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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려는 세간살이를 아낌없이 버리고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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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1.03.26 조회25,3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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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부 김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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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제께서 김 형렬에게 말씀하시니라. “망하려는 세간살이를 아낌없이 버리고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 만일 애석히 여겨 붙들고 놓지 않으면 따라서 몸마저 망하게 되리니 잘 깨달아라.”(교법 1장 8절) 

 

 

  위 성구는 상제님께서 종도 김형렬에게 하신 말씀으로, 그 중심적인 내용은 ‘망하려는 세간살이를 아낌없이 버리고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는 가르침이다. 여기서 세간살이는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을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배포란 ‘머리를 써서 일을 조리 있게 계획함’ 또는 ‘살림을 꾸리거나 차림’을 뜻하는 말이다.01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단어의 사전적인 뜻만으로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의 요지를 분명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도와 관련하여 “망하려는 세간살이”와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고 하신 가르침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1902년 4월에 상제님께서는 김형렬의 집에서 삼계(三界)를 개벽(開闢)하는 공사를 행하셨는데, 이때 김형렬에게 “그것을 비유컨대 … 낡은 집에 그대로 살려면 엎어질 염려가 있으므로 불안하여 살기란 매우 괴로운 것이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개벽하여야 하나니”(공사 1장 2절)라고 알려 주셨다. 여기서 “그것을 비유컨대”의 ‘그것’은 바로 상제님께서 단행하신 천지공사를 뜻한다. 당시 사람들은 천지공사를 행하시는 상제님을 ‘신인(神人)’, ‘광인(狂人)’, ‘촌 양반’, ‘상제’ 등으로 불렀다. 이렇게 다양한 호칭이 붙여진 정황을 살펴볼 때 종도들 또한 상제님의 존재뿐만 아니라 천지공사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아차릴 리는 만무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상제님께서는 비유라는 효과적인 방편을 통해 김형렬뿐만 아니라 여러 종도(從徒)에게 천지공사의 뜻을 일깨워주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천지공사는 상제님께서 광구천하(匡救天下: 천하를 바로잡아 구함)와 광제창생(廣濟蒼生: 창생을 널리 건짐)으로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지상선경을 건설하기 위해 인세에서 9년(1901~1909) 동안 단행하신 세계구제의 역사를 말한다. 천지공사의 구체적인 방법은 진멸지경에 처한 상극의 선천(先天) 세상을 뜯어고쳐 이상세계가 펼쳐지는 상생의 후천(後天) 세상을 열기 위한 것으로 삼계의 대권을 주재하시는 상제님의 권능으로만 가능하다. 따라서 상제님께서는 상극에 지배된 선천을 “낡은 집”이라는 말에, 그 천지공사로 도래되는 후천을 “우리는 개벽하여야 하나니”라는 말에 비유하신 것이다. 이 글의 주제인 “망하려는 세간살이를 아낌없이 버리고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라는 말씀 역시 천지공사와 관련한 비유와 은유의 방편적인 가르침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앞서 설명한 ‘공사 1장 2절’과 비교하면 선천의 일은 “낡은 집”과 “망하려는 세간살이”라는 말로, 후천의 일은 “우리는 개벽하여야 하나니”와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라는 말로 대응한다.

  주지하다시피 상제님의 천지공사는 상극의 선천을 상생의 후천으로 전환하여 고통에 빠진 세계의 민생을 건지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이는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의 운용원리 또는 지배원리가 상극에서 상생으로 바뀌는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상제님께서는 김형렬에게 천지공사의 과정을 집의 살림에 비유하여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망하려는 세간살이’는 집안 살림살이에 제구실을 못 하게 되는 선천의 살림이라면 ‘새로운 배포’는 집안 살림살이에 맞게 제구실을 할 수 있는 후천의 살림인 것이다. 따라서 천지공사로 바뀌는 세상의 법칙과 원리에 따라 상극에 기반한 선천의 망하려는 살림살이는 버리고, 상생에 기반한 후천의 새로운 살림을 차리라는 가르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류 문명사에서 한집안이나 국가의 살림은 인간의 기본욕구인 의식주 문제와 더불어 한 사회의 관습, 제도, 가치, 규범, 전통 등을 포괄하는 총체적 생활양식인 문화를 담고 있다. 즉 살림은 우리의 삶과 그에 따른 문화가 투영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는 가르침은 후천의 운영원리인 상생의 법칙에 따른 삶을 살라는 것이며, 이는 낡고 묵은 하늘인 선천이 만들어낸 상극적인 인습과 사고를 타파하는 일련의 행위와 다르지 않다. 일례로 당시 조선조 사회에서는 성리학적 신분질서에 따라 적서(嫡庶: 적자와 서자)의 명분과 반상(班常: 양반과 상민)의 구별이 매우 엄격한 신분체제로 운영되었고, 여기서 파생된 차별과 억압의 사회문화적 구조는 계층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켜 원한(怨恨)을 쌓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를 상제님께서는 “지금은 해원시대니라. 양반을 찾아 반상의 구별을 가리는 것은 그 선령의 뼈를 깎는 것과 같고 망하는 기운이 따르나니라. 그러므로 양반의 인습을 속히 버리고 천인을 우대하여야 척이 풀려 빨리 좋은 시대가 오리라.”(교법 1장 9절)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야말로 ‘병든’ 조선조 말엽에 오랫동안 뿌리를 박은 유교의 폐습을 버리고 해원상생(解冤相生)의 삶을 실천하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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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도의 벼타작 그림 중 일부 : 「단원풍속화첩」 조선시대 

 

  이처럼 “망하려는 세간살이를 아낌없이 버리고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라는 말씀은 선천 상극의 부조리를 극복하고 후천의 상생 원리로 묵은 관습, 조직, 방법 등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것은 현대 우리의 생활 또는 환경에 놓인 당면한 위기의 문제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구상은 곧 혁신(革新)이라는 의지로 표명된다. 『주례(周禮)』에 보면 “가을에는 피(皮)를 거두고 겨울에는 혁(革)을 거둔다”라는 말이 있다.02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짐승의 가죽에서 그 털을 다듬어 없앤 것을 혁이라고 한다. 혁은 고친다는 뜻이다”라고 하였고, “짐승 가죽을 벗겨낸 것을 피라 한다.”라고 하였다.03 옛 문헌에서 ‘혁’은 짐승의 피부[皮]를 가공하여 가죽[革]으로 만드는 일에서 비롯되었다. 갓 벗겨낸 털과 지방이 붙어 있던 피부를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가죽으로 새롭게 만들려면 매우 복잡하고 고단한 노동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서 가죽 ‘혁(革)’자에 새로울 ‘신(新)’자를 붙여 혁신이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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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극한직업』: 2011년 10월 26일 TV 방영된 「방글라데시 가죽공장」 편에서 험난하고 고단한 가죽공장 노무자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혁신은 새롭게 만드는 가죽을 뜻하기 때문에 ‘면모를 일신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목적을 가진 기업, 정부와 같은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혁신은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과 같아서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데 그 시발점이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실패에 대한 의구심이다. 따라서 익숙한 것으로의 결별에서 자신의 혁신은 시작한다. 조직 또한 마찬가지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늘 해오던 대로 편안한 것만을 추구하던 낡은 생각과 가치, 관행을 버리고 혁신의 길로 나아갈 때 비로소 소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혁신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자기 극복의 과정이고 절제의 과정인 것이다.

  도전님께서도 혁신을 매우 강조하셨다. 도전님께서는 “혁신이란 잘못했던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해나가는 것을 말한다.”라고 하시며, 이를 “항상 반성해서 잘못된 것을 고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를 항상 생각하면, 이것이 수도인 것이다.”라고 하여 혁신과 수도는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셨다.04 그리고 “해원상생 대도로 우리는 혁신을 해야 한다.”05, “혁신이란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06라고 하여 수도에서 해원상생의 진리로 혁신의 적극적인 실천을 주문하셨다. 따라서 『전경』에 “망하려는 세간살이를 아낌없이 버리고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라는 성구는 우리의 수도에서 갖추어야 할 혁신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날 경영전문가들은 혁신을 자신의 단점뿐만 아니라 장점마저도 바꾸는 것이라 단정한다. 그것을 우리의 수도에서 살펴보면 다름 아닌 상극적인 방법을 통해 얻는 이익이 자신의 장점은 아닌지 역으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지금 이루어지는 우리의 혁신은 ‘도통(道通)’이라는 목적을 따르고, 그 실천의 방법과 원리는 해원상생의 진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0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stdict.korean.go.kr]. 

02 『周禮』 「天官冢宰」, “秋斂皮 冬斂革”.

03 『說文解字』, “獸皮治去其毛曰革 革更也”, “剝取獸革者 謂之皮”.

04 도전님 훈시, 1993년 1월 28일.

05 도전님 훈시, 1993년 1월 28일.

06 도전님 훈시, 1993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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