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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도 박공우의 식고, “하느님 뵈어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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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1.11.01 조회20,8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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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제께서 정미년 가을 어느 날 신 원일과 박 공우와 그 외 몇 사람을 데리시고 태인 살포정 주막에 오셔서 쉬시는데 갑자기 우레와 번개가 크게 일어나 집에 범하려 하기에 상제께서 번개와 우레가 일어나는 쪽을 향하여 꾸짖으시니 곧 멈추는지라. 이때 공우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번개를 부르시며 또 때로는 꾸짖어 물리치기도 하시니 천지조화를 마음대로 하시는 상제시라, 어떤 일이 있어도 이분을 좇을 것이라고 마음에 굳게 다짐하였더니 어느 날 공우에게 말씀하시기를 “만날 사람 만났으니라는 가사를 아느냐” 하시고 “이제부터 네가 때마다 하는 그 식고(食告)를 나에게 돌리라” 하시니 공우가 감탄하여 여쭈기를 “평생의 소원이라 깨달았나이다.” 원래 공우는 동학신도들의 식고와는 달리 “하느님 뵈어지소서”라는 발원의 식고를 하였는데 이제 하시는 말씀이 남의 심경을 통찰하심이며 조화를 임의로 행하심을 볼 때 하느님의 강림이시라고 상제를 지성으로 받들기를 결심하였도다. (교운 1장 25절)

 

  위 성구에서 상제님께서는 1907년(정미년) 가을 종도 신원일, 박공우 등과 함께 한 주막에 쉬시는 도중 우레와 번개가 치는 쪽을 향해 꾸짖으시니 우레와 번개가 곧 멈추었다. 이때 공우는 상제님께서 천지조화를 임의대로 하심을 느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상제님을 따를 것이라 굳게 다짐하였다. 그런 뒤 어느 날 상제님께서 공우에게 “만날 사람 만났으니라는 가사를 아느냐”고 물으시며 공우가 때마다 하는 식고(食告)를 상제님께 하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공우는 스스로 감탄하여 깨닫고 상제님을 지성으로 받들기로 결심하였다.
  이 성구의 말씀에서 “원래 공우는 동학신도들의 식고와 달리 ‘하느님 뵈어지소서’라는 발원의 식고를 하였는데”, 동학의 식고는 어떻게 하는 것이며 공우의 식고는 동학의 식고와 어떻게 다르다는 것일까? 본 글에서는 동학의 식고에 대해 살펴보고 그것이 공우의 식고와 어떻게 다른지 고찰해봄으로써 위 성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한다.

 

 

동학의 식고(食告)
202107061542_Daesoon_245_%EC%A0%84%EA%B2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 1824~1864)는 여러 해의 구도 끝에 1860년 음력 4월 상제님으로부터 제세대도를 계시받고 동학을 폈다. 동학 측에서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최제우는 득도 후 이듬해인 1861년 6월에 동학의 가르침을 펴는 이른바 포덕(布德)을 하며 사람들을 입도하게 하였다.01 포덕할 때는 21자 주문02 을 전해주었고, 가르친 가운데 한 가지는 식고(食告)였으며, 다른 한 가지는 나아갈 때 반드시 고하고 들어올 때 반드시 고하는 것이었다.03 이 내용에서 동학의 초기 가르침 중 하나가 바로 식사할 때 하는 식고(食告)였음을 알 수 있다.
  1864년 최제우의 사후 동학의 지도자가 된 최시형(崔時亨, 1827~
1898)은 식고에 대해서 “어려서 먹는 것이 어머님의 젖이 아니고 무엇이며, 자라서 먹는 것이 천지의 곡식이 아니고 무엇인가. 젖과 곡식은 다 이것이 천지의 녹이니라. 사람이 천지의 녹인 줄을 알면 반드시 식고(食告)하는 이치를 알 것이요, 어머님의 젖으로 자란 줄을 알면 반드시 효도로 봉양할 마음이 생길 것이니라. 식고는 반포(反哺)의 이치요 보은(報恩)의 도리이니, 음식을 대하면 반드시 천지에 고하여 그 은덕을 잊지 않는 것이 근본이 되느니라.”04 고 하였다. 이는 즉 곡식은 마치 어머니의 젖과 같은 천지의 녹이므로 음식을 대할 때 반드시 천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하는 것이 바로 식고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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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형은 식고 시 천지에 감사해야 하며 “너희들은 매번 식고할 때에 한울님 감응하시는 정(情)을 본 때가 있느냐.”05고 하여 곧 ‘한울님’ 및 ‘천주(天主)’가 감응하는지 제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최시형은 이 ‘한울님’에 대해서 “사람은 다 모신 한울님의 영기로 사는 것이니, 사람의 먹고 싶어 하는 생각이 곧 한울님이 감응하시는 마음이요, 먹고 싶은 기운이 곧 한울님이 감응하시는 기운이요, 사람이 맛나게 먹는 것이 이것이 한울님이 감응하시는 정이요, 사람이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 바로 한울님이 감응하시지 않는 이치니라.”06 고 설명하였다. 즉 최시형은 사람에게 내재한 기운·생각·마음이 곧 ‘한울님’이라고 본 것이다.
202107061543_Daesoon_245_%EC%A0%84%EA%B2  동학 교주의 교설이 이러하다면, 동학에 참여한 이들은 어떻게 식고를 하였을까? 대접주 중 한 사람이었던 김낙철(金洛喆, 1858~1917)의 기록에 의하면, 그는 1898년 최시형이 관에 붙잡혀 처형된 후 “대선생님에게 식고(食告)를 하고, 해월 선생님에게 식고가 없는 것은 제자의 도리가 아니다. … 하늘과 땅이 하나이고 영(靈)도 하나인데, 어찌 식고의 이치가 없겠는가. … 8월 12일부터 시작하여 식고례(食告禮)를 널리 행하였다.”07 라고 하였다. 즉 1898년경 당시 동학도들은 ‘한울님’과 더불어 자신들의 스승에게도 식고를 한 것이다. 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식고하였는지 동학 측 자료에는 찾아보기 어려우나, 한 연구자는 “天地父母 持賜朝飯 感謝無量(천지부모님 아침밥을 내려주셔서 한량없이 감사드립니다)”라고 기록하였다.08 현재 천도교에서는 “한울님과 스승님, 조상님 감응하옵소서. 지금 조반(점심·저녁 진지)을 받들었사오니 감사하옵니다. … (이 밖의 소원) 감사히 먹겠습니다.”09라고 식고를 행한다고 한다.10 이상 동학의 식고를 정리해보면, 동학의 식고는 동학도들이 식사 전 동학에서 말하는 ‘한울님’과 스승인 최제우 등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식이다. 단, 식고의 대상인 ‘한울님’은 천지만물을 주관하시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 아니라 바로 사람에게 내재한 존재이다. 이는 동학의 의례인 향아설위(向我設位)에서 나타난다. 전통의 제사가 벽을 향해 제수를 차리는 향벽설위(向壁設位)인 반면, 향아설위는 제사하는 사람을 향해 제사상을 차려야 한다는 교리이다. 즉 제사나 치성을 드리는 대상인 조상이나 한울님이 외부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바로 사람 자신에게 내재해 있기에 제사를 행하는 사람에게 제사상을 차려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초기의 동학이 초월적인 하느님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천도교로 전개되면서 사람에게 내재한 하늘을 강조하여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의 교리를 내세웠다. 그러다 보니 하느님이신 구천상제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 교리도 상제님께서 계시하신 진리와 달라지게 되었다.

 

 

공우의 식고
  종도 박공우가 상제님을 따르게 된 시기는 1907년 6월 즈음이다.11 박공우는 차경석의 친우로 본래 동학도였다가 차경석을 통해 상제님을 뵈었다.12 상제님께서는 박공우와 차경석에게 ‘참 동학’에 대한 말씀과 “동학 신자 간에 대선생(大先生)이 갱생하리라고 전하니 이는 대선생(代先生)이 다시 나리라는 말이니 내가 곧 대선생(代先生)이로다”라는 말씀을 하셨다.13 이러한 상제님의 말씀에 감화한 박공우는 정읍 대흥리로 가시는 상제님을 뒤따랐다.14 대흥리의 차경석의 집에 계시던 상제님께서는 “내가 머무는 곳을 천지가 다 알아야 하리라”고 말씀하시자마자 갑자기 천둥이 치니, 박공우는 크게 놀라게 되었다.15 그 뒤 교운 1장 25절의 내용에서처럼 공우는 우레와 번개를 멈추시는 상제님의 권능을 보고 상제님을 따르리라 굳게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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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공우의 식고는 동학의 식고와 어떻게 달랐을까? 동학도였던 공우는 식고를 하기는 하였으나 동학에서의 내재한 ‘한울님’에게 하거나 동학의 교주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하느님 뵈어지소서”라는 발원의 식고를 하였다. ‘보이어’가 ‘보여(뵈어)’로 줄어지므로 “하느님 뵈어지소서”는 “하느님 보여지소서”가 된다. 곧 공우는 진정으로 하느님을 뵙기를 간청하는 식고를 올렸던 것이다.
  하느님이신 상제님께서는 이러한 공우의 식고를 아시고 “이제부터 네가 때마다 하는 그 식고(食告)를 나에게 돌리라”고 말씀하셨다. 공우는 자신의 심경을 알아주심에 감탄하여 “평생의 소원이라 깨달았나이다.”라고 여쭈며 상제님께서 곧 하느님이심을 깨닫고 지성으로 받들기를 결심한 것이다.
  이렇게 과거에 동학도였으며 평생의 소원으로 하느님을 뵙고자 하였던 공우는 바로 증산께서 하느님이심을 깨달았지만, 당시 대다수 동학도는 이를 잘 알지 못하였다. 동학의 가르침은 본래 상제님께서 최제우에게 제세대도를 계시하여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최제우가 유교의 전헌을 넘어 대도의 참뜻을 밝히지 못하므로 상제님께서 천명과 신교를 거두신 것이다.16 그래서인지 동학은 이후 상제님을 찾지 않고 상제님의 가르침과도 궤를 달리하게 되었다.

 

 

나가며
  식고와 관련하여, 『전경』에는 교운 1장 25절의 말씀 외에 다른 기록은 없다. 대신 종도들이 ‘산 제사’를 지낼 때(교운 1장 37절), 지성으로 도움을 간청할 때(권지 2장 1절, 제생 12절) 상제님께 심고를 드렸다는 말씀이 실려 있다. 즉 종도들은 상제님께 심고를 드리며 의례를 행하거나, 곤경에 처할 때 상제님께 지성으로 소원을 빌며 심고를 드렸던 것이다.
  우리 종단에서의 심고와 관련하여, 도전님께서는 기도에 관한 말씀을 하시며 “시간을 잊지 않고 심고를 드리는 그 자체가 상제님을 항상 잊지 않고 정성을 다하여 모시는 지극한 영시(永侍)의 정신이니 기도를 모신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17라고 훈시하셨다. 즉 정해진 기도 시간에 심고를 드리는 것이 곧 상제님을 모시는 지극한 영시의 정신이라는 말씀인 것이다. 기도 시간 외에도 우리 수도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사강령에서 경천(敬天)18의 내용처럼 상제님 받드는 마음을 잊지 않고 항상 상제님께서 가까이 계심을 마음속에 새겨 두고 공경과 정성을 다한다. 즉 우리는 비단 식사 시의 식고에 한할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심고를 드리며 상제님을 영시하는 정신을 함양해야 할 것이다.

 

 

 

 


01 『大先生主文集』, “適至辛酉春作布德文時, 維六月將有布德之心, 欲得見時人賢者, 自然聞而來者, 不計其數也.”
02 “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
03 이 외 약을 쓰지 말며, 마음을 닦고 기를 바르게 하고,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며, 스스로 물욕을 버리고, 다른 이익을 찾지 않으며, 유부녀를 취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말하지 않으며, 나쁜 고기를 먹지 않고, 신ㆍ경ㆍ성(信敬誠) 석 자를 으뜸으로 삼는 것을 가르쳤다. 『崔先生文集道源記書』, “所修以敎者, 一曰食告, 一曰出必告入必告, 不爲用藥, 修心正氣, 去惡爲善, 物慾自去, 不探他利, 不取有夫之女, 不言人之過, 不食惡肉, 以信敬誠三字爲主也.”
04 『해월신사법설(海月神師法說)』 「천지부모(天地父母)」, “幼而哺者非母之乳而何也, 長而食者非天地之穀而何也, 乳與穀者是天地之祿也, 人知天地之祿則, 必知食告之理也, 知母之乳而長之則, 必生孝養之心也, 食告反哺之理也, 報恩之道也, 對食必告于天地, 不忘其恩爲本也.”
05 『해월신사법설』 「향아설위(向我設位)」, “爾等每食告之時, 天主感應之情, 有時見乎?”
06 『해월신사법설』 「향아설위(向我設位)」, “人皆以侍天主之靈氣生活者也, 人之欲食之念, 卽天主感應之心也, 欲食之氣卽天主感應之氣也, 人之甘食, 是天主感應之情也, 人之無欲食之念, 是天主不感應之理也.”
07 김낙철, 『김낙철역사(金洛喆歷史)』 「무술년 8월 12일」.
08 이강오, 『한국신흥종교총감』 (서울: 대흥기획), 1993, p.122. 이강오는 “天地父母 持賜朝飯 感謝無量”이라 하였는데, ‘持’ 자는 ‘特’의 오기로 보인다.
09 천도교중앙총부, 『천도교의절』 (천도교중앙총부, 2000), pp.22-23.
10 1929년에는 당시 천도교 교주였던 박인호(1855~1940)가 식고문(食告文)을 “생각하신 모신 내 하늘님이 본래(本來) 오신 하늘님을 받드셔서 먹고 굴신동정(屈伸動靜)하시는 것이 곧 낸 줄을 투철(透徹)히 깨달은 고로 잠시라도 모신 내 하늘님 은혜(恩惠)를 잊지 않습니다.”라고 정하여 교도들에게 선포했다는 기록이 전한다.(최동안, 『천도교임실교사(天道敎任實敎史)』, p.12.) 이때 ‘모신 내 하늘님’은 식고를 하는 천도교인을 말하며 ‘본래 오신 하늘님’은 바로 음식을 지칭하는 것이다.
11 대순종교문화연구소, 「상제님의 발자취를 찾아서」 《대순회보》 118호, pp.12-13
12 권지 1장 11절 참고; 대순종교문화연구소, 「상제님의 발자취를 찾아서」 《대순회보》 118호, pp.13-14
13 권지 1장 11절.
14 대순종교문화연구소, 「상제님의 발자취를 찾아서」 《대순회보》 118호, p.15.
15 교운 1장 21절.
16 교운 1장 9절.
17 대순진리회 교무부, 「도전님 훈시」, 《대순회보》 4호, 대순진리회 출판부, 1986, p.2.
18 모든 행동에 조심하여 상제님 받드는 마음을 자나 깨나 잊지 말고 항상 상제께서 가까이 계심을 마음속에 새겨두고 공경하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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