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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명(奉天命)의 생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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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1.21 조회3,0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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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인이 매일 외우는 주문(呪文)의 첫머리에 “무극신 대도덕 봉천명 봉신교 도문소자 소원성취케 하옵소서.”라는 봉축주(奉祝呪)가 있다. 여기서 도문소자가 마땅히 행해야 할 소임으로 ‘봉천명’과 ‘봉신교’를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봉천명’은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이것은 천명이다.’ 혹은 ‘천명을 따른다.’ 하는 말 속의 ‘천명을 받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천명은 우리에게 막연한 중압감을 줄 뿐 그 의미는 너무도 피상적인 면이 강하다. 그것은 천(하늘)이 가지는 현묘(玄妙)하고 불측(不測)한 성향 때문일 것이다.

 

천(天)이란 개념은 우리나라와 중국 역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해되어 왔다. 어느 시대나 천은 인간의 행위를 통제하거나 규정하는 최종적 근거가 되며, 인간에게 철학적 대상으로 또는 종교적 신앙의 대상으로 항상 인식되어 온 최상의 존재였다. 천의 역사에서 천은 인격화된 초월적 주재자의 이미지로부터 시작하여, 지상의 최고 권력자로, 천명을 담지(擔持)하는 백성의 소리로, 그리고 개별적 인간의 존재 이유를 부여하는 내면적 도덕성으로 차츰 신화성(神話性)을 탈피하면서 심화하였다.

 

은허(殷墟)01에서 발굴된 갑골문의 문헌은 대체로 지고(至高)의 신인 상제(上帝)의 명령을 알아내어 그것을 대행하고자 왕들이 복(卜)을 행한 기록의 소산이다. 하늘은 높고 보편적이며 초월적인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은나라는 상제 중심의 사고가 매우 강한 문명국이었다. 그러나 주(周)나라 때에는 천명을 상제로부터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상제의 대행자인 국왕이 천자(天子)의 권위를 가지고 공동체의 확실한 구심점으로 등장했다. 인간세상의 주재자가 상제라는 인격신이 아니라 상제로부터 천명을 부여받은 천자이며, 천자는 반드시 그 공동체에 건전한 질서를 부여하는 목적을 구현할 때만이 천명을 보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천명은 상실되고 만다. 그래서 은의 주(紂)왕은 천명을 상실하였고, 주의 무(武)왕이 천명을 얻었다고 말한다.

 

명령[命]이란 초월적 존재자를 전제로 했을 때 의미가 있는데, 후대에 오면 천의 의미는 초월적 존재자뿐만 아니라 대자연의 우주생명과 개체 등을 포괄하여 사용된다. 그러한 천의 명령을 인간의 성(性)과 결부시켜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02이라 하여 인간 도덕성의 당위적 근거로 삼았다. 여기서 천명은 성과 끊임없이 교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성은 그 본질적 성격상 일시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영원히 형성 중인 과정이다. 곧, 그것은 영원한 현재형이며 하늘이 끊임없이 명령하면서 형성되어가는 것이다. 이로써 인간의 끊임없는 도덕적 성찰을 통한 수양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천명에 대한 이해는 불교와 도교의 세계관과 어우러지며 최고신의 분임(分任)에 의해 천지의 신성·불·보살 등이 인간사를 주재한다는 세계관의 보편화로 이어진다. 이로 말미암아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중요한 일이나 미래의 길흉을 점을 통해 그들의 뜻을 물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하늘의 명을 받들어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태도로 일상화되었다고 보인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일상에서 ‘천명’이라는 말은 우리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당위성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동안 다소 피상적이고 모호했던 천명이 고대로부터 믿고 숭상했던 하느님의 지상(地上) 강세(降世)로 이제는 구체화되고 명확해진다. 바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신 상제께서 이 땅에 인신(人身)으로 강세하신 역사적 사건으로 이제 육성(肉聲)을 통해 천명을 인간이 귀로 직접 듣고 받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상제님께서 화천(化天)하시어 비록 천명을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천명에 의해 도주님과 도전님으로 이어지는 종통은 우리 종단의 정통성을 실증하였다. 그리고 그 천명은 도전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구현되었다.

 

또한, “삼생(三生)의 인연이 있어야 나를 좇으리라.”03와 “내가 너희를 찾을 것이오. 너희들은 나를 찾지 못하리라”04는 말씀에서 보듯, 우리는 상제님과의 각별한 인연과 천명이 각자의 몸에 이르러 도문(道門) 안에 이르게 되었다. 상제님의 주재 하에 연원(淵源)과 연운(緣運) 그리고 임원체계에 의해 수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각자가 자신의 직분을 바로 알고 충심(忠心: 내면에서 우러나와 그 진실함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 소임을 다해 나가는 것이 곧 천명을 받드는 일이다.

 

그 천명은 쉼 없이 우리 몸에 이르고 있으니 일상에서 잠시도 마음이 천명을 떠날 수가 없다. 천명을 마음에 새기며 성경신을 다해 실천해 나가는 것, 이것이 생활화이다. ‘나는 항시 천명에 맞게 수도하고 있는가?’, ‘임원은 항상 천명에 맞게 수반을 지도하고 있는가?’ 하는 등의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천명에 부합하는 도인으로 성숙될 것이다. 진실로 상제님께서는 무편무사하시어 미물인 곤충에게까지도 호생지덕(好生之德)을 베푸시고 우주만물을 생장육성(生長育成)시키고 군생만물을 제도하시었다. 모든 도인은 이러한 상제님의 덕화에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여 받드는 정성이 아니고는 소망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여 그 덕화에 보은하는 마음으로 봉천명을 생활화하여야 하겠다.

 <대순회보> 138호

 

[참고 문헌]

ㆍ『전경』. 

ㆍ『대순지침』.

ㆍ 이경원, 『한국 근대 천사상 연구 - 인격천관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철학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1998.

ㆍ 김용옥, 『중용한글역주』, 통나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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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중국 허난 성(河南省)의 안양 현(安陽縣)에 있는 은(殷)나라(기원전 1600년경~기원전 1046년) 때의 유적.

02 『중용』 제1장에 나오는 말로 이 시대에는 성을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生之謂性)인 성품(性稟)과 살아가면서 형성된 성품(性品)까지 아우르는 의미로 사용했다. 성리학에서 성을 하늘로부터 받은 지극히 도덕적인 본성(本然之性)으로 규정하기 이전의 개념이다.

03 교법 1장 4절.

04 행록 5장 22절. 상제님께서 화천하시기 전에 종도들에게 하신 말씀인데, 이 글에서는 좀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하여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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