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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원믿음은 내가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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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9.02.25 조회6,2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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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하나의 소중한 경험은 삶의 이정표가 되어 평생을 좌우하는 것 같다. 나는 22살 어린 나이에 도와 인연을 맺어 벌써 30여 년의 세월을 수도에 전념해왔다. 선사 시절로 기억한다. 지금은 수도생활의 경륜이 쌓인 탓에 선·후각 사이에 큰 문제가 없이 원활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때는 경험도 부족하고 생각도 짧아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후각인 내수 선무 한 사람이 성격이 조금 드세고 직설적이었는데, 남을 시샘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한참 위의 선각분이 우리 방면을 챙겨주러 오신 어느 날이었다. 선무 이상 도인들이 여럿 모여 선감과 한담을 나누는 자리였는데, 갑자기 그 선무가 이렇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고선무: 선감요, 우리 선사는 저를 잘 믿어주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믿어주면 정말로 포덕뿐만 아니라 뭐든 열심히 할 텐데요 ….
  김선감: 아! 그래요. 박선사, 앞으로 잘 좀 믿어줘요. 허허. 내가 겪은 일을 하나 이야기해 드릴게요. 우리 집안은 형제가 많아요. 큰 형이 나보다 15살 위인데,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 연락도 안 하고 명절에 만나도 아는 척도 안 하시는 거예요. 성격이 조금 내성적이며, 고집이 무슨 고래 심줄 같은 분이었지요. 왜 그러냐고 물어도 아예 얼굴 마주 보는 것조차 싫어했어요. 참 난감한 일이었어요. 물론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지만, 직접 거론하기는 힘들었지요. 부모님이 모두 일찍 작고하신지라 나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어서 좀 어려워했거든요. 마음이 편치 않았지요. 별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도 내 도리는 해야겠다 생각하여 해오던 대로 생일 때면 매번 조그만 선물을 준비하여 찾아뵈었지요. 뭐라고 말 한마디라도 할 것 같은데,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 거예요. ‘아니 도대체 왜 저러시나 ….’ 서운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요. 하지만, 매년 거르지 않고 그렇게 찾아가 인사를 드렸어요. 형수와 조카들이 오히려 나에게 미안해할 정도였어요. 세월이 지나며 난 조금씩 덤덤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의례적으로 데면데면하셨어요. 한 10년쯤 지났을 거예요. 따뜻한 겨울 점퍼를 하나 사서 찾아뵈었지요. 그런데 나를 대하시는 분위기가 예전 하고는 사뭇 달랐어요. 갑자기 “아니, 이렇게 줄기차게 찾아오는 이유가 뭐냐? 내 뒤통수칠 때는 언제고 ….” 이렇게 묻는 거예요. 10년 만에 처음 말을 한 거였어요. 참 대~ 단한 분이지요. 그러면서 대화가 시작되었고 형의 오해가 풀리게 되었어요. 누가 중간에서 말을 잘못 전해 크게 오해를 한 거였어요. 그 사정까지는 말하지 않을게요. 좀 곤란한 일이라서 …. 어찌 되었건 형은 정말로 미안하다 사과를 했고, 그때 난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 후로는 찾아가면 그렇게 잘해줄 수가 없어요. 무슨 일이건 내 의견을 묻는 일이 많아졌고 누구보다 나를 신임하셨어요. 믿음은 내가 얻어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치 큰 산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아! 우리 선감은 이렇게 깊이 있는 분이셨구나.’ 수반 선무 덕택에 큰 가르침을 얻은 것이었다. 상제님께서는 “너희들이 믿음을 나에게 주어야 나의 믿음을 받으리라.”(교법 1장 5절)라고 하셨다. 단순하게도 나는 이 말씀에서 믿음을 상제님과 나와의 관계 속에서만 생각했었다. 곧, 신앙적 차원으로만 이해한 것이다. 젊은 시절 생각이 짧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 선감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믿음’의 문제가 인간관계 전반으로 외연이 확장되었다. 믿음이란 내가 올바른 도리를 실천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 얻는 것이다. 결코, 믿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나의 진실하고 책임 있는 행동에 의해 선·후각들로부터 인망(人望)을 얻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 수도생활에 하나의 큰 이정표가 되어왔다.

 

 

<대순회보 2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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