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 혈연으로 맺은 끈과 마음으로 묶은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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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소정 작성일2020.06.24 조회3,503회 댓글0건본문
금릉1-6 방면 교정 신소정
LA의 한 클럽에서 경비 직원으로 일하는 남자, 떡 벌어진 어깨에 굳은살 박인 주먹은 딱 봐도 힘깨나 쓰게 생겼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되었으나 양부모가 사고로 죽은 뒤 혼자 된 마크, 한국 이름 백승민이다. 마크는 다니던 학교에서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어릴 적부터 인종차별을 당하고 살다 보니 강해지고 싶었다. 어느 날 팔씨름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고 반해서 팔씨름 선수가 되었고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했다. 시합에서 불법 승부 조작 오해를 받고 폭력 시비까지 붙어 미국 팔씨름 선수 명단에서 제명되어 버렸다. 오직 팔씨름만 하고 달려온 삶이었는데…. 마크는 이제 가족도 없이 홀로 경비 직원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늘 혼자인 삶에 익숙한 것 같지만, 사실 가족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어쩌다 알게 된 진기라는 한국인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스포츠 에이전트인 진기가 한국에서 팔씨름 시합을 만들어 주겠다며 인생 역전을 제안했다. 마크는 늘 진기에게 속아 왔지만, 형이라고 부르면서 따르는 진기가 진짜 형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준형이와 준희 남매를 키우는 수진은 도매 상가에서 옷가게를 한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힘들었던 시절에 마크 엄마를 만났고 가족처럼 지냈다. 친엄마가 아니었어도 한집에 살았다. 아이들도 친할머니처럼 잘 따랐다. 수진은 그렇게 새로 생긴 엄마가 암으로 죽는 순간까지 옆에서 지켰다. 그런 엄마에게 친아들이 있었고 입양 보냈다는 것도 알았다. 어느 날 엄마의 진짜 아들 마크가 찾아왔다. 한국의 후원인과 문제가 생겨 주먹다짐하다가 경찰서에 끌려간 마크를 수진이 보증을 서서 풀려나게 된다. 후원인도 없고 지낼 곳이 없게 된 마크는 수진이네 집에서 살게 되었다. 수진은 마크에게 친오빠가 아니라고, 자신이 친동생이 아니라고 말해야 했지만, 말을 못 했다. 속일 생각은 아니었다. 말할 기회를 놓쳤을 뿐.
마크는 존재조차 몰랐던 동생과 같이 사는 게 불편했지만, 사채를 쓰고 빚 독촉을 받는 수진이 측은해 보여 지켜주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엄마가 출근하면 즉석밥에 참치통조림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떠날 수도 없다. 우리 삼촌은 대회에서 우승할 거라며 무조건 지지해주는 준희가 마크에게는 힘이 된다. 자기를 친삼촌처럼 따르는 남매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고장 난 화장실 문도 고쳐주고 집안 가득 지저분하게 쌓인 재고도 정리해주면서 마크는 가족과 사는 행복이란 걸 느꼈다. 하지만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이메일을 보고 수진이 진짜 동생이 아닌 걸 알았다.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친동생이 아니니까 가족이 아니라고 거부하며 집을 나와 혼자서 팔씨름 대회를 준비한다.
마크는 팔씨름 한국 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대회에 참가한다. 손목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비열한 기술을 쓰기로 유명한 선수다. 게다가 시합은 사실 돈이 걸린 도박이었다. 돈이냐 자신을 믿어주는 이들과의 약속이냐의 선택에서 마크는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준형과 준희 남매는 삼촌을 응원하러 경기장까지 왔고, 가족이 아니어도 그의 승리를 빌며 모은 두 손, 투박한 그의 손을 잡아주는 작은 손, 손가락을 걸어 약속하는 손의 힘은 혈육의 힘보다 강했다.
▲ 자료: https://movie.v.daum.net/v/o1W5lFk2MA
영화는 해외입양으로 외롭게 자란 남자가 팔씨름을 통해 자신을 찾고 가족도 찾는다는 내용이다. 주인공 마크는 팔씨름 선수로 힘도 세고 듬직해 보이지만 마음은 여리다. 아주 어릴 때 미국으로 간 건 아니어서 어느 정도 한국말을 할 줄 알지만, 한국 문화와 정서는 익숙하지 않아 혼란스러워한다. 입도한 지 20년이 넘었건만 진리를 알면서도 수도에 매진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영화 막바지에 선수들의 손이 풀려 끈으로 두 선수의 손을 묶고 시합을 진행한다. 해설하는 사람이 지금까지 끈이 끊어진 경우가 없다고 했는데 주인공의 경기에서 끊어졌다. 주인공은 다시 단단하게 끈을 묶고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시합에서 이긴다. 인터뷰 자리에서 가족에게 한마디 하라는 요청에 “어머니 덕분에 가족이 생겼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한다. 이제는 외로운 해외 입양인이 아니라 가족을 찾은 행복한 남자가 된다. 어쩌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족을 만들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의 끈으로 묶어 가족을 만들어 낸 영화처럼 나도 방면과 체계의 끈으로 단단히 묶어 행복한 도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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