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말을 좋게 하면 덕이 되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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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0.07.05 조회28,765회 댓글0건본문
뱀도 인망을 얻어야 용이 되나니 남에게 말을 좋게 하면 덕이 되나니라.
(교법 1장 26절)
위 성구에서 상제님께서는 뱀도 인망을 얻어야 용이 되듯이 남에게 말을 좋게 하면 덕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남에게 말을 좋게 하면 덕이 된다’는 말씀은 수도인들이 실천하여 생활화해야 하는 훈회01의 두 번째 항목인 ‘언덕을 잘 가지라’와 직결되는 성구다. 이 성구에서 좀 더 천착할 부분은 상제님께서 언덕에 대해 교훈하시면서 ‘뱀도 인망을 얻어야 용이 된다’는 말씀을 하신 점이다. 수도인들이나 장년층 가운데는 ‘뱀이나 용에 대한 이야기’ 또는 ‘뱀이 수도해서 용이 된다’는 설화나 전설을 종종 접하였던 이들이 있겠지만, 젊은층 또는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낯선 부분일 수 있다. 그런데 과거 또는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구비 전설, 설화, 민담 등에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이 전해지고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와 관련 설화 등의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이를 통해 위 성구를 좀 더 상세히 이해해보자.
한국구비문학대계에는 ‘뱀과 용’, ‘이무기’ 그리고 ‘용’에 대한 다양한 설화가 전국적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이무기’에 대한 전설이 많아 대략 50여 건이 채록되어 있다. 해당 지역도 경기, 충청, 전라, 경상, 제주까지 우리나라 전국에서 ‘이무기’ 관련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볼 때 상제님의 재세 시뿐만 아니라 근래까지 ‘이무기’에 대한 전설은 민중에게 널리 퍼져있었던 것이다. 그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이무기가 있는 지역과 그 생김새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무기가 주로 연못에 살고 있으며 특히 자신들이 사는 마을의 인근 연못과 이무기를 관련지어 말하였다. 경남 울주군의 구수연(九藪淵),02 경남 밀양군 대비못(大悲池),03 경남 밀양 호박소,04 경기도 구리시 장자못,05 전남 광양 용소06 등이 이무기와 관련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는 큰 바위 밑07이나 굴08에 이무기가 살고 있다고 전한다. 이무기의 모습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뱀에 비해 크며 귀가 달려 있다고 구술하는 사례가 많다.
둘째, 이무기의 능력과 특성에 대한 이야기로 다수의 전설에서 이무기는 술수와 조화를 부리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무기가 청년으로 변신하여 처녀를 유혹한다든가,09 비를 내리게 하는 등 조화를 부리는 존재로 표현되기도 한다.10 그리고 전설상에서 이무기는 사람에게 특별한 해를 끼치지 않으며 용이 되기 위해 수도를 하는 존재로 묘사되거나, 반대로 인신공양을 요구하거나 처녀를 탐하는 등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요물로 전해지기도 하였다. 특히 근래 영화(무녀굴, 2015)로도 제작된 제주도 ‘김녕사굴의 전설’을 살펴보면, 조선 중종 때 김녕의 뱀굴에 살고 있는 이무기가 마을에 피해를 끼치고 처녀를 바치게 하자 새로 부임한 제주 판관 서련(徐憐)이 활로 이무기를 죽였지만 자신도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11 즉 용이 신성하고 영험한 조화의 영물(靈物)로 여겨지는 데 반해, 이무기는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 유동적 존재로 표현된다.
셋째, 용이 못된 이무기 전설이 많이 유포되어 있다. 이무기가 수도를 통해서 용이 되고자 하였으나 여러 가지 상황으로 용이 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이무기가 못된 성질로 사람들에게 폐해를 끼쳐 보복을 당해 죽거나, 수도를 잘못하여 용이 되지 못하거나, 별다른 피해를 주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의도적인 또는 의도하지 않은 방해로 인해 용이 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특히 경상도 지방에서는 용이 못 된 이무기를 ‘강철이’, ‘깡철이’, ‘꽝철이’ 등으로 표현하였다.12
마지막으로 이무기의 실패 사례에 비해 상당히 적지만 이무기가 하늘로 승천하여 용이 되었다는 구술이 있다. 다음 채록된 구술은 아이의 말에 의해 큰 뱀(이무기)이 용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날이 막 구름이 꽉 끼는데 막 금방 비가 쏟아질 꺼 같더래요. 그래가주고 가는데 뱀이 아주 큰 게 나와 앉았는데 사람 눈에 띄더래요. 그런기{그런데} 아주 귀가 훨쭉하게 났더래요. 양쪽에 귀가 아주 산이하게 났는게 그런데 그게 애기 눈에 띴어{띄였어}.
그렁께{그러니깐} 인제 애기가 하는 말이, “할머니.”, “그래, 왜?”, “할머니, 저기 용이 나왔어.” 그러더래요. “아예 이놈아, 그게 뱀이지 용이냐?”, “아니야, 할머니 저기 용이야.” 또 이래드라네. 그러니께네 또 “아니다, 그거는 뱀이다.” 이러니께네 또 “아니야, 할머니 저거는 용이라.” 그러더라네.
그 세 마디를 인제 애기가 그러니깐 곽재{갑자기} 그만에 막 먹구름이 더 몰래들더니{모여들더니} 비가 막 쏟아지더니, 거 비를 따라서 뱀이 하늘로 등천을 했대요. 하늘 등천{登天}을 해가주고, 그게 인제 하늘에 올라가서 용 노릇을 하니깐. 이 야가{애가} 인제 세 마디를, 뱀이 용이란 소리를 세 마디를 들어야 하늘 등천을 하는데 …13
위 내용에서 구술자는 아이가 뱀을 보고 세 번 용이라고 말을 하니 뱀이 용이 되어서 승천하였다는 것이다. 충남의 한 구술자도 “큰 뱀은 그 도 닦는 뱀이기 때문에 … 모든 짐승한테 인망이 제일 중요한 거래요. ‘용 봐라’ 했으니께”14라고 하며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 외 여러 사례에서 이무기가 용이 되는 데에는 인망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뱀은 생명력의 상징으로 사람을 해꼬지하는 요물이 될 수도, 신이하고 영험한 용이 될 수도 있는 가능태의 동물이다. 종교문화적으로 뱀은 마을을 지키는 당신(堂神)이나 조상신으로 모셔지기도 하고15 수도하는 영물로 숭배되기도 하였다. 특히 뱀과 용의 중간으로서의 이무기는 뱀도 아니고 용도 아닌 과정적·과도기적 존재로 조금만 다다르거나 조금만 노력하면 용이 되어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많은 전설에서 이무기는 용이 되지 못하고 실패하여 한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구술의 내용에서처럼 뱀(이무기)은 수도를 하고 노력하여 인망을 얻어야 용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잘 가면 행이요 잘못 가면 곤란이라”,16 “吉花開吉實 凶花開凶實”,17 “운수야 좋건만 목을 넘어가기가 어려우리라”18 등의 말씀에서 수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용이 될 수도 깡철이가 될 수도’ 있는 이무기는 수도 과정에 있는 수도인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렇다면 뱀이 용이 되려면 인망을 얻어야 하듯이 수도인들도 목적을 이루려면 언덕을 잘 가져야 한다.
『대순진리회요람』에는 “말은 마음의 소리요 덕은 도심(道心)의 자취라. 나의 선악은 말에 의하여 남에게 표현되는 것이니 남에게 말을 선하게 하면 남 잘 되는 여음(餘蔭)이 밀려서 점점 큰 복이 되어 내 몸에 이르고, 말을 악하게 하면 남 해치는 여앙(餘殃)이 밀려 점점 큰 재앙이 되어 내 몸에 이른다. 화와 복은 언제나 언덕(言德)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니 언덕을 특별히 삼가라.”고 하여 언덕의 중요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즉 남에게 언덕을 잘 가지면 남 잘 되는 여음이 밀려와 자신도 잘 된다. 그리고 남 잘 되게 한 덕으로 사람들의 인망에 오르면 신망에 올라19 운수와 도통에 가까이 이를 수 있을 것이다.
01 『대순지침』, p.42, “훈회를 실천하여 생활화하여야 한다.”
02 김석보, 경남 울산시 북정동, 1984년 구술; 서판출, 경남 울주군 언양면, 1984년 구술. (한국구비문학대계, https://gubi.aks.ac.kr/web/Default.asp) 이하 이 사이트 접속 정보.
03 김영필, 경남 밀양군 상동면, 1981년 구술.
04 김동선, 경남 밀양군 밀양읍, 1981년 구술.; 손출헌, 경남 밀양군 산내면, 1981년 구술.; 신현희, 경남 밀양군 상남면, 1981년 구술.
05 이성설,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2014; 강순덕,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 2014년 구술.
06 정정님, 전남 광양시 진월면, 2010년 구술.
07 예를 들어 유재두씨는(전북 무주군 부남면, 2009년 구술) 연못인 황소 옆 대문바위에 이무기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고 함. 서철원씨(충남 홍성군 장곡면, 2012년 구술)는 이무기와 관련하여 마을의 쉰질바위를 언급함.
08 대표적으로 제주 김녕의 사굴.
09 김석보, 경남 울산시 북정동, 1984년 구술.
10 주용호, 충남 서산시 운산면, 2015년 구술.
11 현용준ㆍ김영돈, 『한국구비문학대계』 9-2 (성남: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어문연구실, 1981), p.719.
12 최윤출, 경북 포항시 청하면, 2010년 구술; 박국현, 경북 청도군 금천면, 2009년 구술.
13 장순자(1937년생), 경북 문경시 문경읍 하리2리, 2010년 구술.
14 주용호,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장2리, 2015년 구술.
15 강철, 「제주도 사신 설화의 특성」, 『영주어문학지』 6, 2003, p.280. 특히 제주 지역에서는 사신(蛇神) 신앙이 발달하여 도내 여러 지역에서 뱀을 숭배하였다.
16 행록 5장 10절.
17 행록 5장 38절.
18 교법 3장 24절.
19 교법 1장 25절, “인망을 얻어야 신망에 오르고 내 밥을 먹는 자라야 내 일을 하여 주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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