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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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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상덕 작성일2022.06.23 조회1,9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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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팀 한상덕

 

202109181359_Daesoon_247_%EC%98%81%ED%99 ▲ 영화 ‘아이’ 예고편 화면 캡쳐

 

  요즘 집에서 지내는 가족들이 많아졌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생활의 형태가 이전과 달라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출이 줄어들게 되었다. 특히 아이들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양육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세계적인 감염증의 유행으로 힘겨운 요즘, 가족 모두가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집콕이 일상이 된 우리 가족이 함께 본 영화 ‘아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영화는 고아로 자란 사회초년생과 홀로 아이를 키우며 어렵게 살아가는 싱글맘이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며 가족이 되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영은 보호종료아동이다. 보호종료아동은 만 18세가 되어 보육원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홀로 자립해야 하는 아이를 말한다. 올해 아동학과 졸업반인 아영은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와 독립하여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시작한 카페 아르바이트 급여가 소득에 잡힌 탓에 보조금이 끊기는 처지에 놓인다. 아직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세상에 내던져진 아이, 아영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던 중 보육원 친구의 소개로 주점 호스트로 일하고 있는 영채의 아들 혁이를 돌보는 아기 돌보미로 일하게 된다.

 

202109181400_Daesoon_247_%EC%98%81%ED%99 ▲ 영화 ‘아이’ 예고편 화면 캡쳐(좌), 영화 포스터(우)

 

  사정이 어려운 건 영채도 마찬가지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영채는 배가 고프거나 잠이 와서, 혹은 기저귀가 불편해서 마냥 울기만 하는 아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초보 엄마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그녀는 사는 것이 벅차기만 하다. 주점에서 일하고 있지만, 수유를 중단한 지 얼마 안 된 탓에 옷은 모유로 자주 젖고, 손님을 받는 횟수도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영채는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키워내기 위해 아기 돌보미를 고용하면서 아영과 서로 마주하게 된다.
  고아와 유흥업 종사자로 만난 아영과 영채의 첫 만남은 서로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해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함께 혁이를 키우면서 서로를 점점 이해하게 된다. 영채는 혁이를 살뜰히 돌보는 아영 덕분에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다. 대학교에서 아동학을 전공한 아영도 차츰 혁이를 돌보는 일에 적응하며 영채에게 정이 들어간다.
하지만 어느 날, 혁이가 침대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친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혁이의 치료비에 낙담한 영채는 모든 책임을 아영의 탓으로 돌리고, 그녀의 힘든 상황을 알고 있던 사장의 조언에 따라 아영을 고소하면서 영화는 후반부로 흘러간다.

  영화 ‘아이’는 3명의 아이가 힘든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성장드라마다. 언뜻 보기에 영화 속에서 아이는 혁이지만, 사실은 숨겨진 두 명의 아이가 있다. 일찍 세상에 떠밀려진 아영과 너무 빨리 엄마가 되어버린 영채가 바로 숨겨진 두 아이다. 부모 없이 자란 아영은 생계유지가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라면 엄마가 되기에 준비가 부족했던 영채는 감당하기에 너무 큰 책임을 떠안아 버린 아이다.
  어느 날, 스스로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영채가 아영에게 말한다.

 

  “야! 혁이 쟤 키우려면 나 여기 와서 술 처먹고 지랄병 해야 되는데 그럼 쟤나 나나 뭐가 좋겠냐? 그리고 쟤 어린이집 가고 학교 가서 니네 엄마 술집 여자 소리 들으면 뭐가 좋겠냐고? 손가락질받으면 뭐가 좋겠냐고?”

 

  그러자 아영은 영채를 바라보며 톡 내쏜다.

 

  “손가락질받는 게 뭐요? 좀 그렇게 크면 어때서요?”

 

  이 대사가 이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의지할 곳 없이 자란 아영이었기에 할 수 있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과연 좋은 부모란 무엇이며, 내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가족이란 무엇일까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아영과 영채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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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두 사람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일하면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영채와 혁이가 자신처럼 결국 버려져서 보육 시설로 가게 될까 걱정하는 아영, 이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며 가족이 되어간다. 아직은 갖춰져 있지 않아서 조금은 부족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만나 서로를 의지하며 삶의 무게를 버티고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 아닐까.
  도장의 벽화에는 짐을 이고서도 업은 아이를 자애롭게 바라보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향해 방긋 웃는 아이가 등장한다. 이 벽화의 이름은 ‘해원상생’이다. 영화에서도 영채와 혁이, 더 나아가 영채와 아영 간의 관계 속에 나타난 조건 없는 배려와 포용에서 상생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상처로 가득한 세상,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는 세상의 모든 아영과 영채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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