 더 좋아졌다.

밖은 어제 내린 눈이 그치지 않고 계속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외투를 두껍게 입고 나와서 그렇게 춥지 않았다. 아직 날이 어두컴컴해서 조심스럽게 걸었다. 종로에 있는 학원을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 했다. 역까지 걷는데 오늘따라 길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이거 차도 안 다니고 오늘 공휴일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조심조심 걸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잔잔하게 내리고 바람도 없어 역까지 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진짜 이상하네. 왜 아무도 없지?’

핸드폰을 꺼내 한우에게 어디냐고 카톡을 보냈다.

‘형, 저 거의 다 왔어요. 근데 오늘 무슨 날이에요? 사람이 별로 없네요. ㅋㅋ’

‘응 여기도 그래. 오늘 학원 쉬는 거 아냐? ㅎㅎ’

내가 포덕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은 후각들과 다 오빠 동생 한다.

‘한우야, 나 영어 듣기가 좀 되는 거 같아. ㅎㅎ’

‘제 말이 맞죠? 근데 형은 좀 일찍 터지신 듯. ㅋㅋ’

카톡을 하는 중에 전철이 와서 바로 지하철을 탔다. 전철 안에는 사람이 있었지만, 평소보다 4분의 1은 없어 보였다. 원래는 한 의자에 서너 명 정도였다면 오늘은 한 칸에 서너 명 정도? 이어폰에서 들리는 영어가 한국말처럼 들리기 시작하면서 대화 내용에 빠져들었다. 분명 모르는 단어가 있었는데도 내용이 이해가 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어회화에 심취했다. 종로 3가역에 도착해서 바로 한우에게로 갔다.

‘이거 뭐지?’

지하철을 나서는데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찼다가 풀었을 때의 느낌이었다. 나는 빠르게 한우가 있는 3번 출구로 갔다. 역 계단을 올라가기 전에 한우가 있었다.

“형, 공부 많이 했어요?”

“그냥 좀 했지”

“형이 빨리 취직 돼야 하는데”

“한우야 늦겠다! 빨리 가자”

수업이 오전 7시 타임이라 서둘렀다. 종로 거리에는 사람이 있었지만 평소보다 많이 없었다.

“형, 오늘 이상하죠?”

“응, 그러게. 사람이 많이 안 보인다.”

“오늘 무슨 추석 연휴 같아요. 다 시골에 내려간 것처럼.”

“설날도 지났고 연초라 휴가 낼 일도 없는데 뭐지?”

“형 일단 가요 늦겠어요.”

“그래그래 빨리 뛰자!”

“형! 같이 가요! 누가 보면 우사인 볼트인 줄 알겠네!”

우리는 빨리 학원 안에 들어왔다. 평소 같았으면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좀 있었을 텐데 한 명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듣는 수업이 60명 정도 듣는 수업인데 수강생은 몇 명뿐 거의 없었다.

“형 오늘 휴강인가요?”

“나 그런 연락 못 받았는데?”

“우리 한번 사무실에 물어봐요.”

복도는 텅 비었고 다른 강의실도 사람이 몇 명 없었다. 사무실에 가보니 불만 켜져 있고 아무도 없었다. 카운터에는 여직원이 혼자 전화를 하고 있었다.

“왜 전화를 안 받지?”

“저기요, 오늘 토익 중급 LC 수업 하나요?”

“오…오늘 하는데요, 강사님 하고 직원들이 저 말고는 출근을 안 했네요.”

당황한 여직원은 침작하게 대답해 주었고 계속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띵”

엘리베이터에서 남자 한 분이 내렸다. 다른 수업 선생님 같았다.

“안녕하세요.”

그 선생님은 우리가 있는 카운터에 인사를 하고 곧장 사무실로 들어갔다.

“미영씨, 다른 선생님들은?”

“아직 출근 전이요.”

 

일단 7시가 되어서 나와 한우는 강의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자리에 앉아 한우와 나는 심고를 드리고 주문을 외웠다. 강의실이라서 봉축주와 태을주, 기도주만 마음으로 되뇌기로 했다.

‘무극신 대도덕 봉천명’

갑자기 기분이 묘했다. 목덜미에서 을씨년스러운 한기가 뺨을 타고 올라오고, 가슴에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짜릿한 느낌이 동시에 전해졌다. 눈을 바로 떴다. 주위가 맑아진 듯 주변에 있는 사물들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더욱 신기한 것은 내가 끼고 있는 렌즈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뭐지?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나는 눈에 있는 렌즈를 잡았다. 눈에는 아무런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바로 렌즈를 빼내어 책상에 올려놓았다. 렌즈를 뺐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잘 보였다. 내 시력은 0.2, 0.3 밖에 되지 않아서 안경과 렌즈 없이는 생활을 하는데 매우 불편한 수준이다. 내 눈 상태를 한우에게 물어 보려했지만 아직 눈을 감고 있었다. 아직도 주문을 외우는 것 같았다. 한우가 눈을 뜨자 나는 말했다.

“한우야, 내 눈 봐봐.”

“왜요?”

“나 갑자기 시력이 좋아졌어. 렌즈 뺐는데도 다 잘 보여.”

“뭐예요 형, 오늘 귀가 뚫리고 눈까지 뚫리셨네. 크크”

농담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뚜렷하게 보였고 깨끗하게 보였다. 나는 너무나 신기해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형 장난치지 말고 우리 공부나 해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몸도 가벼워지고 눈도 잘 보이고 심지어 소리도 잘 들리는 것 같았다. 공부를 하려고 책을 보는데 영어문장들이 쉽게 읽혔다. 도무지 꿈만 같아서 믿어지지 않았지만 책에 있는 내용이 정말 잘 이해되어 책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20분이 흘렀는데 수강생 몇 명만 들어올 뿐 선생님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선각에게는 안부 문자를 후각인 영식, 수정에게는 안부 카톡을 보냈다. 선각에게는 시력이 갑자기 좋아졌다는 내용도 함께 보냈다. 답장이 왔다.

 

‘병준아, 도장으로 와라!’

그런데 그 답장이 핸드폰으로 온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울렸다.

“꽈당”

나는 선각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일어나면서 뒤로 넘어졌다. 뒤에 있는 책상에 머리를 박았지만 통증이 그리 크진 않았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듯 쳐다보았다. 키득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나는 선각이 강의실에 있는지 주변을 살폈다.

“형 왜 그래요? 안 다쳤어요?”

“응 괜찮아. 너 박 선사 목소리 못 들었어?”

“주미 누나요? 못 들었는데. 형 졸았어요?”

“아냐 아무것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선각이 다시 말을 걸어 왔다. ‘병준아, 놀라지 마.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우리는 지금 마음속으로 대화 할 수 있어. 너도 마음으로 말하면 내가 들을 수 있어.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몇 번 연습하면 할 수 있을 거야. 일단 말하고자 하는 상대를 떠올리고 머릿속에 잔상이 남을 때 얘기 하면 돼’

‘내가 할 수 있을까?’

‘응 잘하네.’

‘아 들렸어요? 죄송해요. 혼잣말이었어요.’

‘알아. 아무튼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오늘 새벽 1시부터 후천 세상으로 넘어온 것 같아.’

‘개벽을 말하는 건가요?’

‘나도 그게 조심스러운데 잘 모르겠어. 내 선각이 아침부터 이렇게 마음으로 이야기해 주셨는데 자세한 건 도장으로 와서 이야기하자 하시네. 아마 외수신명이 도와 줄 거야. 나도 지금 선사 신명하고 같이 있거든. 빨리 와.’

‘예,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회관 버스운행 하나요?’

‘아마 그냥 오면 될 거야.’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는 안 갔으나 곧 이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너 후각들에게 마음속으로 말을 걸어서 응답하는 아이들만 도장으로 오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내가 먼저 한우에게 말을 걸었다.

“형 이거 어떻게 풀어요?”

‘한우야’

“형”

‘한우야’

“형, 뭐예요? 왜 아무 말씀 안 하세요?”

“미안, 딴생각 좀 하느라”

“형 아까부터 좀 이상해요.”

“아니야”

나는 괜찮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거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아요?”

어제까지만 해도 나도 해석할 수 없는 어려운 문장이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문장의 원리가 보이고 해석할 수 있었다. 나는 한우에게 설명해 주었다.

“오! 형 많이 공부하셨네요. 이제 저보다 나으신데요. 형 좀 쉬세요. 요즘 공부 너무 많이 하신 듯해요.”

“괜찮아, 한우야 나 지금 급한 일 생겨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

“무슨 일이신데요?”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해 줄게.”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른 후각 영식이와 수정이도 마음속으로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학원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앞이 막막하였다. 도장을 혼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도장 갈 때 회관차로 움직였지 나 혼자 간 적이 없는데…. 도장을 어떻게 가야 하나?”

그 순간 갑자기 내 몸에서 밝은 오로라가 나오더니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난 너의 외수신명이야.”

“헉”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신이 있다는 것을 막연하게 알았지만 내 눈 앞에 나타나 말을 거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는 게 당연하지. 처음으로 이렇게 보여주는 건데 사실은 나도 어색해. 항상 곁에 있었지만”

“예, 고맙습니다.”

“말은 서로 편하게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너고 네가 곧 나니깐. 이제는 인존시대라 신과 인간이 동등한 입장이 되었지.”

“그… 그래. 말은 편하게 할게. 교화 때 듣던 말씀을 신한테 들으니 감회가 새롭구나.”

“자, 이제 빨리 여주본부도장으로 가야해. 천지신명께 인사드리러 가야지.”

“우리 어떻게 가”

“날아서 가지”

“날아서? 무슨 우리가 손오공도 아니고….”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린 거야. 이젠 하늘에서 기운을 빌려 쓸 수 있는 시대이고 익숙해지면 그 기운으로 혼자서도 자유자재로 날 수 있을 거야. 내가 도와줄 테니깐 날 수 있다는 상상을 해봐.”

“알았어.”

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니 새벽부터 가벼웠던 몸이 더욱 가벼워지더니 급기야 점점 몸이 땅에서 뜨고 있었다.

 

“자 몸이 떴으면 도장을 생각해. 그럼 하늘의 기운과 내가 나침반이 되어 도장으로 데려다 줄 거야.” 도장을 생각하니 몸이 더욱 하늘로 올라갔다.

“출발~”

외수신명이 먼저 앞으로 날아갔다. 나도 외수신명의 뒤로 바짝 따라붙어 날았다. 날이 밝았는데도 달빛은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고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하늘에는 구름이 적절하게 있어 운치 있게 느껴졌다. 날아서 다니면 추울 줄 알았는데 몸은 따뜻했고 땅에 있는 눈들이 점점 녹기 시작했다. 아침에 있었던 일이 문득 생각났다. 나는 궁금증이 밀려와 외수신명에게 물어 보았다.

“오늘 왜 사람이 없는 거야?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하하하하! 전혀, 그런 건 아니고 도장가면 자세히 알겠지만 오늘은 구천에 계신 상제님께서 인간세상으로 내려오시는 날이거든.”

“진짜?”

“응, 정말이야. 때문에 하늘에서 엄청난 기운이 내려오겠지?

“응”

“그래서 오늘은 하늘에서 기운이 많이 내려오기 때문에 척을 많이 지은 사람은 척신과 함께 그 기에 눌리다 보니 잠을 계속 잘 수밖에 없거든. 그렇다고 영원히 자는 건 아니고.”

“아! 그렇구나.”

“아까 학원 카운터에 있는 미영이라는 사람도 도인이야”

“아… 일찍 출근해서?”

“아니, 내수신명하고 함께 있었거든.”

“그럼 그 분도 곧 오겠구나.”

 

어느덧 다른 곳에서도 도인들이 신명들과 함께 날고 있는 모습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구름 사이로 여주본부도장이 보였다. 그런데 도장이 구름 위에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신비하고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와!”

내 선각이 아니었으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득 5년 전 나를 입도시킨 주미누나가 고마워지기 시작했다. 그 고마움을 느낄 새도 없이….

“자 도착!”

“여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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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도장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그야말로 하늘 정원, 하늘 낙원이었다. 정문에는 수호신으로 보이는 신들이 황금색 갑옷을 입고 있었고 황금색 창까지 들고 서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온화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었다. 정문 너머로 보이는 도장의 모습은 다른 차원의 세상 같았다.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이 다름 아닌 여기였다. 도인들이 속속 도착했고 상급 임원에서부터 중간 임원들까지는 모두 도착한 상태였다.

‘그럼 나 도통한 것인가?’

도인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도인을 바라볼 때 시간이 보이는 것 같았다. 상식적으로 시간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그 도인은 얼마나 도를 공명정대하게 잘 닦았는지 일종의 성적표 같은 것이 시간의 흐름으로 눈에 들어왔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나를 비롯한 도인들은 상제님을 만나 뵐 생각으로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신(神)이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내가 항상

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나는 몰랐다.

 

나 자신이 신들과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나는 몰랐다.

 

그런데

어느 늦은 가을날

이제는 알았다.

 

일만 이천 도통군자(道通君子)와 함께

웃고 있는 나를 보았을 때

나는 알았다.

 

‘이제 진정 만고에 쌓였던 모든 원한이 풀리고 세계가 상극이 없는 도화 낙원이 이루어지는구나. 상제님께서 꿈꾸시고 모든 도인이 꿈꿔왔던 그 지상천국 건설!’

그 기쁨의 순간.

 

‘따르릉 따르릉~’

새벽 5시 반, 알람시계가 울렸다. 눈이 떠졌다. 한동안 그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

렌즈를 끼고 잠에 들었는지 눈이 아팠다. 나는 화장실로 곧장 달려가 눈에서 렌즈를 빼고 세수를 했다. 그러고는 거울을 닦으면서 물끄러미 거울 안에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꿈이었구나.”

나는 바로 심고를 드렸다.

‘상제님, 상제님께서 꿈꾸시고 모든 도인이 꿈꾸던 그 지상천국을요, 꿈이 아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열심히 수도 하겠습니다.’

 

 

<대순회보 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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