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종(大願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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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9.02.15 조회2,404회 댓글0건본문
중국 은(殷)나라 이전부터 제작된 종은 시간을 알리고 신호를 보내는 역할과 함께 악기로 사용되었다. 또한,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인간의 소원을 하늘에 전해주는 성스러운 도구라고 믿었기 때문에 제사와 종교의식에 주로 사용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대표적인 종이 사찰에서 사용하는 범종(梵鍾)이라는 사실에서 잘 나타난다. 오늘날에도 성당이나 교회, 사찰에서 의식을 행할 때 종은 없어서는 안 되는 성스러운 도구이다.01
여주본부도장에도 기도 시간을 알리고 상제님의 무량하신 덕화와 진리를 우주 만방에 일깨우며 도인들의 소망을 하늘에 전하는 종이 있는데, 바로 종각의 대원종(大願鍾)이다.02 종각은 종무원 맞은편 초소 옆에 국기 게양대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일념교(一念橋) 아래의 인도를 따라 일각문(一覺門)을 통과하여 도장 내로 오르는 길 내내 종각의 높은 기단(基壇)과 고아(高雅)한 추녀, 화려한 공포(栱包)가 나무 사이로 올려다보인다. 종각은 ‘우물 정(井)’ 자 형의 기초 평면 위에 기단을 쌓고 12개의 기둥을 세워 지은 누각으로 가운데 사각형의 평면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돌출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형태를 ‘아(亞)’ 자형 또는 ‘십(十)’ 자형이라고 하는데, 구조가 까다로워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공법이라고 한다. 현존하는 사찰의 건축물로는 전북 완주의 송광사(松廣寺) 종루(鍾樓)가 유일한데 종각은 이것의 형태를 참고하여 지어졌다.03 종무원 마당에서 종각을 바라보면 웅장함과 함께 공포나 지붕에서 섬세하고 화려한 기교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종각의 한가운데 대원종이 깊고 장엄하게 자리하고 있다.
‘대원종’은 ‘큰 원(願)을 담은 종’이라는 뜻으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 지상천국을 이루고자 하는 모든 도인의 바람이 담긴 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종의 타종식은 1993년 (음) 6월 24일 구천상제님화천치성을 마친 후 인시(寅時: 오전 3시)에 도전님을 비롯하여 임원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해졌다.04 상제님의 진리와 도인들의 큰 원을 실은 첫 종소리가 적막을 가르며 우주로 퍼져나간 것이다.
‘대원종’이라는 명칭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1976년, 독일의 인류학자이자 동양학자인 게르노트 프루너(Gernot Prunner, 1935~2002) 박사가 종단을 방문했다. 그는 신흥종교에 관심이 많았는데 참된 메시지를 전하는 새로운 종교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일본,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05 그가 당시 중곡도장을 방문해서 도장에 있는 종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 질문을 전해 들으신 도전님께서 그 종의 이름을 ‘대원종’이라 말하라고 하셨다 한다.06 이후 대순진리회의 종을 대원종으로 부르게 되었다.
대원종은 구리로 만든 동종(銅鐘)인데, 제작사인 성종사(聖鐘社)에 의하면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鍾)과 유사하게 제작되었다고 한다.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성덕대왕신종은 봉덕사(奉德寺)에 있었으므로 ‘봉덕사종’, 종소리가 엄마를 부르는 듯 ‘에밀레’라고 운다고 하여 ‘에밀레종’이라고도 하는데 성덕왕(? ~ 737, 신라의 제33대 왕)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종이다. 이 종은 국보 제29호로 조형미가 뛰어나고 소리가 우수하여 우리나라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며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종신(鐘身)에 새겨진 종명(鍾銘: 종에 새겨진 문장)과 예술적 가치가 우수한 공양비천상(供養飛天像) 등은 성덕대왕신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07 대원종 또한 이러한 조형을 갖추고 있다.
대원종의 형태를 살펴보면 머리 부분인 천판(天板)과 몸체인 종신이 있다. 천판에는 용뉴(龍鈕)와 음관(音管)이 있다. 용뉴는 종을 매다는 고리인 종뉴(鐘鈕)의 일종으로 용의 모습을 하고 있어 용뉴라고 한다. 용이 목을 구부려 크게 벌린 입을 천판에 대고 있다. 이는 용이 매우 놀라 용성(龍聲)을 내는 것으로 종성(鐘聲)이 크게 울리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용의 목 뒤로 대나무 마디 모양의 소리 대롱인 음관이 있는데, 종의 내부와 연결되어 잡음을 제거하고 소리를 사방으로 퍼져나가게 한다. 또 다른 설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만파식적(萬波息笛)08 을 표상화한 것이라고도 한다.09
종신에는 종의 어깨에 해당하는 부분인 종견(鐘肩)과 종의 입인 종구(鐘口)에 각각 견대(肩帶)와 종구대(鐘口帶)라는 띠가 있는데, 대 안에 식물의 덩굴무늬인 당초(唐草) 무늬가 새겨져 있다. 견대 밑으로는 네모난 테인 유곽(乳廓)이 네 개 있는데, 유곽 내부에는 대순마크가 가로로 3개, 세로로 3개씩 9개가 새겨져 있어 네 개의 유곽 안에 모두 36개가 있다. 유곽 아래로는 마주 보고 있는 공양비천상 두 쌍이 연화좌(蓮花座)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으로 향로를 들고 공양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비천상은 하늘에 떠다니는 선인(仙人)을 묘사한 것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주악비천상(奏樂飛天像)과 향로를 든 공양비천상이 있다. 에밀레종을 제외한 일반 범종에는 주악비천상이 새겨져 있는데, 대원종에 공양비천상을 새긴 것은 상제님 전에 인간 본래의 청정한 본질을 회복하고 지상천국이 건설되기를 발원(發願)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쌍의 공양비천상 사이에는 연꽃 문양의 당좌(撞座)가 있는데 종을 치는 나무 막대인 당목(撞木)으로 그곳을 쳐서 소리를 낸다. 종구대는 팔능형(八菱形)으로 8개의 능, 즉 마름모 형태의 윤곽을 두었는데 능마다 당좌와 비슷한 연화를 배치했다. 종 아래 바닥에는 사발처럼 움푹 들어간 명동(鳴動)이 있는데 울림 효과를 내어 종소리가 멀리까지 전해지도록 한다. 그리고 한국종의 종성이 끊어질 듯 이어져 소리를 멀리까지 전하는 것은 종 두께가 달라 종을 쳤을 때 진동이 다른 두 음이 만나기 때문인데, 대원종 또한 종 아랫부분보다 윗부분의 두께가 얇아 종소리가 웅장하면서 파장이 깊게 울린다.
마주 보는 한 쌍의 공양비천상 사이에는 종명(鍾銘)이 양각돼 있다. 종명에는 다음과 같이 종 제작에 참여한 인원과 발원문, 종의 크기와 중량, 조성 날짜 등이 기록되어 있다.
원위대강
대순진리회 전임원 45,130명이
성경신으로 정성을 모아만든 이 대원종은
거룩한 진리와 무상무변의 덕화가
온 누리에 울려퍼져 우주삼라만상에
미치리로다.
기원하옵나니
모든 창생을 본진의 인간으로 환원케 하사
전 인류세계에 안락과 평화를
이룩하옵소서
헌납 중량 7,200관 구경 7척 7촌 신고 13척 2촌
대순진리회 전 임원 일동
대순 1백 2십 3년 계유 6월 22일
위의 종명을 통해 종을 만들 때 많은 도인이 정성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에밀레종의 종소리를 아름답게 내기 위하여 종을 만들 때 아기를 공양했다는 전설이 전해질 만큼 종의 제작에는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하는데 대원종 또한 많은 도인의 정성이 담긴 것이다. 이렇게 많은 도인이 고루 정성을 들일 수 있었던 데에는 도전님의 뜻이 담겨있다. 중곡도장에서 대원종을 처음 만들 때, 한 도인이 정성을 많이 들이고자 자신이 운영하는 두 개의 약방 중 하나를 처분해 올렸다. 도전님께서는 에밀레종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종은 한 사람의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정성이 모여야 한다고 하시면서 그것을 받지 않으셨다고 한다. 이 대원종을 제작할 때도 많은 도인이 정성을 들이고자 하였으므로, 도전님께서는 상급임원, 중간임원, 선·교무로 나누어 정성에 제한을 두셨다고 한다.10 많은 도인의 정성으로 상제님의 무량하신 덕화와 진리의 기운이 온 누리에 펼쳐지고 인류의 큰 원(願)이 구천(九天)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종명에는 중량과 크기가 새겨져 있는데, 이해하기 쉽게 환산하면 중량이 27톤, 구경(口徑)이 233.31cm, 높이(身高)가 399.96cm로 당시 우리나라 최대의 종이었다. 종을 도장으로 운반해 올 때, 중량이 너무 커서 여주 시내에 있는 대교로 오지 못하고 문막으로 돌아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11
다른 한 쌍의 공양 비천상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종운(鍾韻)이 있다.
대원종(大願鐘)
종성명혜(鍾聲鳴兮)여 우주경응(宇宙警應)이로다
제일명혜(第一鳴兮)여 천기하강(天氣下降)하고
제이명혜(第二鳴兮)여 지기상승(地氣上昇)하고
제삼명혜(第三鳴兮)여 인도중정(人道中正)하고
제사명혜(第四鳴兮)여 조화시정(造化始定)하니 만유구비(萬有具備)로다
종성(鍾聲)이 기하(幾何)오 십오상속(十五相續)이라
기리여하(其理如何)오 팔괘상탕(八卦相盪)하고 구궁성수(九宮成數)로다
종횡운용(縱橫運用)하여 십오성진(十五成眞)이라
진법여시(眞法如是)하니 시왈진리(是曰眞理)로다
종운은 타종하면서 그에 맞춰 읊는 소리를 말한다. 대원종은 기도 시간에 맞춰 타종하므로 평일에는 진(辰)·술(戌)·축(丑)·미(未) 시에 맞추어 네 차례, 주일에는 자(子)·오(午)·묘(卯)·유(酉) 시를 더해 8차례 타종한다. 기도 시간마다 기본으로 네 번을 타종하면서 위의 종운 중 ‘鍾聲鳴兮여 宇宙警應이로다. … 第四鳴兮여 造化始定하니 萬有具備’를 읊는다. 이어서 평일 진시와 술시, 주일 진시, 술시, 묘시, 유시에는 뒤에 있는 종운 ‘鍾聲이 幾何오 十五相續이라 … 眞法如是하니 是曰眞理로다’를 읊은 뒤 15번을 더 타종한다. 평일 축시, 주일 축시와 자시에는 기본 타종횟수 4회에 28번을 더하여 타종한다. 평일 미시, 주일 미시와 오시에는 기본 타종횟수 4회에 24번을 더하여 타종한다.12 이렇게 기본 타종횟수 4회에 15회, 28회, 24회를 더 타종하는 데에는 의미가 있다. 15회는 진법을 담당하시는 15신위에 계신 신명들을 하감·응감케 하는 것이며, 28회는 하늘의 운행을 담당하는 28수 신명의 작용을, 24회는 땅의 운행을 담당하는 24절후 신명의 작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무도(無道)에 빠진 인류에게 신도(神道)의 신묘한 우주 운행 법칙과 해원상생 대도를 일깨우는 것이다.
종은 하늘의 뜻을 아래로 하달하고, 지상의 뜻을 하늘에 상달하는 성물(聖物)이다. 대원종은 종성을 통해 상제님의 진리와 덕화를 인류에게 전하고 인간 본성 회복과 화평을 꿈꾸는 인류의 소망을 하늘에 전한다. 성심을 지닌 도인만이 대원종에 담긴 진리를 깨달아 화평한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대순회보 215호>
0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고.
02 여주본부도장에는 숭도문 내 종고각(鍾鼓閣)에 대원종이 하나 더 있다. 이 종은 공부시간을 알리기 위해 매시 5분 전에 타종한다.
03 인터뷰, 이○○ 선감 (2018. 3. 14).
04 《대순회보》 38호, 「종단소식: 여주본부도장 대원종 타종식」 참고.
05 《대순회보》 137호, 「돋보기: 대순진리에 감화된 서양인, 프루너 박사」 참고. 그는 한국의 신흥종교를 연구하던 중 대순진리에 감화되어 도주님탄강치성에 참석하여 이에 대해 논문을 썼다. 이와 함께 신흥종교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그 내용은 주로 대순사상이었다.
06 인터뷰, ○○○ 선감 (2018. 4. 9).
07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참고.
08 신라 때의 전설상의 피리.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하는데, 신라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을 위하여 동해변에 감은사(感恩寺)를 지은 뒤, 문무왕이 죽어서 된 해룡(海龍)과 김유신이 죽어서 된 천신(天神)이 합심하여 용을 시켜서 보낸 대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을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낫는 등 나라의 모든 근심이 사라졌다고 한다.
09 https://terms.naver.com> 네이버캐스트> 위대한 문화유산> 에밀레종 참조.
10 인터뷰, 최○○ 선감 (2018. 3. 15).
11 인터뷰, 이○○ 선감 (2018. 3. 14).
12 기본 타종횟수 4회에 28번 또는 24번을 더 타종할 때는 종신에 새겨진 종운에는 없지만 28수 신명과 24절후 신명의 작용을 의미하는 종운이 따로 있어 그것을 읊으면서 타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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