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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신은 작성일2018.07.02 조회5,5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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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38 방면 교정 이신은

 

 

“네가 사람 속을 꿰뚫어 본다고? 신기한 노릇이도다. 허나 네가 사람의 얼굴로 지나온 길을 얼추 짐작할진 몰라도 사람의 앞날까지 예측하긴 힘들겠지? 그것은 하늘만이 아는 것이 아니더냐?”

“전하! 단지 이목구비뿐이 아니라 입놀림과 몸놀림을 같이 보면 열 중 아홉은 지나온 길과 앞으로의 길이 일맥상통하였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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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관상》에 나오는 왕과 관상가의 대화 중 한 장면이다. 첨단 과학의 시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근대적인 미신으로 취급하던 관상을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해 흥행에 성공하였다. 또한 점집이나 사주카페가 취업, 진로, 집안문제 등을 알아보기 위한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운세사이트에 접속하여 사주팔자를 알아보는 이용자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불경기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고자 역술가에게 자문을 구한 뒤, 관상학적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운을 좋게 만든다는 ‘관상성형’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 관상가를 동석시켜 채용에 자문을 구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운명이란 정해진 것일까? 아니면 개척하기 나름일까? 이 주제는 예로부터 항상 논쟁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해진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바꿔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살면서 수없이 하게 된다.

 

민족의 스승으로 길이 추앙받고 있는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 보면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구한말 몰락한 양반의 자손으로 태어난 백범은 유학을 공부하여 과거에 응시했으나 매관매직이 성행하던 때라 고배를 마시고 좌절하게 된다. 이에 아버님의 권유로 풍수지리와 관상을 공부하게 된다.

 

아버님이 우선 마의상서(麻衣相書) 한 권을 빌려 주셔서 나는 독방에서 이것을 공부하였다. 관상서를 공부하는 방법은 먼저 거울로 자신의 상(相)을 보면서 부위와 개념을 익힌 다음, 다른 사람의 상으로 확대, 적용해 나가는 것이 첩경이다. 나는 두문불출하고 석 달 동안이나 내 상을 관상학에 따라 면밀하게 관찰하였다. 그러나 어느 한 군데도 귀격(貴格), 부격(富格)의 좋은 상은 없고, 얼굴과 온몸에 천격(賤格), 빈격(貧格), 흉격(凶格)밖에 없다. 과거장에서 얻은 비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상서를 공부했는데 오히려 과거장 이상의 비관에 빠져버렸다. 짐승과 같이 살기 위해 산다면 모르지만 인간으로서 세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런데 상서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상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相好不如身好)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身好不如心好)

 

 

이것을 보고 나는 상 좋은 사람(好相人)보다 마음 좋은 사람(好心人)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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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평생을 살아간 백범 선생은 오늘날까지도 존경받는 민족의 큰 지도자가 되었다. 타고난 용모와 배경보다는 마음 좋게 쓰는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운명은 자연스레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뀐다는 것을 증명한 인생 사례라 할 수 있다. 『전경』에는 상제님께서 종도들의 앞날을 틔워주시기 위해 저마다 성격과 체질에 맞게 마음을 올바로 가지도록 일러주시는 사례가 많다. 성질이 급하고 사나운 종도 박공우에게는 항상 마음을 누그러뜨리라고 하시는가 하면, 차경석의 야심을 일찌감치 아시고 욕심을 비우게 여러 차례 꾸짖기도 하시고 타이르시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사람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상제님 부친의 앞날을 위해 부친께서 직접 짚신을 삼게 하시는 대목도 있다. 『전경』 교법 1장 65절에 “현세에 아는 자가 없나니 상도 보이지 말고 점도 치지 말지어다.” 라는 말씀의 뜻은 도에 입문한 자는 마음을 좋게 쓰고 공덕을 짓기에 따라 업장이 소멸되고 운이 바뀌므로 너무 운명론적인 사고에 치우쳐 인생을 비관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계룡산(鷄龍山)에 정씨가 도읍하는 비결을 묻는 사람에게는 “일본인이 산속만이 아니라 깊숙한 섬 속까지 샅샅이 뒤졌고 또 바다 속까지 측량하였느니라. 정씨(鄭氏)가 몸을 붙여 일을 벌일 곳이 어디에 있으리오. 그런 생각을 아예 버리라.” 하시며 어지러운 전란의 세상에서 안전한 곳을 찾는 것보다는 마음 닦는 것이 우선이란 것을 일깨워주시기도 하셨다.

 

상제님께서 공사를 보시던 구한말은 민족 역사의 큰 격변기였고 한 치 앞도 미래를 내다보기 힘든 시기였다. 당시 젊은이들은 저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제각기 앞날을 개척해 나갔다. 조국을 등지고 이 땅의 새로운 지배계급이 되는 일제에 충성하여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사람도 있었고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을 건 험난한 투쟁 속으로 뛰어든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시대에 상제님께서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는 대도를 펼치셨고 그 핵심은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원리로 마음을 닦는 것이다.

 

10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저마다 미래를 준비한다. 서점에는 재테크 관련 서적이 즐비하고 TV광고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보험광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학생, 직장인 할 것 없이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조금이라도 모으고 내 것을 만들어야 안심이 되고 노후가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도인의 삶은 이러한 사회의 세태와는 많이 다르다. 남을 잘되게 하기 위해서 하나라도 더 주게 되고 내 것을 비워야 한다. 게다가 당장엔 자신이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이 많기에 수도에 정진하며 살기란 쉽지 않다. 좋은 차와 좋은 집보다는 좋은 마음을 가지려 하는 삶이기에 세상살이에 곤란을 느낄 때도 많다. 흔히 말하는 사서 고생한다는 게 딱 그 말이다. 일찍이 백범 선생이 말했던 호심인(好心人)이 되는 과정을 상제님 도문 안에서 항상 실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풍요롭고 모든 것이 넘치는 상황에서 마음을 좋게 가지기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힘들고 곤궁한 때에 좋은 마음을 유지하며 살기 위해선 추구하는 바 목적이 확실해야 하고 굳건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백범 선생은 일평생 조국 독립의 큰 뜻을 가슴에 품고 굳게 지켜왔기에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 속에서도 마음을 지킬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도인들은 상제님의 유지와 법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대순지침』에 이르길 “내 마음을 거울과 같이 닦아서 진실하고 정직한 인간의 본질을 회복했을 때 도통에 이른다.”고 하였다. 도통이란 거대한 목적 앞에서 거울을 매일 닦듯이 하루하루 해원상생의 원리를 실천 수행하다 보면 우리의 앞길은 조금씩 열리고 궁극적으로는 운수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대순회보 175호>

 

[이 게시물은 정심정기님에 의해 2018-07-02 10:40:32 영화 속으로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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