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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허물을 낱낱이 생각하여 풀어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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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1.11.01 조회19,2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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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제께서 경석이 과거의 잘못을 생각하고 심히 근심하는 것을 아시고 가라사대 “일찍 모든 허물을 낱낱이 생각하여 풀어 버리라고 하였는데 어찌 지금까지 남겨 두었느냐. 금후 다시 생각지 말라” 하셨도다.


(교법 1장 37절)

 

  위 성구는 상제님께서 과거의 잘못에 대해 근심하는 차경석(車京石, 1880~1936) 종도에게 모든 허물을 낱낱이 생각하여 풀어버리고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말 것을 가르쳐주신 내용이다.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잘못을 하게 되는데, 이 성구는 수도하는 우리에게 허물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여기서는 이 구절의 배경과 상제님의 말씀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차경석은 1880년 7월 3일, 전라북도 정읍군 입암면 대흥리에서 차치구(車致九, 1851~1894)의 4남 1녀 가운데 장남으로 출생했다. 차치구는 전봉준이 전개한 동학농민운동의 중심인물로 활약하다가 1894년 관군에게 붙잡혀 처형당하게 된다. 1898년 차경석은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동학농민운동에 뜻을 품고 있었다. 이후 그는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했다가 살아남은 자들이 비밀리에 모여 만든 영학계(英學契)의 농민군 간부들로부터 고창에 있는 흥덕군 관아를 공격하자는 제안을 받고 가담하게 된다. 차경석은 이듬해 4월까지 정읍을 중심으로 관군과 싸우다가 고창성을 공격할 때 체포되었으며 장성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군수의 호의로 살아나게 된다. 그 뒤 일진회(一進會)01에 가입해 전라도 순회관을 지낸다. 하지만 일진회가 이완용(李完用, 1858∼1926)과 결탁하여 일제의 조선 침략 앞잡이 노릇을 하므로 차경석은 이들과 헤어져 천도교를 만든 손병희(孫秉熙, 1861∼1922)를 좇았으나 손병희와도 뜻이 맞지 않아 새로운 길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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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1907년 5월 차경석은 전주 재무관과의 소송관계로 정읍에서 전주로 가는 길에 용암리 주막에서 처음으로 상제님을 배알하게 된다. 그는 상제님의 의표에 비범함을 느껴 사사하기를 청하였지만, 상제님께서는 바로 승낙하지 않으셨다. 차경석이 여러 날을 상제님과 함께 지내며 떠나려고 하지 않자 상제님께서는 그에게 모든 일을 정리하고 6월 1일에 다시 오라고 명하며 종도로 받아들이셨다.02 그 후 종도 중 한 사람이었던 김광찬은 상제님께서 차경석과 상종하시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했다. 아전이었던 김광찬은 경석이 본래 동학당이고 일진회에 참가하여 불의한 일을 많이 하였는데도 그를 도문(道門)에 들여놓은 것은 상제님의 공평하지 못하심이라고 불평하였다. 더욱이 그는 자신이 도덕을 힘써 닦아온 것이 모두 허탕이 되리라며 상제님을 원망하기까지 하였다.03 하지만 상제님께서는 1909년 화천하시기 전까지 2년여의 기간 동안 차경석에게 풍유와 암시로써 가르침을 주기도 하시고 천지공사에 수종(隨從)을 들게 하거나 참여하도록 하셨다.
  그런데 상제님께서는 왜 차경석에게 일찍 모든 허물을 낱낱이 생각하여 풀어버리라고 말씀하셨을까? 허물은 자신이 과거에 지은 잘못을 말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허물이 있겠으나 흔히 비윤리적 행위를 하거나 상대방을 미워하여 의도적으로 해를 입힐 때 생긴다.04 상제님께서는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뉘우치고 반성해서 마음속으로 깨끗하게 털어버리지 못하고 거기에 매여 있으면 그것이 지속해서 미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가르쳐주셨다. 상제님께서 “허물이 있거든 다 자신의 마음속으로 풀라. 만일 다 풀지 않고 남겨 두면 몸과 운명을 그르치니라.”(교법 2장 16절)고 하신 것도 같은 맥락의 말씀이다.
  허물이 있는 사람에게는 허물로 인해 겁액(劫厄)과 척신(慼神)의 방해가 있을 수 있다. 겁액이란 도에 뜻을 두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생기는 장애를 말하고, 척신이란 나에 대해 원한을 가진 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전경』에는 “상제께서 처음으로 따르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자신이 그동안 지내 오던 허물을 낱낱이 회상하여 마음속으로 사하여 주시기를 빌게 하고 미처 생각지 못한 허물을 하나하나 깨우쳐 주시고 또 반드시 그의 몸을 위하여 척신과 모든 겁액을 풀어 주셨도다.”(교운 1장 2절)라고 하였다. 이 말씀을 통해 허물을 풀지 않고 있으면 허물을 지은 자에게 언젠가 척신과 겁액의 방해가 있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잘못하게 되면 상대방은 억울한 마음을 품게 되고 이것이 척이 되어 미래에도 악영향을 주어 나쁜 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상제님께서는 ‘무척 잘 산다’라는 속담을 들어 척이 없어야 잘 된다는 가르침을 주기도 하셨다.05   
  그렇다면 허물을 풀 방법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먼저 진심 어린 자기반성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수도인의 입장에서 반성이란 과거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마음가짐과 언행이 상제님의 가르침으로부터 얼마나 괴리되어 있었는지 주목하고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허물을 낱낱이 회상하라’는 말씀은 자신이 지은 허물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내적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자기반성의 과정에는 단순히 당시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넘어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도 포함되기에 자신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만약 잘못한 뒤에도 불안감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자기 잘못을 합리화하는 것이 습관화된다면 잘못을 회피하거나 남을 탓하며 자신의 마음을 속이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방어기제(防禦機制, defense mechanism)로 설명하는데, 이는 현실이나 상황을 왜곡되게 해석해서 심리적인 상처로부터 스스로 보호하는 의식이나 행위를 가리킨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멜처(Donald Meltzer, 1922~2004)는 모든 방어기제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고통을 피하고자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픈 상처가 될 만한 진실을 마주했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스스로 속이는 것이다. 이러한 방어기제는 순간적으로 잘못을 감출 수 있지만 반복된다면 문제를 키우거나 자멸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06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무자기(無自欺)를 실천해야 하는 수도인에게 이러한 반복된 방어기제는 가족, 선·후각, 친구, 직장 동료 등의 관계에서도 경계해야 할 행위일 것이다.
  과오를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의 비난이나 책망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등의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과오를 마주하여 인정하고 뉘우치는 과정 없이는 자신이 변화되지 않는다. 진솔한 자기반성이 없으면 성찰의 시간을 놓치게 되고 결국 그것이 미래의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순지침』에는 “자기를 반성하여 보지 않고 불만과 불평을 감정화하여 고집한다면 스스로 상극(相克)을 조장하는 것이다.”07와 “잘못의 발견은 위대한 지식이 되니 상급 임원은 위세로 잘못을 덮으려고 하지 말라. 난법난도(亂法亂道)의 시작이 되어 상대의 반감을 유발하리라.”08라고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부딪치는 모든 일에서 잘못을 덮거나 반성하지 않는 행위는 스스로 상극을 초래하지만, 잘못을 발견하고 이를 반성하는 행위는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허물을 풀기 위해서 척을 맺었던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의 장을 만드는 노력을 할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면 “서로 간에 대화로써 일을 풀어나가는 것이 곧 상생원리(相生原理)이니,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09라는 도전님 말씀처럼 상대방을 만나 진실하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서운했던 마음을 대화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인격을 긍정하며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허물을 짓게 된 이유도 어쩌면 자신의 좁은 시야와 생각에 갇혀 마음의 장벽이 커졌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소통의 노력이 없다면 관계의 회복뿐만 아니라 화합의 길을 만들기도 어렵게 된다. 우리의 ‘해원상생(解冤相生)’은 척을 맺고 푸는 것이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것과 자신이 먼저 풂으로써 상대방도 풀리게 되어 상생이 된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상대방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벽을 허물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노력은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어찌 지금까지 남겨두었느냐. 금후 다시 생각지 말라’라는 가르침은 자신의 부끄러운 허물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여 뉘우쳤다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하라는 말씀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즉 자기 성찰을 통해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지난 허물에 너무 얽매여 후회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으로 보인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허물을 쉽게 잊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하게는 자신을 자책하는 감정을 갖게 된다. 이러한 후회의 감정이 지나치면 실망 속에 자신을 가둬두고 괴로워하며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한다.
  더욱이 후회가 후회로만 끝나 마음이 늘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변화는 없고 불행만 지속할 수 있다. 수도인들이 반드시 실천해야만 하는 수칙(守則)에 ‘일상 자신을 반성하여 과부족(過不足)이 없는가를 살펴 고쳐 나갈 것’이란 말이 있듯이 우리는 어제에 얽매여 있기보단 끊임없는 수행과 정진으로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구절은 허물을 진심으로 반성했으면 더는 근심하지 말고, 앞으로는 지혜롭게 자신을 쇄신시켜 상제님의 진리를 바르게 이해하고 도의 일을 잘 받들어 나가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교법 1장 37절의 말씀은 차경석에게만 요구되는 자세가 아니라 오늘날 상제님을 신앙하며 수도하는 우리 역시 갖추어야 할 ‘허물을 대하는 자세’를 가르친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이를 전환점으로 삼는다면 허물을 풀고 현재의 나를 새롭게 혁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주님께서는 “인숙무죄(人孰無罪)요 개과하면 족하니라.”(교운 2장 15절)고 하셨고, 도전님께서도 “허물이 있다면 본심적으로 밝히고 개과자신(改過自新)하여 청정한 마음으로 속히 환원하여야 할 것이다.”10라고 말씀하셨다. 수도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많은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며 근심만 할지 그 잘못을 뉘우쳐 허물을 풀기 위해 한 발 더 나아갈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혁신을 통해 수도에 정진해야 하겠다.

 

 

 

 


01 엄밀히 보면 『전경』에 나오는 일진회는 진보회라고 할 수 있지만, 『전경』의 용어 통일성을 위해 일진회로 기술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이용창, 「東學·天道敎團의 民會設立運動과 정치세력화 연구(1896~1906)」, 중앙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4), pp.93-102 참조; 대순종교문화연구소, 「진보회와 일진회Ⅰ」 《대순회보》 101호 (2009) 참조.
02 행록 3장 37절~38절 참고.
03 교법 2장 32절 참고.
04 차경석이 과거의 어떤 허물에 대해 근심하고 있었는지는 교법 1장 37절만으로는 분명히 알 수 없다. 다만 『전경』에 차경석의 과거 행적에 대한 종도들 간의 좋지 않은 평이 나와 있기에 그가 상제님을 따르기 이전에 지은 잘못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05 교법 2장 44절 참고.
06 조지프 버고, 『마음의 문을 닫고 숨어버린 나에게: 나의 복잡한 심리를 이해하는 방어기제 수업』, 이영아 옮김 (서울: 더 퀘스트, 2019), pp.21-24 참고.
07 『대순지침』, p.92.
08 『대순지침』, p.80.
09 《대순회보》 16, 「도전님 훈시」.
10 「도전님 훈시」(1986.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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