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敬) : 그 실천적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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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2.10 조회2,329회 댓글0건본문
성(誠)이 마음의 문제라면, 경(敬)은 몸의 문제이다. 성(誠)은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여 인간의 도리를 다하려는 마음의 자세이며, 경(敬)은 이를 실천하려는 몸의 자세를 말한다. 『대순지침』에 경(敬)이란 모든 일이 내심의 소정(所定)에 따라 몸으로 표현되는 법이라고 했듯이, 경은 인간의 본성인 양심(良心)에서 비롯된 일체의 행동을 가리킨다. 본래 마음은 몸의 주인으로서, 모든 몸의 기능을 주관한다. 다시 말해서 사람의 행동 기능을 주관하는 것은 마음이고 마음의 현상을 나타내는 것은 몸이라는 말이다. “말은 마음의 외침이고 행실은 마음의 자취”라고 했듯이, 인간의 마음과 언행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로서, 언행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마음이 바르면 언행도 바르고 언행이 바르면 마음이 바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경(敬)은 성(誠)과의 관련 속에서 그 의미가 더욱 구체화된다. 『대순진리회 요람』에 경이란 심신(心身)의 움직임을 받아 일신상(一身上) 예의(禮儀)에 알맞게 행해 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경은 마음과 몸의 조화로서 이루어지며, 반드시 예(禮)에 입각한 몸의 자세이어야 한다. ‘禮’를 파자(破字)해 보면, ‘示 + 曲 + 豆’인데, 시(示)는 신적(神的) 존재를, 곡(曲)은 제물(祭物)을, 두(豆)는 제기(祭器)를 의미하므로, 예(禮)란 제기에 제물을 담아서 신(神)에게 봉헌하는 제사의례를 말한다. 따라서 예(禮)는 모든 천지신명을 공경하고 받드는 인간의 태도를 표현하는 종교적인 글자라 할 수 있다. 종교적인 성격으로 예(禮)가 출발했다면, 경(敬) 또한 경천(敬天)의 사상에서 나온 만큼 서로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우주의 주재자(主宰者)이신 상제님을 외경(畏敬)하는 일체의 행위를 예(禮)로써 표현할 때, 그 예(禮)는 인간의 순수한 종교적 감정을 아주 경건(敬虔)하게 표현한 것이 된다.
경의 올바른 실천은 첫째, 상제님께 예를 갖추는 것이다. 『대순지침』(52쪽)에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먹는 대로 행동하게 되는데, 옳은 일도 마음에 두지 않으면 바로 행하지 못한다(有其心 則有之 無其心 則無之)”고 하였다. 경이 예를 갖추어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인간의 도리를 다하려면 상제님에 대한 신앙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무리 공손하고 삼가고 용감하고 바르더라도, 상제님께 예를 갖추어 경을 실천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수도인들은 상제님에 대하여 영원히 모시는 정신을 마음에 정성껏 간직하여 잊지 않고, 또 두 마음을 품지 않고 일심(一心)으로 지성봉축(至誠奉祝)해야 경을 올바로 실천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경은 일상생활에서 예를 갖추어 처신 처세하는 것이다. 예(禮)는 본래 종교의식에서 비롯되었으나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도덕의식으로 확장되어, 사회적·윤리적 행위에 있어서 알맞은 절도(節度) 또는 기준을 가리키게 되었다. 공자(孔子)는 법(法)보다 예(禮)를 중시하였다. 그에 의하면 예(禮)가 법(法)에 비해 사회질서의 정립과 유지에 더 긴밀하고 포괄적인 내용과 체계를 지니고 있으며, 인간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예(禮)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말라고 하였던 것이다.
『대순지침』에서는 예란 인간이 일생 동안 움직일 때나 정지해 있을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 있을 때를 가리지 않고 항상 정도에 넘는 일이 없이, 공경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여 줌으로써 인간의 도리를 갖추는 일이라고 말한다.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려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仁)이 있을 때 비로소 싹트는 것이다. 예의 근본은 사랑(仁)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예를 갖출 수 없고, 예가 갖추어지지 않고서 경(敬)을 실천할 수 없으며, 경의 실천 없이 인간의 도리인 성(誠)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성(誠)은 경(敬)의 근본이며, 경(敬)은 성(誠)을 실천하려는 몸의 자세이고, 예는 경을 몸으로 실천하는 방법으로서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우리 도(道)는 사회생활에서 예로써 경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대순지침』, 68~69쪽). 예가 바로 서지 않으면 풍속도 갖추어지지 않으며, 부자 형제의 윤리도 정립되지 않는다. 스승을 섬기고 학문에 힘쓰는 일도 예가 아니면 바른 수업(受業)이 될 수 없고, 군률(軍律)을 세우고 관직에 있어서 법을 행하는 것도 예가 아니면 위엄이 서지 않는다. 윗사람은 매사에 예를 갖추어 공정을 기하고 아랫사람은 직책을 예법에 합당하게 해야 한다. 또 조상을 받들고 신명 앞에 치성을 드리는 일에도 정성의 예를 갖추어야 하므로, 사념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공경심(恭敬心)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예로써 경을 실천하는 일은 모든 사회생활에 적용되어, 인간과 사회를 조화하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순회보》 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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