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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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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1.04 조회3,3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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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있고 꽃과 식물의 싱그러움이 숨 쉬는 곳엔 벌이 있다. 벌들의 날갯짓은 꽃들이 전하는 사랑의 소식인 듯 그들이 춤추는 곳엔 생명의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그처럼 아름다운 정경(情景)은 진정 하늘의 덕인 듯이 느껴진다. 그래서 마음 속 감상과 함께 벌에 얽힌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벌은 전 세계 10만 가지가 넘는 벌목의 곤충으로 다양한 생태적 우수성을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서 조직 체계를 갖춰 책임을 다 하고 협동하는 꿀벌의 사회성은 유별나다. 그들은 알을 낳는 여왕벌과 생식에 동원되는 수벌 그리고 생존에 필요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일벌의 세 계급으로 위계질서가 꽉 짜여있다. 각기 주어진 임무에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적의 침입 시 보여 지는 그들의 협공은 감탄할 만한데, 벌침과 턱이 소용없을 경우 무더기로 들러붙어 체내의 열로써 적을 익히거나 질식시킨다. 또한, 다른 벌집을 공격할 만큼 호전적인 장수말벌을 제외한 보통의 벌은 싸움이 있는 곳을 피할 만큼 투쟁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가 하면, 한 벌집에 새 여왕벌이 생기면 다툼 없이 기존의 여왕벌이 일부의 벌을 데리고 집을 떠나는 분봉(分蜂)이라는 특이한 습성도 있다.

물론 모든 종류의 벌이 동일한 특성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벌에 대해 알려진 보편적인 특성은 오랜 시간 그들을 지켜봐 온 이들에 의해 다양한 정신적 의미로 해석돼 왔다. 불사(不死), 조화, 예절, 순결, 근면, 검약 그리고 평화라는 의미가 그것이다. 아울러 생명의 환생과 출산의 의미로 보기도 한다. 그것은 겨울에 사라졌다가 봄에 다시 나타나는 벌의 생태를 환생의 이미지로, 야생벌이 바위 사이나 고목에 난 구멍에 집을 짓는 모습을 자궁이 가진 출산의 모습으로 연상한 것에 기인한다.

또한 벌은 여러 문화와 신화 가운데서 성스럽고 신비한 상징물로 거듭난다. 고대 동굴벽화에 여신의 출현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그려지는가 하면, 중국전설에는 벌 부족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며, 아스텍 문명에도 벌신의 모습이 발견된다. 나아가, 고대 인도 경전인 『리그베다』에서부터 이슬람의 『코란』이나 모르몬교 경전에 이르기까지 벌은 여러 나라의 경전에 등장한다. 심지어 마호메트는 알라신의 말씀을 직접 듣는 유일한 피조물이 바로 벌이라고 가르쳤고, 고대 이집트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문화 전통에서는 삶과 죽음의 신비와 관련하여 벌을 사람의 영혼으로 혹은 영계와 인간을 잇는 사자(使者)로 여겼다.

특히 인도 신화에 나타난 벌의 신격화된 모습은 두드러진다. 신화에 의하면 삼위일체의 주신(主神) 브라마·시바·비슈누는 화밀(花蜜: 꽃꿀)에서 태어나는데 그 가운데 비슈누는 연꽃에 앉은 파란색 벌로 표현된다. 그리고 크리슈나나 인드라 같은 신(神)도 연꽃에 앉은 벌로 나타나며, 크리슈나의 이마에도 파란색의 벌이 있다. 그 외에도 사랑의 신 카마가 만든 활의 시위는 벌로 장식돼 있고, 프라나라고 부르는 우주 에너지는 벌에 둘러싸여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상징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벌은 실질적으로도 인간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귀한 혜택을 베풀고 있다. 로얄젤리·밀랍·꿀·화분(花粉)·귀한 약재로 쓰이는 봉독과 노봉방(말벌집) 등의 산물도 예가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 그들에 의한 화분매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지구상의 작물 가운데 약 3분의 1이 곤충의 수분활동에 의해 열매를 맺는데, 그 중 80%가 벌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벌이 없어진다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벌이 인류의 생존에 얼마나 큰 공헌을 하고 있는지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TV 프로에서 벌이 실종되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한 적이 있다. 2006년 가을 미국 펜실베니아주를 시점으로 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CCD(Colony Collapse Disorder, 군집붕괴현상)라고 하는데, 소식에 따르면 미국 전역 35개 주 전 세계 4개 대륙에서 이 현상이 발견되었다. 아직까지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추측만 있을 뿐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고 전한다.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말한, 자연과 인류에 대한 벌의 역할을 생각했을 때 분명 걱정스러운 소식이며 벌의 존재가치를 다시금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벌의 이야기를 살펴보며 벌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이 보여준 생태는 교훈과 신화를 낳았으며, 체계와 질서 가운데 책임을 다하고 협동하는 모습은 수도의 법방을 떠올리게 한다. 나아가 자연과 인간을 이롭게 해온 그들의 역할은 상생의 이치를 연상케 한다. 아울러 『전경』 가운데 벌을 규모 있는 곤충으로 높이 평하신 상제님의 말씀도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된다. 앞서 살펴본 벌의 특성과 의미·여러 문화와 신화를 이해할수록 그 이야기들이 『전경』 한 구절 속에 모두 담겨짐을 느낀다. 이제 작지만 더 이상 작아 보이지 않는 그들 벌, 가히 ‘규모 있는 벌레’라 이를 만하다. 0bb97eed94f384384e4b3d0445cbd2df_1515458

 

(상략) … 상제께서 그를 태연히 대하시니 그는 여쭈어 말하기를 “무슨 업을 행하시나이까.” 상제께서 웃으시면서 “의술을 행하노라.”고 말씀을 건너시고 술을 마셨도다. 그러시다가 상제께서 계탕 한 그릇을 그에게 권하시니 그가 받은 뒤에 그릇에 벌 한 마리가 빠져 죽거늘 경석이 수저를 멈추고 혹 상서롭지 못한 일이 아닌가 망서리고 있는 것을 상제께서 보시고 “벌은 규모 있는 벌레니라.”고 말씀하시니 그가 속으로 감복하는도다.(이하 생략)

행록 3장 37절

 

<대순회보 80호>

 

01  1)국어사전상 규모라는 말은 (1)본보기로 삼을 틀·제도(예: 여러 요소의 규모를 갖추다.), (2)사물 혹은 현상의 범위나 크기(규모가 크다.), (3)씀씀이의 계획성이나 정해진 한도(살림규모, 규모 있게 살림을 꾸리다.)로 정의되어 있다. 상제님께서 이 의미들 중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로 이 말을 사용하셨는가에 대해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3)번의 의미로 추측해 볼 수도 있다. 표현방식으로 봤을 때도 (3)번의 의미는 '규모가 있다.'라는 식으로 쓰이며, 또한 전라도 지방에서는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능력에 대해 평가할 때 '규모가 있다, 없다.'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고 한다. 그래서 표현방식과 전라도에서 강세하신 상제님의 언어적 지방색을 고려해봤을 때, 세 번째의 의미로 추측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벌이 규모 있다.'라는 말은 지혜롭게도 벌이 체계적인 조직을 이룸이로써 계획성 있게 생존해 간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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