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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상생이다』 - 3. 지식융합시대, 마음과 뇌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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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인식 작성일2018.12.19 조회2,0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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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연구와 과학기술의 융합

 글 이인식


  마음의 기능을 밝혀내기 위해 뇌 연구와 과학기술을 융합하는 학문이 출현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의식의 과학, 계산신경과학, 신경공학을 꼽을 수 있다.

 


⊙ 의식의 신경과학적 근거

  뇌 연구가 풀지 못한 최대 수수께끼의 하나는 의식(consciousness)이다. 의식은 주관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객관성에 의존하는 과학의 연구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의식이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의식의 수수께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의식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핵심 인물은 영국 태생의 물리학자인 프랜시스 크릭이다. 1953년 디옥시리보핵산(DNA) 분자의 구조가 이중나선임을 밝혀내 1962년 노벨상을 받았으며, 1970년대 중반부터는 과학의 연구 주제에서 제외되었던 의식 연구에 몰두한 전형적인 융합지식인이다. 크릭의 20년 가까운 의식 연구에 자극을 받은 미국신경과학회는 1994년 의식에 관한 최초의 심포지엄을 갖기에 이르렀다.
  크릭에 따르면, 의식은 뇌의 상이한 부분에 있는 신경세포(뉴런)들이 동시에 동일한 주파수에서 진동할 때 생긴다. 크릭은 자신의 의식에 관한 이론을 소개한 저서인  『놀라운 가설 The Astonishing Hypothesis』(1994)에서 사람의 정신 활동을 전적으로 뉴런의 행동에 의한 것으로 설명한 자신의 이론을 ‘놀라운 가설’이라고 명명하고,  “이 가설은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에 참으로 놀라운 것이라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릭과 함께 의식의 수수께끼에 도전한 인물은 신경과학자인 크리스토프 코흐이다. 코흐는 크릭과 손잡고 의식의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지름길은 의식과 상관된 신경세포들, 이른바 NCC(neural correlates of consciousness)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뇌 안에서 의식과 가장 관련이 많은 신경세포들을 찾아내서 그 기능을 밝혀내면 의식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코흐 못지않게 신경세포와 의식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로는 제럴드 에델먼과 로저 펜로즈가 있다. 1972년 면역학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에델먼은 신경세포 집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자연선택에 의해 의식이 발생한다는 ‘신경다윈론(neural Darwinism)’을 제창했다. 영국의 물리학자인 펜로즈는 의식이 뉴런에서 발생하는 양자역학적 현상에 의해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양자의식 이론은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신비화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조롱까지 당했으나 끈질긴 노력으로 대중적 호응을 불러일으켜 1989년 펴낸 『황제의 새 마음 The Emperor’s New Mind』이 뜻밖에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여러 접근방법으로 의식의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있지만 의식의 신경과학적 근거가 쉽게 발견되리라고 확신하는 학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 컴퓨터 과학과 신경과학의 융합

  뇌의 기능을 신경계를 구성하는 물질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 곧 계산에 의하여 설명하기 위해 컴퓨터 과학과 신경과학이 융합하여 출현한 학제 간 연구는 계산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이다. 계산신경과학이라는 용어는 1985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에릭 슈워츠가 처음 사용했지만, 정보처리 개념으로 뇌 기능을 연구한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계산신경과학의 역사는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3년 미국의 워런 매컬럭과 월터 피츠가 함께 발표한 논문이 그 효시라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뉴런의 형식 모델을 묘사하고, 뉴런이 학습과 같은 정신과정을 수행하기 위하여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신경망이 형성되는가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신경망 연구는 1949년 캐나다의 도널드 헤브에 의해 한 걸음 더 발전된다. 헤브는 그의 저서인 『행동의 체제 The Organization of Behavior』에서 처음으로 신경망의 학습 규칙을 제안했다. 그는 뉴런이 제멋대로 연결되지 않고 학습의 결과에 따라 연결되어 신경망을 형성한다고 주장하였다.
  계산신경과학의 초창기에 기록될 만한 연구 성과로 손꼽히는 것은 영국의 생리학자인 앨런 호지킨과 앤드루 헉슬리의 업적이다. 1952년 두 사람은 뉴런 사이에 신호가 전달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서 그 공로로 1963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뉴런의 신경충격(활동전위)이 이온의 이동에 의해 일어난다는 이론을 내놓은 것이다.
  1985년 미국에서 정보처리 개념으로 뇌의 기능에 접근하는 연구를 유기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에릭 슈워츠가 주도하였으며 그는 ‘계산신경과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냈다.
  한편 스위스의 헨리 마크램은 블루진(Blue Gene) 슈퍼컴퓨터를 사용하여 뇌를 모의(시뮬레이션)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09년 7월 테드(TED) 컨퍼런스에서 마크램은 “10년 안에 사람 뇌 전체를 컴퓨터에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그 인공 뇌는 사람 뇌처럼 지능을 갖고 말도 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뇌를 조작하는 신경공학

  신경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의 뇌를 조작하는 기술, 곧 신경공학(neurotechno logy)이 출현했다. 신경공학은 뇌의 질환을 치유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지만 결국에는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임에 틀림없다.
  신경공학의 대표적인 기술은 뇌-기계 인터페이스(BMI·brain-machine interface)이다. 이는 뇌의 활동 상태에 따라 주파수가 다르게 발생하는 뇌파,  또는 특정 부위 뉴런의 전기적 신호를 각각 이용하여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로봇 같은 기계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뇌파를 이용하는 BMI 기술은 먼저 머리에 띠처럼 두른 장치로 뇌파를 모은다. 이 뇌파를 컴퓨터로 보내면 컴퓨터가 뇌파를 분석해 적절한 반응을 일으킨다. 요컨대 컴퓨터가 사람의 마음을 읽고 스스로 작동하는 셈이다. 이미 전신마비 환자들이 생각하는 것만으로 휠체어를 운전할 수 있는 기술이 실현되었다. 궁극적으로는 걷지 못하는 하반신 불수 환자의 다리 근육에 전기장치를 이식하고 뇌파로 제어하여 보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가 개발될 전망이다.
  한편 뉴런의 신호를 활용하는 BMI 기술은 뇌의 특정 부위에 미세전극이나 반도체 칩을 심는다. 브라질 출신의 미국 신경과학자인 미겔 니코렐리스는 2000년 10월 부엉이원숭이, 2003년 6월 붉은털원숭이에게 BMI 실험을 해서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BMI 전문가들은 2020년 경에 비행기 조종사들이 손을 사용하지 않고 머릿속 생각만으로 계기를 움직여 비행기를 조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1년 3월 중순 펴낸 『경계를 넘어서 Beyond Boundaries』에서 니코렐리스는 “앞으로 20년 안에 사람의 뇌와 각종 기계장치가 연결된 네트워크가 실현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인류는 생각만으로 제어되는 아바타를 통해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BMI 기술이 발전하면 “궁극적으로 사람의 뇌끼리 연결되어 말을 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소통하는 뇌-뇌 인터페이스(BBI·brain-brain interface)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0년경 BBI 기술이 실현되면 이른바 무선텔레파시(radiotelepathy)가 가능해진다. 뇌에서 뇌로 직접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접속되면 생각 신호만으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게 될 터이므로 전화나 텔레비전은 물론 언어마저 쓸모없게 될지 모를 일이다.

 <대순회보> 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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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이인식 :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과학문화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카이스트 겸직교수로 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과학동아』 『주간동아』 『시사저널』 등에 기명칼럼  600편을 연재했다. 지은 책으로는 『지식의 대융합』 『기술의 대융합』 『유토피아 이야기』 『나노기술이 미래를 바꾼다』 『미래교양사전』 『짝짓기의 심리학』 『신화와 과학이 만나다』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한국출판문화상,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등을  수상했으며,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칼럼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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