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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국과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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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0.08.17 조회37,9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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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제께서 박 공우가 아내와 다투고 구릿골을 찾아왔기에 별안간 꾸짖으시기를 “나는 독하면 천하의 독을 다 가졌고 선하면 천하의 선을 다 가졌노라. 네가 어찌 내 앞에 있으면서 그런 참되지 못한 행위를 하느뇨. 이제 천지신명이 운수자리를 찾아서 각 사람과 각 가정을 드나들면서 기국을 시험하리라. 성질이 너그럽지 못하여 가정에 화기를 잃으면 신명들이 비웃고 큰일을 맡기지 못할 기국이라 하여 서로 이끌고 떠나가리니 일에 뜻을 둔 자가 한시라도 어찌 감히 생각을 소홀히 하리오” 하셨도다.

                                                                                                         (교법 1장 42절)

 

 

  위 성구는 상제님께서 박공우를 꾸중하시며 신명이 사람들의 기국을 시험할 때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는지 말씀하시는 내용이다. 우리는 도통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기국을 넓히는 수도 과정에 있다. 이런 점에서 신명들이 기국을 시험하는 기준을 밝혀주신 위 성구는 우리의 수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박공우의 성정

  박공우는 한때 동학 신자였으며 일진회 간부까지 맡았었다. 그는 정읍과 고창 지역 등을 돌며 장날 장이 잘 설 수 있도록 장사꾼들의 자리를 잡아주며 장을 정리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일을 했다고 전한다. 키가 크고 풍채가 당당했던 박공우는 배짱이 좋았지만, 성정이 사납고 괄괄하여 남과 자주 다투었으며 의롭지 못한 일을 보면 참지 못하여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이런 성정 때문에 박공우는 상제님의 종도가 되기 한 달 전에는 정읍 천원(川原)장에서 예수교 사람과 다투다가 큰 돌에 맞아 가슴뼈를 상하는 고통을 겪기도 하였다.01 

  위 성구를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시기는 동곡약방을 여신 다음 달인 1908년 7월이다. 이 일이 있기 전 박공우는 사소한 일로 김형렬과 말다툼을 하였다. 이때 공우는 화가 많이 나서 형렬과 그 집안 식구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하다가 상제님께 꾸중을 들었다. 며칠 뒤 동곡약방 앞길 너머에 있는 형렬의 집에 상제님께서 들리실 때 그 뒤를 따라 공우가 들어섰는데 잠시 후 형렬의 집안 사람들도 그의 집에 들러 서로 만나게 되었다. 상제님께서 공우에게 “네가 못 올 곳에 왔구나!”라고 이르시니, 이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우가 형렬에게 “김씨 일족이 많으나 내가 두려워할 것 같으냐?”라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들은 형렬의 문중 사람들(안동 김씨 일족)은 그의 말을 비웃으며 크게 웃었고, 공우도 그들을 보며 큰소리로 웃었다. 이를 보신 상제님께서는 서로 악담으로 척을 지으면 그 척이 보복을 하게 되는 것이라 말씀하시며 불순한 말을 하지 않도록 타이르셨다.02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후 이번에는 공우가 아내와 다투고 구릿골에 계시는 상제님을 뵈러 왔다가 참되지 못한 행위를 하였다고 크게 꾸중을 듣게 된 것이다.

 

 

기국과 기국 시험의 기준 

  상제님께서는 박공우에게 “이제 천지신명이 운수자리를 찾아서 각 사람과 각 가정을 드나들면서 기국을 시험하리라.” 하시며, 이어서 ‘신명들은 성질이 너그럽지 못하여 가정에 화기를 잃으면 큰일을 맡기지 못할 기국이라 하여 비웃고 떠나가리라’는 내용을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천지신명이 기국을 시험하는 데 그 시험의 기준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화(家和)를 잘 이루는지의 여부라는 것이다. 

  기국(器局)은 보통 사람의 도량과 재능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도량은 마음이 넓고 생각이 깊어서 사람이나 여러 가지 상황을 잘 포용하는 성품을 가리키고, 재능은 총명한 기운이 있어서 무엇을 잘하는 소질과 재주를 말한다. 이러한 기국에는 크기가 있어서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면 기국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보아야 할까?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이 중국 한나라의 건국 공신인 장량(張良, ?~기원전 186)이나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재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 181~234)과 같은 도량과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이러한 도량과 재능은 태어날 때부터 사람마다 달라서 기국이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남이 모르는 공부를 깊이 많이 하여두라. 이제 비록 장량·제갈이 쏟아져 나올지라도 어느 틈에 끼어 있었는지 모르리라.”고 하신 상제님의 말씀에서도 장량·제갈을 기국이 큰 사람으로 비유하셨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기국의 차이에 대하여 “양이 적은 자에게 과중하게 주면 배가 터질 것이고 양이 큰 자에게 적게 주면 배가 고플 터이니 각자의 기국에 맞추어 주리라”03는 말씀을 하셨다. 도전님께서도 훈시를 통해 기국은 태어날 때 타고난다는 말씀을 하셨다.04

  그렇다면 기국은 넓힐 수 있는 것인가? 박공우는 위 성구의 일이 있은 후 상제님으로부터 “너는 표단이 있으니 인단으로 갈음하라”는 말씀을 듣고, 그 뒤로 성질이 누그러지고 남에게 이기려고 하지 않아서 다시는 다투지 않았다고 한다.05 상제님께서 박공우에게 기운을 붙이신 말씀으로 보이지만, 박공우가 그 말씀을 마음속 깊이 명심하여 자신을 되돌아보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변화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그의 기국이 커졌음을 짐작케 한다. 박공우의 예는 사람마다 타고난 기국이 있지만 일상에 빠진 좁은 마음에서는 기국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수도는 각자 타고난 기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음의 그릇을 깨끗이 닦는 일이다. 넓은 마음이나 깊은 생각에서 나오는 ‘도량’과 무언가를 잘할 수 있는 ‘재능’은 수도를 통해 키워나갈 수 있다. 도전님께서는 “전국의 임원과 도인들은 수도로써 진리 도통을 목적하는 성도(成道)의 기국을 넓히는 데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06라고 하시며, 기국을 갈고 닦는 것이 수도의 과정임을 분명히 밝히셨다.

  위 성구에서 주목되는 것은 신명들이 기국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가화(家和)를 보고 신명들이 큰일을 맡길 기국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다. 즉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수도의 출발점이자 첫 시험대인 것이다. 그리고 신명들은 이 점을 주의 깊게 살펴서 기국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화목하다는 것은 해원상생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이어진 인간관계는 가정을 넘어 자연스럽게 방면, 직장, 학교, 이웃, 친우, 사회, 국가 등으로 확대된다. 우리는 이 관계들을 해원상생으로 만들어 가는 수도의 길을 가고 있다.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로 삼계에 선포하신 해원상생의 대도를 따르는 수행이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다. 이 대도를 좇고 따르는 데는 신명들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신명과 인간이 가는 길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일과 신명의 일이 ‘상생의 도’라는 같은 목표를 지향하도록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로 짜놓으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명들이 사람의 기국을 판단하는 기준은 ‘해원상생의 대도’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기국과 관련하여 앞에서 밝힌 도전님의 훈시인 “성도(成道)의 기국을 넓히는 데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라는 말씀도 해원상생의 실천이라는 맥락에서 다시 이해해 볼 수 있다. ‘성도’는 해원상생의 실천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성도의 기국을 넓힌다’는 것은 곧 ‘해원상생의 실천으로 기국을 넓혀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해원상생의 실천’은 기국을 판단하는 신명들의 기준이기도 하지만 도량과 재능을 키워 기국을 넓혀가는 수행이기도 하다.

 

  위 성구는 상제님께서 박공우에게 하신 말씀이지만 우리의 수도에 있어서 중요한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가화의 중요성과 함께 화목하지 못하면 신명들이 비웃고 떠날 것이고, 화합하면 신명들이 호위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해원상생 대도의 참뜻을 깨우치고, 상제님의 덕화를 가정에서 시작하여 세상으로 널리 전하는 포덕사업을 하고 있다. 이 일은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로 이룩하신 지상낙원의 복을 세상 사람들에게 받게 하는 것으로 우리의 사명이기도 하다. 특히 포덕사업은 연운으로 맺어진 선각과 후각이 방면의 체계 속에서 함께 펼쳐나가는 일이기 때문에 이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합이다. 화합은 신명들이 호위를 결정하는 기준이며, 화합하는 방면과 선·후각에게는 그 기국에 따라 신명들의 호위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방면을 중심으로 주위의 모든 사람과 척을 풀고 화합을 이루어내며, 그 속에서 기국을 넓혀 간다. 이런 점에서 기국이 수도로써 이루어내는 마음의 그릇이라면, 기국의 크기는 화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힘의 크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기국에 따라 도통과 운수도 받는 것이다.

 

 

 

 

 

01 교법 3장 12절. 

02 『증산의 생애와 사상』, p.228 참고.

03 교법 2장 54절.

04 「도전님 훈시」 (1991. 6. 12), “사람에게 기국이라는 게 있는데 기국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

05 교법 2장 31절.

06 「도전님 훈시」 (1986.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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