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어둡게 만드는 자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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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2.01.30 조회2,913회 댓글0건본문
자존 때문에 시비와 곡직(曲直)을 판득(辦得)하지도 않고
적개심을 품는다면 자신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대순지침』, p.92)
수도는 어둠을 등지고 밝음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01 수도를 통해 마음이 깨끗하게 닦여 정직하고 진실한 상태, 즉 무자기(無自欺)에 이르면 밝다고 하고, 거짓되고 혼탁하면 어둡다고 한다. 그런데 간혹 도를 닦는다고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어둡게 만드는 행위를 할 때가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자존(自尊)’임을 위 도전님 말씀을 통해 알 수 있다. 자존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나 태도로 건전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부족하면 ‘자괴(自愧)’로, 지나치면 ‘자만(自慢)’으로 흐르게 되어 자신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자존을 긍정적 측면과 자만과 관련된 부정적 측면의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 부정적 측면의 자존이 수도에 어떤 지장을 초래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자존은 자존감이나 자존심의 뿌리이므로 누구에게나 있지만, 각자 지닌 자존의 정도와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02 그러므로 어떠한 자존을 지니냐에 따라 자존감의 유무와 자존심의 내용이 달라진다. 이러한 ‘자존’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긍지를 가지고 스스로 존중하며 자기의 품위를 지킴’, ‘스스로 자기를 높이거나 잘난 체함’03이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뜻이 있다. 전자는 사회에서 ‘자존의식 함양’이라는 말로 쓰여 살아가면서 고양해야 할 긍정적 자세로 인식된다. 후자는 ‘자존자대(自尊自大)’, ‘자존자만(自尊自慢)’ 등의 용례에서 보듯 자존이 지나쳐 자만으로 흐르는 부정적 태도를 말하며 도전님께서 수도에서 경계의 대상으로 말씀하신 그 자존이다. 여기서는 고양해야 할 자세로서의 자존을 긍정적 자존, 도전님께서 말씀하신 자존을 부정적 자존이라고 표기하겠다.
긍정적 자존은 인격체인 자신을 존중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성품과 자질이 있음을 믿고 인간다운 삶의 자세를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자존을 지닌 사람은 자존감이 있고 자존심을 유연하게 통제하며 어떤 일에 대해 감정적이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대처한다. 반면 부정적 자존은 자기만 옳다는 아집과 독선의 자세를 말한다. 이런 자존을 지닌 사람은 진정한 의미의 자존감이 없으며 자존심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한다. 그래서 감정에 휩쓸려 거짓과 기만의 행동을 하기 쉽다.
부정적 자존은 자신이 잘났다는 왜곡된 자기 인식으로 생기며 성장 과정에서 성격으로 형성될 수도 있고, 외부환경이나 일의 성취 여부에 따라 일시적으로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지위에 오르거나 주위에서 능력을 인정해 주고 일이 잘 풀리면 겸손함을 잊고 자신을 과장되게 인식하는 우월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긍정적 자존과 달리 부정적 자존을 지니게 되면, 타인을 업신여기거나 하찮게 여겨 깔보게 된다. 과장된 자기 인식이 상대적으로 타인을 열등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거나 타인을 무시하는 언행을 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타인에게 굽히거나 지는 것을 싫어한다. 이것은 못나 보이거나 무능력해 보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못해도 인정하지 않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또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해 자신이 옳다는 것을 보이려고 하고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기를 무시하는 것으로 여겨 감정이 상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와 같은 성향으로 인해 사소한 일에도 자신의 권위나 자존심을 내세우게 되는데, 뜻대로 되지 않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생기면 감정에 휩쓸리게 된다. 그래서 시비와 곡직, 즉 옳고 그름을 가리지도 않고 적개심을 품게 되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헤아려보지도 않고 상대방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품는다는 것은 자신만이 옳고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쪽으로 온갖 억측을 하며 오해와 의심을 하고 상대방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키우게 된다.
이러한 행태는 무자기와 해원상생의 수도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일단, 부정적 자존을 지니게 되면 그 자체로 마음이 어두워진다. 자신과 타인을 각각 과대, 과소로 왜곡되게 평가하는 것은 진실하고 정직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전님께서도 “거짓이란 … 자존(自尊)으로 남을 멸시하는 것 … 이러한 일을 시행하는 자는 허구심(虛構心)에 여념이 없는 법이다.”04라고 말씀하셨는데 자신을 높이고 타인을 멸시하는 태도 속에 스스로를 속이고 상대방을 기만하는 거짓된 자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타인을 자신보다 열등한 사람이라는 틀로 보다 보면 자신이 만든 허상의 세계에 갇혀 허구적인 생각을 하게 되며, 무시당한 상대방의 마음엔 원망과 분노가 쌓일 수 있다. 따라서 부정적 자존을 지닌다는 것은 마음에 허구심, 즉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처럼 꾸며 만드는 마음’과 불화의 싹을 심는 것과 같다.
여기에 권위나 자존심을 내세워 시비와 곡직을 판득하지도 않고 상대방에게 적개심을 품으면 어떻게 될까? 해원상생을 실천한다는 것은 원수의 원을 풀고 그를 은인과 같이 여기는 것이다. 하물며 일의 경위나 자신과 타인의 잘잘못을 헤아리는 합리적 판단 과정 없이 무조건 상대방에게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품는다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온갖 억측과 오해로 허구심을 키우고 상대방에게 큰 척을 짓게 된다. 그 결과 마음은 물론, 척으로 인해 자신의 앞날이 막혀 미래 또한 어두워진다. 이러한 자세는 마음을 진실하게 하고 척을 풀어 도통진경으로 나아가는 수도에 장애가 된다.
그러므로 이를 경계해야 하는데 먼저 겸손으로써 자신만 높이고 타인을 무시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를 말한다. 이것은 용기와 줏대 없이 비위를 맞추는 비굴과 달리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평등하다는 관점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는 것을 말한다. 상제님께서는 “너에게 치욕을 멀리함을 경계하노니, 공경함이 곧 예에 가깝노라.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며 남을 먼저하고 자기를 뒤로 해야 한다.”05라고 하셨다. 이 말씀을 통해 허세를 부리거나 자신을 내세우면 타인들로부터 소외되고 거짓된 언행과 척만 남아 치욕을 면하지 못할 수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하며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고 예이며 이것을 준행해야 수도의 목적에 다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무자기를 바탕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부정적 자존으로 인한 선입견, 편견, 오해 등은 거짓된 행위로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또 이로 인해 내세우게 되는 자존심 뒤에는 상대와 맞서 이기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이 욕망은 자신에 대한 합리화로 교묘하게 포장되어 있어 자신조차 모를 수 있다. 그러므로 자기 내면을 깊이 성찰하여 자기 뜻과 언행이 자신을 스스로 속이는 것은 아닌지 항상 살펴야 한다.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어서 자존은 자신의 내적 성장과 외적 발전을 도모하여 사회에 가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자존이 지나치면 자만으로 흐르게 되는데 누구나 이러한 부정적 자존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으로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를 유지하며 무자기로 부정적 자존이 만들어내는 허구심을 경계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마음은 진실해지고 우리의 앞날도 밝아질 것이다.
01 「도전님 훈시」(1984. 4. 9)에는 “수도는 배암향명(背暗向明)의 길이기 때문에 무자기가 선행되어야 하는 법인데 … ”라는 말씀이 있다.
02 자존감은 ‘자아 존중감’으로 학자마다 내리는 정의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인격적으로 건강하고 자신이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자각에 기초해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말한다. 자존심은 인간으로서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고 타인에게 받는 모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자존감이 낮을 때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로 자신을 내세우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03 『고려대한국어대사전』.
04 「도전님 훈시」 (1985. 10. 19).
05 예시 55절. “戒爾遠恥辱 恭則近乎禮 自卑而尊人 先彼而後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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