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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班常)의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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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2.06 조회29,0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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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해원시대니라. 양반을 찾아 반상의 구별을 가리는 것은 그 선령의 뼈를 깎는 것과 같고 망하는 기운이 따르나니라. 그러므로 양반의 인습을 속히 버리고 천인을 우대하여야 척이 풀려 빨리 좋은 시대가 오리라. (교법 1장 9절)

  

  조선 시대의 신분제도가 폐지된 지도 100여 년이 훨씬 지났다. 비록 법률적 차별제도는 사라졌으나 사람을 차별하는 귀천 의식은 21세기를 사는 오늘에도 갑질 문화라는 형태로 남아 있다. 이 갑질은 조선 시대 반상의 제도에 비견될 정도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그 갑질의 결과를 볼 때 상제님의 말씀과 같이 국민적인 망신을 당하게 되고 망하는 기운이 따라 들게 되는 것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게 된다.
  위 『전경』 구절에 나오는 반상이란 조선 후기에 양반(兩班)01과 상인(常人)을 아울러 이르던 말이다. 조선 초기의 신분제도는 양천제(良賤制)였다. 양천이란 양반, 중인(中人), 상민(常民) 등의 양인(良人)과 노비, 백정, 무당 등의 천인(賤人)을 구분하여 이르던 말이다. 이러한 조선 초기의 신분제도인 양천제가 법제적인 신분제도였다면 반상제는 사회적인 신분제도라 할 수 있다. 조선 초기의 양천제는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지배층인 양반과 피지배층인 상민 간의 차별을 강화하는 반상제로 변모해 갔다. 반상제란 상위계층인 양반과 그 아래 양반 관료를 보좌하는 중인층, 세금을 내고 국역을 담당하는 일반 백성인 상민, 그리고 노비·백정·광대 등의 천민으로 이루어진 계급적 신분제를 말한다.
  조선은 양반이 지배하는 유교 사회로 신분에 따른 차별과 억압이 통용되던 사회였다. 직업과 의식주 등의 사회·경제활동에서 차별이 일상화되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법적으로는 양천제라는 신분제를 유지하며 다수가 평등하다는 명분을 얻는 한편, 관행적으로는 반상제를 통용시켜 양반 중심의 지배질서를 유지하고 차별을 강화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하였다. 이것이 바로 조선 후기 지배층 신분 정책의 근간이었다.02
  이러한 조선의 차별적인 신분제도는 개화기 서양의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유교적 가치가 퇴색되면서 당위성을 잃어갔다. 갑오개혁(甲午改革)과 더불어 법제적인 양반 계층은 사라졌지만, 실생활에서는 관습에 따라 양반으로 행세하려는 사람들의 귀천(貴賤)을 따지는 차별 행위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상제님께서는 이러한 반상의 구별과 같은 폐습을 없애고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천지공사(天地公事)를 행하셨다. 인간이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는 현실을 목격하신 상제님께서는 ‘양반을 찾아 반상의 구별을 가리는 것은 선령의 뼈를 깎는 것과 같아서 망하는 기운이 따른다’고 하신 것이다. 양반을 찾아 반상의 구별을 가리는 행위는 그 사람을 차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조상인 선령신(先靈神)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분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신분이 천하다고 하여 천대하고 무시한다면 이를 지켜보는 천인의 선령신들 심정은 마치 뼈를 깎는 것과 같은 고통으로 얼룩질 것이다. 어찌 원한이 사무치지 않겠는가. 이것이 척이 되어 천대하는 자들을 망하는 길로 접어들게 하는 것이다.
  종도들이 구습을 쫓아 반상의 구별을 가릴 때마다 상제님께서는 말씀으로, 또는 행동으로 이를 일깨워 주셨다. 그것은 상제님께서 김형렬의 집에 가실 때마다 그의 머슴에게 존댓말을 쓰시면서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신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김형렬은 자신의 머슴에게 항상 존댓말로 대하는 상제님께 말씀을 낮추시기를 청했다. 그러나 상제님께서는 도리어 김형렬에게 어려서부터 습관이 되어 고치기 어려울 것이지만, 어떤 사람을 대하더라도 존중하라고 이르셨다.03
  상제님께서는 천한 사람을 존중하며 친히 행동으로 본을 보이셨다. 하지만 김형렬을 비롯한 종도들은 이를 깊이 깨닫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상제님께서는 “망하려는 세간살이를 아낌없이 버리고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교법 1장 8절)고 더 강한 어조로 일깨워 주셨다. 이것은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을 반상으로 구별하지 말며 지위가 낮다고 차별하지 말고 상생의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는 말씀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상제님께서는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교법 2장 56절)라고 하시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말씀하셨다. 도전님께서는 이 성구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은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니며 바로 인간’04이라고 하셨다. ‘인존(人尊)시대’는 하늘과 땅보다 인간의 가치가 더 높게 실현되는 세상이라는 말씀이다. 그러므로 인존시대에는 지위와 신분으로 차별받는 사람이 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제는 인존시대이므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은 상극을 자행하는 행위로 자기의 앞길을 자기가 막는 행위가 된다. 지위나 금전의 차이에 의한 구조적 힘으로 사람을 차별하려는 의식을 버리고 모든 인간을 존중한다면 척이 풀려 빨리 좋은 시대가 올 것이다.

 

 <대순회보> 213호

 

참고문헌
조윤민, 『두 얼굴의 조선사』, 경기: 글항아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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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문반(文班)과 무반(武班)을 말한다.
02  조윤민, 『두 얼굴의 조선사』 (경기: 글항아리, 2016), p.112 참고.
03  교법 1장 10절 참고.
04 《대순회보》 창간호, 「도전님 훈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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