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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직 마음을 볼 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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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9.04.09 조회30,0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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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우는 종도들이 모두 상투를 틀고 있는데 자신은 삭발하였기에 그들과 싸이기 어려우므로 불안하게 생각한 나머지 머리를 길러 솔잎상투에 갓망건을 쓰고 다니다가 금구(金溝)를 지나던 어느 날 일진회의 전 동지 十여 명을 만나 그들의 조소를 받고 머리를 깎여 두어 달 동안 바깥 출입을 금하고 다시 머리를 기르는 중이었도다. 돌연히 상제께서 찾아오셔서 한동안 출입하지 않는 까닭을 물으시니 공우가 사실 그대로 아뢰니라. 상제께서 이르시기를 “나는 오직 마음을 볼 뿐이로다. 머리와 무슨 상관하리오.” 이 말씀을 하시고 공우를 데리시고 구릿골로 떠나셨도다. (교법 2장 10절)

 

 

 

위 구절은 동학 신도이자 일진회 간부였던 박공우(朴公又, 1876∼1940)가 상제님에 대한 믿음이 점차 깊어져 동학을 그만두면서 생긴 일이다. 의관(衣冠)을 제대로 갖출 수 없어 상제님을 찾아오지 않는 박공우에게 머리와 상관없다는 말씀을 통해 형식보다는 마음이 중요함을 일깨우셨다.

 

박공우는 친구인 차경석의 소개로 1907[丁未]년 6월 2일, 고부 송월리(松月里) 최씨의 재실에서 상제님을 처음 만났다. 당시 그는 동학주의 강(降)을 받기 위해 49일 기도를 드리던 중이었는데, 상제님으로부터 당신께서 하시는 일이 참동학이며, 동학신자들이 기다리는 대선생(大先生)이 바로 상제님 당신이시라는 말씀을 듣고 상제님을 따르게 되었다.01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일진회 활동을 계속하였다. 어느 날 일진회의 일을 보기 위해 사무실에 다녀왔는데, “한 몸으로 두 마음을 품은 자는 그 몸이 찢어지리니 주의하라”(권지 1장 19절)는 상제님의 말씀에 동학에 대한 믿음을 접게 되었다.02

 

당시 상제님을 비롯한 종도들이 모두 상투를 틀고 의관을 갖춘 반면, 일진회원이었던 박공우는 단발이었다. 일진회 활동을 그만두고 상제님의 일에만 동참하게 된 그는 다른 종도들이 전통적인 예를 갖추고 있는데 자신만 그렇지 못해 부끄러웠다. 게다가 김광찬 등은 동학당과 일진회에 대한 반감이 있었으므로03 박공우는 자신이 일진회원이었음을 드러내는 머리 모양을 더욱 불안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솔잎 상투04를 하고 망건을 두른 채 갓을 쓰고 다녔다. 그렇게 해서라도 상제님께 예를 갖추고 종도들과 어울리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일진회의 예전 동지들을 만나 조소를 받고 강제로 머리를 깎여 솔잎 상투마저 할 수 없게 되자 다시 머리를 기르느라 두 달 동안이나 상제님을 찾아뵙지 않았다. 어느 날 상제님께서 박공우을 찾아오시게 되고, 그가 찾아오지 않은 이유가 머리 때문임을 아시게 되었다. 박공우가 의관을 갖추고자 함도 결국 상제님을 따르고자 하는 마음과 공경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형식에 얽매인 나머지 정작 상제님을 따르는 일을 등한시하므로 상제님께서 나는 오직 마음을 볼 뿐이고 머리 모양은 괘의치 않는다고 깨우쳐 주셨다.

 

상제님께서 “제수(祭需)는 깨끗하고 맛있는 것이 좋은 것이요, 그 놓여 있는 위치로써 귀중한 것은 아니니라.”(교법 1장 48절)고 하신 말씀에서도 예의 형식보다 정성 즉 마음을 더 중요하게 여기셨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말은 마음의 외침이고 행실은 마음의 자취로다”(교법 1장 11절)라고 하신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언어, 행동의 근원이 마음이며 예의 형식 또한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즉, 형식은 정성을 보이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일 뿐, 그 본질인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다.

 

상제님을 따르는 데도 형식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 마음이 진실되어야 함은 상제님께서 김형렬에게 “네가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나를 좇고 금전과 권세를 얻고자 좇지 않는도다. … 네가 망량을 사귀려면 진실로 망량을 사귀라”(교운 1장 7절)고 일깨워주신 말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진실은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른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능력이나 언행이 다소 부족하지만, 상제님을 믿는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온전히 믿고 따르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것은 주변의 시선(박공우의 경우 단발에 대한 다른 종도들의 반감)에 흔들리지 않고 상제님의 일에 성심(誠心)을 다하고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상제님께서는 이러한 마음을 보시는 것이다. 박공우는 상제님을 따르고자 하는 마음을 의관을 갖추는 것으로 보여주려 했지만, 상제님께서는 진실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신 것이다.

 

상제님께서 박공우에게 하신 말씀과 관련하여 도전님께서 “가정의 사정이 허락지 않아 기도의식을 행하지 못하는 경우에 마음속으로 상제님께 발원함도 기도를 모심과 같다 할 것입니다. 시간을 잊지 않고 심고를 드리는 그 자체가 상제님을 항상 잊지 않고 정성을 다하여 모시는 지극한 영시(永侍)의 정신이니 기도를 모신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상제님께서도 ‘그 사람의 마음을 볼 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05라고 하셨다. 기도는 상제님을 영원히 모시는 정신을 모아 상제님 전에 기원하는 의식이다. 기도를 모실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형식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기도의 의미와 부합하는 정성, 즉 상제님을 영원히 모시는 정신에 맞는 정성을 드려야 한다. 상제님을 잊지 않고 시간에 맞춰 심고를 드리는 것이 상제님을 모시는 정신이므로 이는 형식을 갖춰 기도의식을 행한 것과 같다는 말씀이다. 상제님을 모시는 기도에 있어서도 형식보다 기도에 부합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상제님께서 박공우에게 “나는 오직 마음을 볼 뿐이로다”라고 하신 말씀을 통해서 형식보다는 진실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된 마음과 공경의 몸가짐은 성(誠)과 경(敬)으로 수도에 없어서는 안 될 요체이다. 경에 해당하는 형식 또한 중요하지만, 형식을 갖출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거기에 얽매이기보다 일의 참뜻을 파악하여 그에 부합하도록 진심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먼저 상제님에 대한 진실한 믿음[信]이 바탕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01 《대순회보》 118호, 120호 「상제님의 발자취를 찾아서(54)」 참고.

02 권지 1장 19절 참고.

03 교법 2장 32절 참고.

04 짧은 머리를 끌어올려서 뭉뚱그려 짠 상투로 솔잎을 묶은 모양과 비슷하다 .

05 「도전님 훈시」(1986.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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