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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지혜와 정성으로 삭힌 걸작품, 장(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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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3.09 조회2,4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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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담그고 자연이 삭혀 세상에서 가장

 생기(生氣)있는 보약인 우리의 전통 장(醬)!

 자연과의 조화와 장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담겨 있어 어떤 음식이라도 맛깔나게 살려내는

 맛과 멋이 있다. 이러한 장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와 따사로운 모정을 맛보고 싶다.

 

장(醬)의 역사

 

  ‘장(醬)’이란 좁은 의미로 간장, 넓은 의미로는 간장, 된장, 청국장, 막장, 고추장 등 모두를 뜻하며, 이를 장류(醬類)라고도 한다.

장류는 동양의 고유한 가공발효식품이다. 일본, 중국의 동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도 분포하여 장류 문화권을 이룬다. 하지만 우리만큼 장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역사도 깊고 독특하며, 중국과 일본에 장 문화를 전래한 역사를 지니고 있어 단연 장류 문화권의 종주국이라고 자부할 만하다.

  장의 주재료인 ‘메주’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삼국사기』이다. 신라 신문왕 3년에 왕이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삼을 때 예물로 보낸 품목에 ‘장(醬)’과 메주인 ‘시(:낟알로 띄워진 콩)’를 보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고대 중국인들은 고구려 유민이 세운 나라인 발해의 특산물로 책성[발해의 수도]의 메주를 꼽기도 했다.

  고려시대에는 『고려사』, 『동국이상국집』에서 장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장류 및 발효식품이 가공업 발달로 인해 더욱 다양해졌다. 고려 현종 9년(1018)과 문종 6년(1052)에는 굶주린 백성을 위한 구황식품으로 장을 배급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에 이르면 여러 문헌에 장의 제조법이 상세히 실려 있다. 『구황촬요(救荒撮要)』와 『구황보유방(救荒補遺方)』에 의하면 콩과 밀가루를 원료로 한 간장과 된장 만드는 방법이 나온다. 콩으로 메주를 쑤는 법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서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방법은 오늘날까지도 된장 제조법의 기본을 이룬다. 이 밖에 『주방문(酒方文)』, 『고사신서(攷事新書)』, 『산림경제(山林經濟)』, 『규합총서(閨閤叢書)』 등 음식에 관한 기록이 있는 모든 문헌에 메주 제조법, 택일 하는 법, 즙장(汁醬), 태장(太醬), 육장(肉醬), 급히 쓰는 장, 잘못된 장 고치는 법 등 장 제조법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메주가루에다 조선 중기 이후 도입된 고추를 이용한 만초장[고추장] 제조법도 새로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고기와 생선을 곁들여 담근 청육장, 어육장을 비롯하여 향초장, 별미장 등을 다양하게 제조하면서 독특한 장 문화가 뿌리 내렸다.

  근대에 이르러서도 장류를 만드는 방법이나 활용법 등이 계속 발전해 왔다. 1930년대에 일본인에 의해 장류의 공업화가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재래식 메주 대신 개량 메주를 이용해 좀 더 편리하게 장을 담그는 방법이 보편화되고 있다.

  지금은 고도의 산업화에 밀려 오히려 전통장의 종류 및 담그는 법 등이 단순화되고 있어 옛 모습 그대로 장 담그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맛있는 장 만들기

 

  첫째, 장을 담그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콩, 소금, 물이다.

  메주의 원료가 되는 콩을 재배하기 시작한 시기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이미 4,000년 전에 콩을 재배했다는 사실이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콩의 원산지는 한반도 북쪽의 만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보고 있다. 만주의 남부지역은 본래 맥족의 발생지이자 고구려의 옛 땅이므로 콩의 원산지는 바로 우리나라가 된다.

  콩은 단단해서 먹기 힘들기 때문에 간장, 된장 이외에도 두부, 두유, 식용유, 콩나물, 콩가루 등으로 다양하게 가공하여 활용한다. 메주를 만들 때는 잘 무르고, 발효가 잘 되며, 단백질 함량이 높은 굵은 콩을 깨끗이 씻어 여름에는 8시간, 겨울에는 20시간 정도 물에 담가 불린다.

  대체로 장을 담그는 소금은 서해안 지역의 천일염을 2~3년간 저장해 간수를 완전히 빼고 사용한다. 천일염은 연중 햇볕이 가장 좋은 6월에 생산된 것이 좋고, 반드시 간수를 빼야 된장 맛이 쌉쌀하지 않다. 또한 염도(鹽度)가 중요하여 달걀을 띄워 동전 크기만큼 떠올라야 가장 맛있는 장(염도 17~19보오메 정도)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서 얻어낸 선조의 지혜이다.

  물 또한 장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물이 좋지 못하면 좋은 장맛을 기대할 수 없다. 옛날에는 좋은 물로, 청명일과 곡우일의 강수(江水), 가을철의 이슬물, 눈 녹은 납설수 등을 들었다.

  둘째, 준비된 소금물과 메주를 담는 용기이다.

  우리네 장독은 장맛을 내는 데 중요한 재료이자 보관 용기다. 예부터 장은 잘생기고 좋은 독에 담았다. 장독 자체에 의해서도 장맛이 좌우되기 때문에 독을 만드는 흙을 선택하는 일까지 신경을 썼을 정도다. 진흙은 대개 7월에 파낸 배토(土)를 상품(上品)으로 여겼으며, 오뉴월에 구운 것은 음식이 쉬고 썩기 쉬우며 골마지(간장, 된장, 술, 초, 김치 따위 물기 많은 음식물 겉면에 생기는 곰팡이 같은 물질)가 낀다 하여 반드시 겨울에 구운 독을 사야 좋다고 하였다. 가볍고, 두드리면 쇳소리가 나는 것이 좋은 독이다.

  셋째, 마지막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첨가물로서 숯, 대추, 고추가 있다.

  선조들은 장을 담근 독에 주술적인 의미로 숯을 넣었다. 장맛을 변하게 하는 잡귀를 숯 구멍에 가두어 장맛이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겼다. 사실 숯은 흡착효과가 있어 나쁜 냄새 성분을 흡수하고 간장을 맑게 해준다는 사실이 현대 과학에서도 규명되었다.

  장을 담글 때 대추를 넣는 것은 장맛을 달게 하고, 대추의 붉은 색으로 잡귀를 물리친다는 의미를 갖는다.

  고추의 붉은 색과 매운 맛은 장맛을 변하게 하는 잡귀를 멀리 쫓는다는 주술적인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도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은 살균과 방부 효과가 있어 장맛이 변질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와 같이 우리의 어머니들은 재료의 선택에서부터 장을 만드는 과정까지 정성에 정성을 다하였다. 또한 장독대 앞에서 정한수를 떠놓고 장맛이 좋기를 천지신명께 빌기까지 하였다. 매년마다 장맛이 다르다는 것은 그 정성의 차이가 아닌가한다.

 

장류의 영양과 효능

 

  된장은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된장은 선조들의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웠던 단백질 공급원으로 그 역할이 컸다. 콩 자체보다 소화가 잘되고 영양 효율성도 높다. 콩을 가장 효과적으로 먹는 방법인 전통 된장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걸작품이라 할만하다. 옛날에는 어린 아이들이 놀다가 머리를 다치거나 벌에 쏘이기라도 하면 특별한 약이 없었다. 우리 조상들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었지만 오랜 체험을 통해 된장을 바르고 동여 매놓으면 상처에 저절로 딱지가 생기고 치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된장은 한국 고유의 전통발효식품으로 맛도 좋지만 여러 효능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통한다.

  청국장은 1,400여 년 전 우리 선조들이 콩을 삶아 말안장 밑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먹다가 말의 체온에 의해 자연 발효된 것이 원조라고 할 수 있으며, 『증보산림경제』에서 청국장을 ‘전시장법(煎醬法)’이라 하였으며, 속칭 전쟁이 나도 빨리 먹을 수 있다하여 ‘전국장(戰國醬)’이라 하여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청국장이 발효되면서 생기는 효소는 원재료인 콩에는 거의 없던 것이다. 또 콩이 분해되면서 각종 항암물질, 항산화물질, 면역증강물질과 같은 생리활성물질이 아울러 생성된다. 따라서 청국장을 먹으면 수백억 마리의 미생물과 각종 효소,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동시에 섭취하는 것이다.

고추장은 된장이나 간장 못지않게 많은 영양소가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다른 장류와 비교할 때 고추장은 메주가루보다는 곡류의 함량이 많아 당질식품으로 분류된다. 고추장의 효능을 보면,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미생물은 정장 작용(장내의 균을 유익한 균으로 바꾸는 작용)을 하며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을 적당량 섭취하면 비위를 가라앉히고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또 땀이 나도록 하여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하고, 감기 등 각종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바 있다.

  간장은 감칠맛, 짠맛과 함께 특유한 향기가 잘 조화된 조미료로서 음식에 맛을 더해 준다. 간장은 염분과 아미노산 및 단백질을 공급해준다. 또한 간장의 메티오닌은 간의 해독작용을 도와 체내 유해물질 제거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데, 알코올 및 니코틴을 해독하여 담배와 술의 해를 줄여준다. 예부터 간장은 민간요법으로도 사용해 왔다. 갈증이 심할 때 냉수에 간장을 타서 마셔 갈증을 해소했으며, 기름에 의한 화상에는 간장을 발라 통증을 감소시켰다.

 

장 담그는 풍습과 정성

 

  장은 음식의 간을 하는 조미료이며 한 번 담그면 일 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먹는 저장식이기 때문에 정성을 다해 담그고 간수해 왔다. 우리 조상들은 감칠맛 나는 장맛을 내기 위해 갖가지 금기사항과 풍습을 중시했다.

  장의 원료인 메주는 주로 입동 전후에 쑤고 겨우내 띄웠다. 대체로 추위가 풀리기 전인 이른 봄에 장을 담갔는데 ‘장 담그기 좋은 날’을 정하여 고사까지 지낼 정도로 중시했다.

  옛 문헌을 보면 음력 정월 말[馬]날인 오일(午日) 또는 그믐, 손 없는 날, 병인일(丙寅), 정묘일(丁卯), 제길신일(諸吉神日), 정일(正日) 등이 장 담그기 좋은 날이라 했다. 특히 우수, 입동, 춘분, 추분, 삼복에 장을 담그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해뜨기 전이나 해진 후에 장을 담그면 파리가 꾀지 않으며, 그믐날 얼굴을 북쪽으로 하고 담그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수흔일(水痕日, 큰달은 1,7,11,17,23,30일, 작은달은 3,7,12,26일을 말함)에 담그면 가시[구더기]가 생긴다고 하였고, 신일(申日)에 장을 담그면 시어진다고 장 담그기를 피했다.

  우리 조상들은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할 징조’라고 여길 정도로 장맛 관리에 정성을 기울였다. 옛 여인네들은 장 담그기 사흘 전부터 외출을 삼가고 부정이 타지 않도록 언행과 몸가짐을 특별히 조심해야 했다. 동물이나 미물을 해치지 않으며 부부관계도 삼가고, 특히 부정한 사람의 근접도 막았다.

장을 담그는 당일에는 목욕재개하고 메주 한 덩이, 소금, 고추 등을 소반에 차려 놓고 고사를 지냈다. 또한 장을 담그고 난 뒤에도 역시 몸가짐을 조심해야 했다. 그리하여 며칠 동안은 흉한 곳이나 상가에는 출입을 금했다.

  그리고 외양에서도 금기 표시를 하였다. 장독에 버선본을 거꾸로 매여 놓거나 금줄을 매달아 두기도 하였는데 장을 해치는 귀신이 버선 속에 들어가서 나오지 말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남녀가 모두 버선을 신고 다니기에 궂은 곳에 다녀온 사람은 장독 언저리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경고하는 의미도 있었다 한다. 지네 등 다족류 벌레는 반사되는 빛을 싫어하기 때문에 백지로 본 뜬 버선본을 항아리에 붙여두면 아무래도 침입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이같이 다양한 장 풍습이 생겨난 까닭은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에 의해 집집마다 장맛이 달라지고, 정성에 따라 장맛이 결정된다는 경험에 의해 나온 것이었다.

  오늘날 식생활이 서구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슬로우 푸드(Slow Food)를 대표하는 우리의 장류가 떠오르며 식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의 발효식품이 재조명된다.

  산업화로 인해 전통방식은 사라지고, 대량생산되고 있는 아쉬움은 있지만 아직 시골의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위해 가장 좋은 재료들로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정성의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또한 장문화의 명맥을 잇기 위해 장인정신과 노고를 장에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전통 장문화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참고문헌

ㆍ김귀영 외 6명, 『발효식품』, 교문사, 2009.

ㆍ이진랑, 『된장의 달인들』, 지오북, 2005. 

 

《대순회보》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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