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한마디곡돌사신 (曲突徙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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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4.01 조회4,608회 댓글0건본문
곡돌사신에 관한 이야기는 유향(劉向)이 편찬한 『설원(說苑)』 「권모편(權謀編)」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자기 집 굴뚝을 곧게 세우고 그 옆에 땔나무를 쌓아 놓은 것을 보고 화재가 일어나기 쉬우니 굴뚝을 구부리고 섶단을 옮겨놓으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 과연 그 집에 불이 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겨우 불을 끄긴 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부상을 당하고 화상까지 입었다. 그래서 집 주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신세를 갚기 위해 술상을 차리고 소를 잡아 대접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처음에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를 옮기라고 충고한 사람은 초대되지 않았다. 이에 한 사람이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를 옮기라고 충고한 사람의 은혜는 모르고 불을 끄느라 불에 덴 사람만 상빈대접을 한다.’고 말하자, 주인은 그제야 그 사람을 찾아와 제일 윗자리에 앉혀 대접했다는 이야기이다.
곡돌사신은 굴뚝을 구불구불하게 만들고 굴뚝 옆의 땔나무를 옮기라는 말로 ‘화를 미연에 방지하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 고사에서의 쓰임은 불을 끄느라 수고한 사람보다 처음 곡돌사신을 말한 사람을 더욱 대접했다는 말로 ‘일의 근본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쓰인다.
일은 시작과 끝이 있어 시간의 흐름에 의해 전개된다. 그러므로 가장 지혜로운 자는 ‘화가 시작도 되기 전에 그 싹을 미리 없애는 자’요, 그 다음으로 지혜로운 자는 ‘시작된 초기에 그것을 방지하는 자’요, 그 다음은 ‘일이 진행하는 도중 차단한 자’요, 가장 어리석은 자는 ‘일이 다 진행된 후에 그것을 수습한 자’일 것이다. 그러나 앞일을 미리 내다보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은 지혜가 밝아야 가능한 것으로, 일이 시작도 되기 전에 미리 그 기미를 감지한다는 것은 범인(凡人)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보통 혜안을 가진 자가 알려주어도 비웃으며 그냥 흘려버리기가 일쑤여서 탈이 난 후에야 큰 대가를 치르고 수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의 말을 듣고 화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 범인도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범인이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가 화를 근원적으로 피한 예로 『전경』에는 유훈장과 최풍헌 고사01를 예시(例示)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일단 혜안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겼으면 그를 의심하지 않고 끝까지 따른 것으로 범인으로서는 행하기 어려운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 다음으로 미리 예견을 해 알려주었는데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일이 일어 난 후에야 화를 수습한 것은 율곡의 십만양병설을 무시한 선조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는 율곡이 이순신에게는 두률천독(杜律千讀)을 이항복에게는 슬프지 않는 울음에 고춧가루를 싼 수건이 좋다는 말을 일러주어 국난을 겨우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02
피난하는 방법에 대하여 상제님께서는 “‘길성 소조(吉星所照)’라 하여 길성을 구하러 다니나 길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라. 때는 해원시대이므로 덕을 닦고 사람을 올바르게 대우하라. 여기서 길성이 빛이 나니 이것이 곧 피난하는 길이니라”,03라고 하셨다.
우리가 수도하고 덕을 쌓는 것도 결국은 앞으로 다가오는 화를 미리 막고 피난하는 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상제님의 하신 말씀을 소홀히 하지 않고 실천한다면 그가 가장 지혜로운 자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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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교법 3장 17절.
02 행록 1장 32절 참조.
03 교법 2장 2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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