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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에 깃든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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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3.22 조회3,1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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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제께서 김경학의 집에 대학교를 정하시고 “학교는 이 학교가 크니라. 이제 해원시대를 당하였으니 천한 사람에게 먼저 교를 전하리라” 하시고 경학을 시켜 무당 여섯 명을 불러오게 하고 그들의 관건을 벗기고 각자 앞에 청수를 떠 놓고 그것을 향하여 사배를 하게 하고 시천주 세 번을 제각기 따라 읽게 하셨도다. 이것을 끝내고 그들의 이름을 물은 다음에 각자로 하여금 청수를 마시게 하니 이것이 곧 복록이로다. 이것이 해원시대에 접어들어 맨 먼저 천한 사람들에게 교를 전하신 것이었도다. (교운 1장 32절)

…경석이 세 아우와 함께 옆방에 모여 서로 원심을 풀기로 정하고 상제께 고하니 상제께서 “그러면 뜰 밑에 짚을 펴고 청수 한 동이를 떠다 놓은 후 그 청수를 향하여 너의 부친을 대한 듯이 마음을 돌렸음을 고백하라” 하시니 경석의 네 형제가 명을 좇아 행하는데 갑자기 설움이 복받쳐 방성대곡하니라. 이것을 보시고 상제께서 “너의 부친은 너희들이 슬피 우는 것을 괴로워하니 그만 울음을 그치라” 이르시니라.… (하략) (교법 3장 15절)

 

 

위에 제시된 것처럼 『전경』에는 청수(淸水: 맑은 물)와 관련된 여러 구절들이 있다. 상제님께서 해원시대를 맞이하여 천한 사람에게 먼저 교(敎)를 전하는 의식에 청수를 사용하셨고, 경석과 그의 아우들이 원수에 대한 원한을 풀었음을 돌아가신 부친에게 고(告)하게 하실 때도 청수를 쓰셨다. 이밖에도 상제님께서는 여러 가지 공사를 보시거나 신명의 호출과 초혼(招魂) 시에, 그리고 종도의 허물을 뉘우치게 하거나 오곡을 잘 되게 하고 충재를 없앨 때도 그것을 사용하셨다. 도주님께서는 만주에서 9년간의 공부 끝인 정사(丁巳: 1917)년에 상제님의 삼계대순(三界大巡) 진리를 깨닫고 천명(天命)에 따른 시천주(侍天主) 공부를 하실 때와 마하사(摩訶寺)에서의 49일 공부 시에도 청수를 사용하셨다.

이처럼 청수는 상제님께서 여러 차례 사용하셨고 상제님을 따르던 종도는 물론 도주님께서도 쓰셨던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보건데 청수에는 수도인들이 인식해야 할 중요한 의미가 담겨져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우리의 신화와 역사, 민속, 종교 등에서 청수와 같은 형태의 ‘물’들이 지니는 다양한 기능과 의미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전경』에 나타난 다양한 청수의 의미를 유추해 보고자 한다. 또한 현재 우리 종단에서 쓰고 있는 청수인 ‘법수(法水)’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오랜 세월 농경생활이 중심이었던 우리나라에서 한 해 농사의 풍흉과 결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물이었기 때문에 물이 갖는 기능과 가치는 매우 큰 것이었다. 물은 또한 생명력과 풍요의 원리를 간직한 것으로 여겨져 물에 대한 신앙이 고대부터 성립하였다. 이처럼 물의 가치가 단순히 기능적인 차원을 넘어 종교적인 차원으로 발전한 데에는 농경생활 이전부터 존재해 온 물의 ‘원형적 의미’01가 그 이면에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창세신화를 담고 있는 제주도 「천지왕본풀이」에서 물의 원형(原型)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암흑과 혼돈 상태에 있던 세계에 개벽(開闢)의 기운이 돌아, 갑자(甲子)년 갑자월 갑자시에 자방(子方)으로 하늘이 열리고, 을축(乙丑)년 을축월 을축시에 땅이 축방(丑方)으로 열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점점 분명해져 천지가 개벽을 이뤘다. 이때 하늘에서 청이슬이 내리고 땅에서 흑이슬이 솟아나 서로 합수(合水)하여 음양상통(陰陽相通)으로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천지개벽의 시기에 물은 만물을 탄생시킨 창조력의 원천, 즉 원수(原水)로서 우주적 기원과 생명력을 상징하고 있다.02

우리 고대의 신화 속에서 생명의 원천이었던 물은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여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동국이상국집』의 고구려 동명왕신화에서 주몽의 어머니 유화(柳花)부인은 물의 신(神)인 하백(河伯)의 딸로서 웅심연(熊心淵)이란 연못 태생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비(妃)인 알영이 알영정(閼英井)이란 우물 출신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고려 태조의 고조부 작제건(作帝建)의 아내인 용궁녀(龍宮女)는 개성대정(開城大井)03이란 우물을 통해 친정인 용궁을 드나든 물의 여인이었다. 이들은 모두 ‘물의 왕비’ 혹은 ‘물의 여시조’라는 성격을 지님으로써 그 속에 담긴 풍요와 생명의 신화적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이로써 그들은 원수(原水)만큼 창조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04

물은 또한 죽은 사람을 살아나게 하는 재생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무속신화인 바리공주 신화에서 공주는 위중한 부모를 구하기 위해 서천서역국(西天西域國)으로 가서 생명의 약수를 길어 와 죽은 부모를 살려낸다. 이처럼 물, 특히 샘물로 죽은 이를 살리거나 불치병을 치유하는 내용을 가진 수많은 설화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샘, 약수 등에 담겨진 재생력과 생명력은 ‘물’을 용의 집이자 정기(精氣)로 간주하는 용신신앙으로 확대되기도 하였다. 대보름날 우물 속에 처음으로 비치는 달의 그림자를 ‘용의 알[龍卵]’이라 하여 떠서 마시면 수태를 원하는 여성이 아기를 갖게 된다는 믿음이 바로 그런 것이다.

신화와 설화를 통해 전승되어오던 물의 의미는 민간신앙에서 정화수(井華水)라는 형태로 보편화 되었다. 첫새벽에 길은 우물물인 정화수는 ‘井華水’라고 쓰나 발음상 ‘淨化水(정화수)’를 연상케 한다. 실질적으로도 모든 더럽혀진 것을 씻어주는 정화력(淨化力)이 물의 중요한 기능일 뿐만 아니라, 부정(不淨)하고 삿된 것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어져 왔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가정의 온갖 액(厄)을 없애고 가족의 복락(福樂)을 기원할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정화수 떠놓기’였다. 첫새벽에 우물에서 길어온 정화수를 사방에 흩뿌려 제의 공간을 정화시킨 뒤, 깨끗한 흰 사발에 정화수를 담아 소망을 빌었다. 이때 정화수는 세속적인 공간을 신성한 영역으로 변화시키며, 인간이 신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깨끗하고 신성한 제물(祭物)이었다. 우리네 조상들은 이를 매개로 하늘과 소통할 수 있었는데, 빈부의 격차나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정성(精誠)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었다.

한편 물에 관한 이와 유사한 관념을 기성종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유교의 경우 제사드릴 때 시행하는 헌작(獻爵: 술잔을 올림)이 그 좋은 예이다. 원래 처음부터 술을 올렸던 것은 아니고, 옛날에는 ‘현수(玄水)’라 하여 맑고 깨끗한 물을 올렸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처럼 술로 대체된 것인데, 이때의 술은 음주용이 아닌 조상에게 바치는 공물로서 정화수의 변형된 형태이다. 불교에서도 예불(禮佛) 시에 승려가 부처에게 올리는 4대 예물 중의 하나가 ‘알가(閼伽)’ 곧 깨끗한 물이었다. 승려들은 이를 통해 부처의 뜻을 깨닫고 그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한 불교에는 두 가지 몸 씻음의 의례가 있다. 하나는 세속의 욕망에서 벗어나 피안에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하는 계욕 이고, 다른 하나는 죽은 사람을 극락으로 데려가기를 바라서 행하는 관욕(灌浴)05이다. 이러한 의례들은 물이 육체적 정화는 물론 영적인 변화를 가능케 한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기독교의 세례나 성수(聖水)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근대에 형성된 민족종교 속에는 정화수를 비롯한 물에 관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신앙의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동학(東學)의 후신(後身)인 천도교(天道敎)의 청수치성(淸水致誠)이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천도교에서는 청수가 수행의 다섯 가지 요소인 오의(五儀)의 하나로 정해져 있어서 기도나 치성 시에 반드시 청수를 봉전(奉傳)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례나 결혼식을 비롯한 모든 의례를 행할 때도 청수를 올리고 있다.06 단군(檀君)을 받드는 대종교(大倧敎)의 경우에도 제천의식을 행할 때 다른 제물과 더불어 천수(天水: 정화수)를 올린 뒤 나눠 마시고, 아침저녁으로 기도 모실 때도 천수를 올린다고 한다.

우리 종단에서도 물은 결코 가벼운 대상이 아니다. 이미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보시거나 입도의식을 행할 때 청수를 사용하셨고, 도주님의 공부 시에도 청수(정화수)가 쓰였다. 이후 상제님의 종통(宗統)을 이으신 도주님께서 도의 체계와 법방을 마련하시면서 청수를 ‘법수(法水)’라 부르며 중시하셨다. 이 법수는 도인들의 수도(修道)와 의례(儀禮) 시에 모셔지고 있는데, 먼저 수도의 경우에는 평일기도 중 축시기도(丑時祈禱: 새벽 1시) 시에만 법수를 봉전(奉傳)하고 기도를 모시고 있다.07 그러나 도장과 회관처럼 구천상제님의 진영(眞影)을 모신 건물에서는 축시기도 시에도 법수를 봉전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의례의 경우 수도인들이 도문(道門)에 들어 와 처음으로 하늘에 이름을 올리는 의식인 입도치성(入道致誠) 시에 법수를 봉전하고 있다.

현재 기도와 입도치성 시에 올린 법수는 상제님의 지극한 기운이 담긴 복록(福綠)이라 하여 참례한 도인들이 나누어 마시고 있다. 이렇듯 상제님께서 쓰셨던 청수나 도주님께서 쓰신 정화수는 현재 우리 종단에서 ‘법수’라 불리며 신성하게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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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단에서도 중시되고 있는 맑은 물, 곧 ‘청수’를 상제님께서는 위의 <표>에서 보듯이 여러 가지 공사를 보실 때나 질병의 치료, 그리고 새로운 종도의 입교 등에 사용하셨다. 이러한 청수에 담긴 의미를 우리의 신화와 민속, 종교 속에서 발견되는 물의 상징적 의미와 결부시켜 네 가지 정도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 상제님께서는 청수 한 동이를 진설케 하시고 종도에게 개벽(開闢)의 시범을 보이시며 개벽의 시기에는 천지가 수국(水國)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로 미루어 청수는 천지개벽의 시기에 만물의 모태가 되며 ‘원수(原水)’로서 우주의 기원과 창조적 생명력을 간직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청수로 혼절한 종도들을 깨우고 오곡을 잘 되게 하셨으니, 치병과 풍요의 생명력을 간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상제님께서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의 겁기를 제거하실 때와 김형렬 종도의 허물을 뉘우치게 하실 때도 그것을 사용하셨다. 여기서 청수에는 부정(不淨)하고 삿된 것을 물리치며, 인간의 허물을 정화(淨化)시켜 주는 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셋째, 도주님의 공부와 새로운 종도의 입도의례 시에 청수가 사용되었다. 이를 통해 청수가 인간이 하늘에 올릴 수 있는 신성하고 깨끗한 제물이며 자신의 정성(精誠)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임을 알 수 있다.08 또한 상제님께서 입교한 사람들에게 청수를 마시게 하시며 “이것이 곧 복록(福祿)”09이라고 하셨으니 도의 체계와 법방 속에서 상제님의 지극한 기운이 담기는 것이라 하겠다.

넷째, 상제님께서 신명을 호출하시고 종도가 아들의 치유를 상제님께 발원할 때, 그리고 차경석이 돌아가신 부친께 자신의 마음을 고할 때도 청수가 사용되었다. 여기서 청수는 상제님께서 신명을 호출하시거나, 인간이 상제님을 비롯해 신명과 소통하는 데 있어 중요한 매개체임도 알 수 있다.

이로 미루어보건대 오늘날 우리 종단의 ‘법수(法水)’는 수도인들이 신앙의 대상이신 구천상제님께 자신의 정성(精誠)을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는 제물(祭物)이자 소통의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기도와 입도치성 시에 상제님의 지극한 기운이 담기는 법수를 봉전함으로써 자신의 허물과 겁액을 풀어냄은 물론, 각자의 소망과 뜻을 상제님과 신명들께 더욱 잘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천지의 이치의 근원인 1·6수(水)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법수를 대순진리회에서 정한 법방에 따라 올림으로써, 수도인들은 자신의 앞길을 밝혀 나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의 목적인 도통(道通)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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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순회보 111호> 

 

__주___

 

01 본능과 함께 유전적으로 갖추어지며 집단 무의식을 구성하는 보편적 상징을 원형(原型)이라 한다. 시베리아 원주민과 동아시아 신화 속에서 ‘물’은 모든 생명체의 모태로 여겨졌다.

02 노아의 방주를 비롯한 이른바 홍수신화들은 원수(原水)관념이 분화되어 나타난 것으로서, 묵은 세계의 새로운 갱신과 이차적인 창조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고춘심, 『한국신화에 나타난 물의 상징성 연구』, 전남대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4, pp.9~10 참고)

03 이 샘은 용신신앙(龍神信仰)·시조모신(始祖母神)·천수신앙(泉水信仰) 등과 얽히어 고려 왕조의 대표적인 성역(聖域)이 되었다. 샘 옆에는 샘을 신격화한 정사(井祠)가 있어 고려 왕가에서는 봄·가을에 제사를 올렸다. 또 가장 영험이 있는 장소로 꼽히어, 고려시대는 물론 조선 말기까지 국가의 기청제(祈晴祭), 개인의 치성 등 소원을 비는 장소가 되었다.(『두산세계대백과사전』, (주)두산동아, 2000)

04 구미례, 「우물의 상징적 의미와 사회적 기능」『비교민속학 23집』, 2002, pp.316~317 참고.

05 『한국문화상징사전 2』, 두산동아, 1996, pp.285~286 참고.

06 천도교에서 이처럼 청수를 중시하는 까닭은 교조인 최제우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수운은 평소에 청수를 놓고 기도를 모셨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대구감영에서 좌도난정(左道亂政)의 죄명으로 참형을 당하게 되었을 때이다. 당시 관헌들이 칼로 수운의 목을 쳤으나 목에 칼자국도 나지 않아 관헌들이 몹시 당황하였다. 이에 수운이 청수 한 그릇을 청하여 기도를 모신 후에야 비로소 참형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김승혜 외 3인, 『한국 신종교와 그리스도교』, 바오로딸, 2002, p.85)

07 기도의식의 절차는 법수봉전(法水奉傳)-분향(焚香)-배례(拜禮: 도장, 회관) 또는 좌배(坐拜: 포덕소. 자택)-주문 전문송독(呪文全文誦讀) 후 기도주(祈禱呪), 태을주(太乙呪) 송독 또는 각 이십사독-좌배(坐拜), 심고(心告)-예필 국궁 퇴(禮畢鞠躬退)로 되어 있다.(대순종학 교재연구소, 『대순사상의 이해』, 대진대학교출판부, 2001, pp.219~220 참고)

08 입도의식은 입도자의 첫 정성이므로 본인의 성의껏 전수(奠需)를 차려 올리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형편에 따라 청수 한 그릇도 무방하다.(『대순지침』, p.86)

09 『전경』 교운 1장 3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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