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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의 승천(昇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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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1.04 조회3,6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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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무기가 용(龍)이 되는 전설을 소재로 한 영화가 상영되어 크게 흥행한 바 있다. 선(善)과 악(惡)을 대변하는 두 마리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하나의 여의주(如意珠)를 둘러싸고 사투를 벌여 끝내 선한 이무기가 그것을 획득하여 승천(昇天)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무기라는 한국적인 소재를 갖고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개 동서양을 막론하고 용은 어떤 동물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동물이지만, 이처럼 용의 전신(前身)01인 이무기 설화를 갖고 있는 곳은 한국뿐이라고 한다.

이렇게 한국에서만 나온다는 이무기는 과연 어떤 동물일까? 예부터 내려오는 여러 민담(民譚)에 이무기02는 용이 되기 전 상태의 동물로서 깊은 해수(海水)에 사는 큰 구렁이고, 신이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비쳐지고 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뭍으로 거슬러 올라와서 조용한 못을 찾아 승천하기 위해 도(道)를 닦는다고 한다. 더구나 삼천 년 동안 덕행(德行)하면서 오롯이 수도(修道)에 전념하여야만, 용의 상징인 여의주라는 신물(神物)이 만들어져 승천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삼천 년이라는 시간은 딱히 정해진 것이 아니나 지방마다 일천 년 혹은 구천 년으로도 보는데, 그 오랜 시간을 거쳐 수도를 한 뒤 승천해서 용이 된다는 개요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무기의 승천과정을 담고 있는 다양한 민담 가운데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이무기가 승천할 때, 뭇 사람들로부터 “구렁이 봐라.” 혹은 “용 봐라.”라는 소리를 통해 승천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 비근한 예가 다음 설화에 잘 나타나 있다.

 

[1] 서해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승천하기 위해 강원도 태백 깊은 산속에 자리한 못에 올라와 도를 닦았다. 그러나 기나긴 시간에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몰래 가축을 잡아먹는 해악을 저질렀다. 이를 알게 된 마을 주민들의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침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을 하려고 하는 날, 마을주민들은 요란한 소리에 놀라 집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무기가 승천하려는 것을 보자, “저기 못된 구렁이 봐라.”는 악담을 퍼부었다. 이무기는 끝내 승천하지 못하고 못에 떨어졌고, 마을주민은 곧바로 못을 메워버렸다. 그 후 마을에는 점점 흉년과 기근이 심하게 들었다고 한다.(한강 발원지 검룡소의 이무기 설화)

[2] 동해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경주 외동마을에 거슬러 올라왔다. 그런 후 이 지역 농수(農水)의 시원이 되는 못에 안착하여 승천하기 위한 수도에 전념하였다. 하지만 이곳은 몇 해 전부터 가뭄이 심해 마을 농경지가 피폐한 상황이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못의 물도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이를 측은히 여긴 이무기가 마을에 많은 비를 내려 주자, 들에는 풍년이 들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못에 살고 있는 어떤 신이 베푼 것으로 생각하게 되어 매년 기우제를 지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드디어 이무기가 승천하려 하자 마을 주변에 많은 구름들이 모이면서 커다란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쳤다. 하지만 이무기는 올라가지 못한 채 못 위에서 맴돌고만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용이라고 불러 주어야만 승천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이제야 못에 있는 영물이 이무기였던 것을 알았다. 그러자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저기 승천하는 용님 보소’라는 축원을 해 주었다. 이 소리를 들은 즉시 이무기는 승천하여 용이 되었고, 마을 사람들에게 보은의 뜻으로 계속해서 농번기마다 적절한 비를 내려주었다고 한다.(경주 유금이 들의 내력 中)

 

상제님께서 “뱀도 인망을 얻어야 용이 되나니 남에게 말을 좋게 하면 덕이 되나니라”(교법 1장 26절)고 말씀하셨다. 위의 두 민담에서 [1]의 이무기는 주변으로부터 인망(人望)을 얻지 못해 승천하려다가 사람들의 악담을 듣고 다시 못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2]의 이무기는 마을 주민들이 어려울 때 덕(德)을 베풀어 인망을 얻은 관계로 승천해야 할 시기에 마을 사람들의 축원을 받아 승천하여 용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인망을 얻음과 그렇지 못함에 따라 악담(惡談)과 축원(祝願)03이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더구나 두 이무기의 승천 민담을 통해서도 도통(道通)을 생애 최고목표로 삼고 있는 수도인들의 일상 수도에서 인망을 쌓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망이란 세상 사람이 우러르고 따르는 덕망(德望)을 뜻한다. 수도인들이 도(道) 안팎으로 사람을 대함에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먼저 하고,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선뜻 하기 힘든 일은 묵묵히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지켜보는 사람들은 ‘저 사람 참 덕망이 두터워’ 혹은 ‘도인의 본분을 다하는 사람이다’라는 소리를 하면서 우러르고 따르게 될 것이고, 자연히 그 여음(餘蔭)이 밀려 큰 덕이 쌓이게 된다. 그러면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듯이 우리도 도통군자(道通君子)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무기는 하나의 미물이면서도 삼천년 동안 수도에 매진하는데, 이보다 짧은 삶을 살고 있는 우리가 이 잠깐을 못 참아서야 되겠는가. 운수 받는 그날까지 하루하루를 헛되지 않고서 일관되게 수도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01 서양에는 알에서부터 이미 용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이같은 한국적인 이무기의 개념이 없다. 그리스신화에 ‘퓌톤(Python)’이라는 거대한 구렁이가 나오기는 하나, 우리 이무기처럼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용이 되지는 않는다.

02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용(龍)을 ‘미르[미륵]’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 외에 ‘이시미’·‘꽝철이’라고도 부르는데, ‘이시미’는 이무기의 강원 일대의 방언이고, ‘꽝철이’는 경상도 일대의 방언이다. 둘 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자연조화를 부리는 영물(靈物)로 인정받고 있다.(『한국동물민속론』, 민속원, 2003, pp.228∼229)

03 이무기에게 있어 축원(祝願)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을 용이라 불러 주거나 승천하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이는 말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이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곧 한낱 미물(微物)에 불과한 뱀일지라도 사람들이 언덕(言德)을 베풂으로써, 신(神)의 모습이 갖추어지고 그 능력 또한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순회보 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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